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 식량은 상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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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략센터 황정은 사무국장은 1월 21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김황경산 사무국장을 만나 2015년 말 한국 정부가 발표한 쌀 정책에 대한 문제점과 농민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쌀시장개방, 그리고 식량주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1. 1994년부터 시작된 농산물 무역부터 최근 513% 관세율 쌀시장 개방까지 쌀시장 개방 역사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쌀협상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농산물 분야가 추가가 되면서 시작되었다. 이 당시 한국 농민들은 쌀개방 반대 투쟁을 벌였고 협상결과 쌀개방은 10년 유예되고 그 대신 일정량의 쌀(최소시장접근물량, MMA)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쌀 관세화 유예 대신 국내소비량의 1~4%까지 수입하는 쌀은 해가 갈수록 늘어났다. 10년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2004년 재협상을 했고 당시 한국 정부는 쌀이 지닌 중요성을 제기하며 반대한 농민의 요구에 다시 한 번 더 관세화를 유예한다. 협상 결과 다시 10년 유예되고 MMA물량은 계속 늘리는 것으로 합의했다. 2014년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협상이 재개되었고 정부는 개방을 하지 않으면 불리하다는 근거를 제출하며 쌀 전면 개방의 입장을 밝혔다. 농민의 강력한 반대 투쟁에도 정부는 쌀개방을 하지 않으면 MMA로 들어오는 물량이 너무 많아 고관세율을 책정해 쌀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홍보했다. 2014년 6월 정부는 단 한 차례의 공청회를 열었고 9월 18일 공식적으로 513% 관세율로 쌀 전면 개방을 발표하고 WTO에 수정양허안을 제출했다. 현재 양허안에 대한 미국 등 5개국이 제출된 관세율을 포함하여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쌀 전면 개방을 해도 현재 MMA로 들여오던 물량은 그대로 들어오고 이외의 수입 물량에 대해서는 513%의 관세율을 적용해 수입되고 있다.

2. 현재 국내의 쌀은 초과 공급이 되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는 작년 12월 밥쌀 추가 수입을 결정했다. 국내 생산량이 충분한데도 밥쌀용 쌀을 수입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농민들도 이해할 수 없다. 국내 생산되는 쌀로도 충분히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고 쌀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밥쌀용 수입에는 이유도 명분도 없다. 쌀 전면 개방 선포 이후 정부에서는 WTO에 쌀 관세화 개방 계획을 제출하면서 밥쌀용 쌀 의무수입 조항을 삭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2015년에는 밥쌀용 쌀을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밥쌀용 쌀 수입은 물론 정부의 쌀 정책으로 인해 현재  쌀 농가들은 쌀 농사를 계속 지어야 하는지, 쌀 농사를 계속 지어서 살아갈 수 있을지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은 한국의 식량자급 기반을 약화시킨다. 실제로 그 동안 100%를 유지하던 쌀 자급률은 2010년부터 80%로 떨어졌다. 정부에서는 “513%의 관세율을 지키기 위해서 밥쌀용 쌀 수입을 안 할 수가 없다, 밥쌀용 쌀에 대한 국민수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513%의 고율관세로 우리 쌀을 지키겠다고 호언장담한 정부의 입장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꼴이다.

3. 2015년 말 정부가 발표한 중장기 쌀수급 안정 대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정부가 12월 30일에 발표한 “중장기 쌀수급 안정대책”의 내용에는 쌀의 적정량 생산과 직불제의 개편 등을 담고 있다. 정부 대책안의 “쌀을 적정하게 생산해야 한다”는 말은 “쌀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라는 의미로 읽힌다. 국내 공급과 수요량을 고려해 생산을 줄이고 줄어든 양은 수입물량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한국 전체 식량자급률은 20~25%로 안정적이지 않은데, 그나마 쌀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었기 때문에 식량위기가 닥쳤을 때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쌀을 제외하면 식량자급률이 3~5%밖에 되지 않는다. 차후 외국에서 기후변화 및 식량위기로 수출이 중단되면 국내 식량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 또한 정부는 적정한 생산량 조절을 위해 실제로 쌀 농지를 다른 작물 재배로 전환하는 것을 이야기 하며 쌀 생산량을 감소시키려 하고 있다. 그 결과는 식량의 안정적인  자급 기반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현 쌀 관련 직불제도에는 고정직불금(헥타르당 100만원 고정 지급)과 변동직불금(수확기 평균 쌀 값이 정해진 후 정부 목표가격 188,000원에 못 미칠 경우 그 차액의 85% 정도 지급)이 있다. 일부 학계의 전문가는 쌀을 많이 생산하는 것은 정부가 농민들에게 직불금을 많이 주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이런 학계 의견을 반영해 직불금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즉, 직불금을 줄여 쌀 생산을 감소시키겠다는 쌀 농업 몰락대책이다.

하지만 “농림수산식품기후변화역량분석 및 영향평가 모델 구축”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현재의 속도로 진행된다면 2010년 기준 83.1%의 쌀 자급률이 2050년에는 47.3%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예측과 더불어 정부의 쌀생산 감소 정책이 더해진다면 심각한 식량 위기에 대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정부의 대책은 수용할 수 없다.

4. 농민은 “식량은 상품이 아니다”라는 구호로 농산물은 자유무역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투쟁해왔다. 농산물 시장의 개방 폭이 넓어지는 현재 농민의 요구는 무엇인가?

원칙적으로는 WTO와 FTA자체를 반대한다. 우리의 식량을 상품처럼 취급하는 WTO라는 논의 구조 자체를 없앨 것을 주장한다. 자국에서 충분히 생산할 수 있음에도 무리하게 수입해 국내 농산물 가격을 떨어뜨리고 농업 기반을 붕괴시키는 것을 반대한다. 무역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존중과 호혜의 무역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국에서 필요한 것이나 부족분을 수입하고 다른 나라에 역시 그 나라에 필요한 것을 나누는 무역은 필요하다고 본다.

WTO와 FTA처럼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으로 피해를 주는 공격적인 무역협상 반대를 강력하게 표명하지만 현실적으로 정부에서는 무차별적이고 독단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현재 농민이 지속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 동안 정부는 수출주도형 산업 발전 계획을 내세우며 농업 기반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정책이 없었다. 오히려 WTO와 FTA를 추진한다면서 그에 따른 피해 대책은 고사하고 농업을 더욱 위기로 몰아넣을 정책을 추진해 왔을 뿐이다. WTO, FTA도 모자라  TPP까지 가입을 추진하면서 농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계속 늘어났다. 농민들이 짊어져야 하는 돌덩이가 하나였다면 지금은 수십 개의 돌덩이를 짊어지고 농사를 지어야 하는 형국이다.

5. 식량주권이란 무엇이며 왜 지켜야 하고 어떻게 지킬 수 있는가?

식량주권은 식량을 둘러싼 정책에 대해서 국민이 직접 참여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핵심은 정부 단독으로 식량문제를 결정할 수 없으며 식량을 먹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식량과 관련된 결정에 참여하고 자신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식량주권이 실제로 드러나는 형태는 안전한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이다.  

식량주권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힘과 에너지가 식량에서 오며 식량 없이는 생명 자체가 이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며 우리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산 농산물과 지역 먹거리, 제철 먹거리 이용 등의 실천과 근본적으로는 식량과 농업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  

김황경산(사무국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인터뷰, 편집: 황정은(사무국장, I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