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진보포럼] 플랫폼 사회주의: 인터넷의 민주화
국제전략센터는 5월 25일 “플랫폼 사회주의”의 저자 제임스 멀둔(James Muldoon)을 초청해 진보포럼을 진행했습니다. 제임스 멀둔은 엑시터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옥스포드 인터넷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그리고 오토노미(Autonomy) 싱크탱크에서 디지털 연구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래 글은 진보포럼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정리한 기사입니다.
국제전략센터(이하 센터):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책은 쓰는 과정은 어땠는지,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고, 정보를 얻었는지 소개해달라.
제임스 멀둔(이하 제임스): 대학에서는 법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철학박사를 받기 전에는 3년동안 인권변호사로 활동했었다. 지금은 정치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플랫폼 사회주의>라는 책은 현재 디지털플랫폼을 어떻게 더 정의롭게 바꿀 수 있는지를 다룬 책이다. 좀 더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미디어 시스템은 무엇인지, 더 공정한 인터넷 검색 엔진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이런 것들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할지에 대한 답을 책에 담았다.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이 문제에 대해 기술 분야가 아닌 외부의 시각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즉,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정치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정치적인 질문으로 초점을 옮겨보고자 했다. 개인정보나 감시와 같은 질문에서 권력, 소유권, 통제권과 같은 질문으로 초점을 바꾸는데 이 책이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을 더 나은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플랫폼 사회주의는 대안적인 소유 모델을 모색하고 대안 디지털 플랫폼의 거버넌스, 참여적인 형태의 플랫폼을 만드는 방법을 찾기 위한 책이다.
센터: 플랫폼 사회주의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달라.
제임스: 플랫폼 사회주의란 인터넷을 새롭게 다시 발명하는 것이며, 디지털 플랫폼이 운영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플랫폼을 사용하는 공동체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사회적 소유에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소유는 우리가 흔히 일고 있는 국유화나 노동자 자주관리보다는 좀 더 범위가 넓다. 플랫폼 사회주의에서 말하는 사회적 소유는 국가나 일부 노동자가 플랫폼에 배타적인 권리를 갖기보다는 많은 사용자 공동체가 어떻게 플랫폼을 소유하고 운영하는지를 고려하는 것이다. 또한 플랫폼 사회주의는 현재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에 대한 흥미로운 대안을 제시할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상상력을 실제 개념화한다는 점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쓸 당시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냉소주의가 팽배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런 냉소주의가 우리의 일상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완전한 거부로 이어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 책을 쓸 당시 2030년 변화의 비전으로 많이 회자되었던 것이 웹3.0과 메타버스였다. 하지만 둘 다 성공하지 못했으며 내재적인 결함이 처음부터 있었다. 그래서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긍정적인 대안 비전을 제시하고자 했다.
센터: 플랫폼 사회주의가 학계의 다른 연구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제임스: 학계에서는 어떤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는 조건이 있으며 학자는 어느정도 제한적이지만 원하는 것을 탐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구조적인 조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기술 분야에서 주류로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는 특정한 연구 분야가 있으며 이런 연구 성과를 내야 한다는 구조적인 제약도 있다. 이 책을 쓸 당시 기술 분야에서는 주요하게 기술 인본주의와 반독점 비판이 있었다.
첫째로, 기술 인본주의 비판은 “감시 자본주의 시대”의 저자 쇼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가 잘 설명해준다. 이는 학계에서 흔한 입장이며 인본주의적 이해로 기술을 비판하는 것이다. 주보프와 같은 기술 인본주의자는 기술과 플랫폼이 우리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설명한다. 우리의 이성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로봇이나 우리에 갇힌 쥐처럼 만들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개인에게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디지털 경제 기저에 깔린 정치경제적 구조나 문제의 정치적인 측면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다. CEO는 (그들이 원한다해도) 더 윤리적으로 행동할 수 없으며 소비자는 (그들이 원한다해도) 이런 플랫폼을 떠날 수 없다. 시장에 있는 구조적인 인센티브 때문에 경쟁자에 비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남아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로, 학계에서 만연한 비판은 반독점 의제이다. 반독점 비평가는 기술 분야의 중소기업을 활성화하여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경쟁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빅테크 기업을 해체하자”라는 구호로 나타나는 이러한 비판은 현재 기술 산업계의 모습을 더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기술 기업들은 거대하고 권력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은 규제와 통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공간을 더욱 시장화 하자는 해법에는 반대한다. 시장에 기반한 해법이 아닌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이 두 가지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좀 더 급진적인 비판적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가빈 밀러, 제이슨 샤도스키, 그리고 닉 서르닉 등이 있다.
센터: 앞서 학계에서 급진적인 생각이 있어도 구조적인 제약의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학계에서 좀 더 급진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움직임나 변화가 있다고 보는가?
학계는 한편으로는 다양한 사람들이 성장하는 모순적인 공간이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학자들, 특히 젊은 학자들 사이에서는 소유권과 통제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학계는 계속 새로운 유행을 쫓는다. 현재는 인공지능(AI)에 집중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인공지능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논쟁의 주제가 변화되고 있고 학계에서는 데이터, 배당금, 플랫폼 소유권, 데이터 소유권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현재 유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대안을 모색하는데 학계가 가장 중요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실제 개발할 수 있는 사회 운동이나 활동가가 더 나은 주체라고 생각한다.
센터: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는가? 그리고 페이스북과 다른 거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제임스: 공동체와 관련해서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가장 중요한 변화는 시민 단체나 노동조합, 정당, 종교 단체 등 중간 조직이 약화된 것이다. 이러한 조직은 많은 사람이 정치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런 단체들은 1970년대와 80년대에 경제 구조조정때문에 점차 약화하였다. 이런 단체들의 약화에 더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개인들을 더 극심한 경쟁으로 몰아넣고 각자가 스스로를 소자본가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서로 경쟁하며 적은 자원을 개발하고 쌓아 가게 만든다.
또한, 자본의 세계화와 새로운 통신기술 발달로 기업은 생산 과정을 세계 곳곳에 아웃소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노동자 간의 연대 의식도 줄어든다. 상품과 서비스 생산의 전 과정이 갑자기 대여섯 개국에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2015년이나 2016년 이후로 이러한 공동체 상실이라는 현실에 도움이 되는 기업으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으며, 많은 테크 기업들은 자신이 부분적으로 야기한 문제들 중 일부를 해결하기 위해 이상적인 세계적 공동체를 건설하는 주체라는 스토리는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테크 기업에 대한 전통적인 비판은 사람들이 기술 상품 사용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시간을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혼자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다른 기업들이 만들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들이 사람들을 모으고,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중심적인 연결자라는 것이다.
책에서 이를 그린워싱이나 핑크워싱과 같이 잘 알려진 아이디어에 바탕을 둔 “공동체 워싱” 전략이라고 부른다. 공동체 워싱은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채굴기업을 공동체 역량강화나 사회적 임무를 수행하는 기업과 같은 언어를 사용해서 선전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이러한 기업들이 공동체를 강화시킨다는 주장에 대한 실체가 거의 없고 오히려 냉소적인 홍보전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기업의 발전 경로를 보면 소위 사명이라고 부르는 것은 기업이 이미 성장한 후에야 말하는 것이며 기업과 그 활동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테크 기업들과 지역 공동체와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기업들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바로 그 지역 공동체를 착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에게 전혀 돈을 지불하지 않지만 사용자로부터 수십억의 이익을 얻고, 에어비앤비로 인해 지역사회의 젠트리피케이션과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다수의 단기 임대 부동산 업자들이 지역 주민을 쫓아내고 있는 형국이다.
센터: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양극화된 논쟁은 양극화된 사회를 반영하지만, SNS 알고리즘의 확대 재생산, 팔터(미국 웹사이트)에서와 같은 가짜 뉴스를 통해 촉진되기도 한다. SNS의 민주화나 플랫폼 사회주의의 실현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리라고 보는가?
제임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조직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터무니없고 논란이 많은 내용을 홍보할 구조적 동기를 부여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투명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다른 공영방송사를 운영하는 유사한 원칙에 따라 내용은 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민주적 소유에 대한 한계를 인정해야 하고, 민주적으로 소유한다고 해서 모든 정치적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갈등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며, 극단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고 이러한 문제에 대해 민주적 통제가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