[14회서울여성문화축제 연구보고서] UN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라인과 해외 성교육 사례 연구:우리가 꿈꾸는 우리 안의 성교육
성교육 연구보고서를 펴내며
“아동 성범죄 피해 1374명, 5년 만에 ‘최다’…구속 14% ‘솜방망이’”
“교육부, 디지털 성범죄 연루 교사 9명 중 8명은 'n번방' 관련”
“공기처럼 존재하는 ‘위력’이 권력형 성폭력을 낳았다”
“데이트폭력 2년 새 41% 증가···10명 중 4명은 폭력 당하고도 결혼”
매일 보도되는 성범죄는 그 자체로도 문제가 심각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나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등의 문제도 존재한다.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의 치유에도 집중해야 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성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인 젠더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 중 하나로 성교육이 대두되고 있다. 몸과 피임뿐만 아니라 성평등을 관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성인지적 관점에서 좀 더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성교육으로 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는만큼 기존의 성차별이나 고정관념을 공고화하고자 하는 움직임 또한 거세지고 있다.
현재 한국은 학교에서 연 1회 성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발표했던 2015년 학교 성교육 표준안은 ‘데이트폭력을 막기 위해서 단둘이 있지 말아야 한다’, ‘남자는 누드에 약하고 여자는 무드에 약하다’ 등 비현실적인 대처방안과 성고정관념과 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성에 대해 정확하고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만으로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자극해 이른 나이에 성관계를 시작할 것이라는 잘못된 우려가 팽배해 있다. 이는 극단적으로 금욕만이 가장 좋은 성교육이라는 국가 정책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는 오히려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하거나 잘못된 정보에 노출되어 잘못된 선택이나 건강한 성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낸다. 그리하여 성과 섹슈얼리티에 대해 금기시했던 문화와 제도를 바꾸고자 유엔은 2009년 처음으로 성교육 가이드를 발간했으며, 10년 만에 변화한 사회와 10년간 성교육의 결과를 반영해 개정한 『2018 국제 성교육 가이드』를 발간했다.
이 성교육 가이드에서 섹슈얼리티에 대한 인지적, 정서적, 신체적, 사회적 측면을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한 교육과정인 포괄적 성교육을 제안하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에게 자신의 능력, 건강과 복지, 존엄성에 대한 인식 능력, 존중에 기반한 사회적, 성적(sexual) 관계 형성 능력, 자신 및 타인의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선택 능력, 자신의 삶 속 권리에 대한 이해와 보호 능력을 높을 수 있는 지식, 기술, 태도, 가치를 갖추도록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포괄적 성교육은 인도, 네팔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와 보츠와나, 가나, 케냐, 레소토, 말라위, 나미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에스와티니, 우간다, 잠비아, 짐바브웨를 포함한 몇몇 아프리카 국가에서 교육과정에 전적으로 혹은 일부 도입되었다. 국가마다 성과와 한계도 다양하고 성교육을 시행하는 방법으로 역할극, 연극, 토론, 아트 프로젝트, 춤, 시, 스토리텔링 등 창의적인 참여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 국가들도 있다.
이에 더해, 해외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안적인 성교육 사례를 연구했다. 피임률과 첫 성관계 나이를 늦춘 결과를 낸 네덜란드의 성교육, 어린 나이부터 노년까지 지속적인 성교육을 진행하는 미국의 종교단체에서 개발한 성교육, 성교육의 진행과 개선을 위해 학교, 학부모, 학생들까지 참여하게 하는 칠레의 성교육 모델, 그리고 데이트폭력이 심해지고 있는 요즘 연인 사이에 필요한 성교육 모델인 비폭력대화모델을 연구했다. 이외에도 연구 작업을 하면서 만난 다양한 성교육 사례와 우리가 교훈으로 차용해 적용해볼 만한 사례와 교훈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