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연수 소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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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따뜻하고 사람들에게는 표정이 있는 나라 베네수엘라. 음악이 나오면 언제든 춤출 수 있는 삶의 여유를 가진 사람들. 인사할 때 서로의 눈을 보며 뜨거운 포옹을 나누는 나라. 시기와 상황이 잘 맞긴 했지만 갑작스러웠던 2주간의 베네수엘라 연수는 나에게 많은 숙제들을 남겼다. 살면서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알지만 굳이 왜 내가 나서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빠지곤 했다. 그런데 왜 내가 나서야 하는지 그것을 베네수엘라에 가서 알게 됐다. 베네수엘라는 우리만큼이나 아픔이 많은 나라이다. 그러나 우리와 차이가 있다면 이들은 연대 할 줄 안다. 연대가 익숙하고 그 힘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만약 내가 세월호와 강정해군기지 사건이 났을 때 함께 목소리를 높였더라면 적어도 나로 인해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더라도 누군가는 위로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물었다 당신들은 어떻게 하나 되는지,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말이다. 한 어르신 이 말씀하셨다. “우리는 가깝다. 그래서 많은 만남과 대화를 통해 갈등을 극복한다.”

나는 이 한마디의 답을 통해 원했던 연수의 모든 성과를 얻었다.

한국사회에 개인이 성공하는 방식은 오직 서로의 등을 밟고 나아가는 것뿐이다.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 정권은 이것이 사회를 좀 더 가치 있고 따뜻하게 만드는데 답이 아님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나에게 우리나라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좋은 대안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내게 안드레스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아마도 우리네 옆집 철수 같은 느낌이 아닐지 싶다. 그들과 나눈 우정과 짓궂은 장난들은 고스란히 내 마음에 남아있다.

삶의 표정이 있는 베네수엘라, 그들에게 받은 에너지가 앞으로의 안드레스에게 큰 힘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성욱 (일러스트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