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과 아시아] 필리핀 선거와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전망
글: 미셸 파울로스 ( 미국 필리핀 이주민단체 미그란테 인터내셔널 사무처장)
번역: 홍정희(번역팀, ISC)
2016년 5월 9일, 필리핀 사람들은 평소와 달리 선거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많은 사람들이 이번 선거만큼은 달랐다. 전직 대통령인 독재자 페르디난드 에드랄린 마르코스를 축출하면서 느꼈던 행복감을 30년 만에 느낄 수 있었다. 유권자 600만 명 이상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지지로 국민들 가슴에 다시 한 번 희망과 열망을 불 지폈다.
왜 필리핀은 '더티 해리'라 불리는 후보에게 끌렸는가? 대통령 후보 중에 두테르테 시장처럼 항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거나 충격을 준 사람은 없었다. 많은 이들이 두테르테를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비유한다. 그러나 입이 거칠고 성차별주의자라는 것 외에는 유사점이 없다. 확실한 것은 두테르테가 그간의 전통적인 정치인이 걸어왔던 기존 질서에 직접적으로 반기를 든 유일한 후보였다. 그는 6개월 내 마약밀매 퇴치와 범죄 소탕을 하겠다고 호언장담했으며 사형제도를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가문정치와 정부 내 부패를 척결하고 부정부패로 새나간 돈을 국민들에게 진정한 혜택을 주는 사회 프로그램 기금을 조성하는데 쓰겠다고 약속했다. 선거운동 기간에 두테르테는 심지어 "혁명"정부를 수립하겠다고 위협했다.
사람들은 강력하고 확고한 지도력으로 국가가 빈곤의 수렁에서 해방되고 기득권 문화 근절로 사회 변화를 약속한 두테르테의 신념을 믿었다. 그는 아키노 정권과 "노란색 숭배[1]"의 진정한 대항마로 유일하게 간주되는 인물이다. 그의 신임은 민다나오에서의 마마사파노 대학살을 비롯한 많은 학살들과 병원, 학교, 교통 시설 등, 사회 기반시설의 민영화, 태풍과 자연 재해를 위한 재난 기금과 기부금 비리, "포크배럴 펀드"의 정부보조금 비리파문을 포함한다. 정권은 보복성 정치와 공약 불이행을 일삼고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반(反)빈민적인 과두정치와 제국주의자를 위한 정권이다. 두테르테는 지방공무원으로 차장검사, 부시장, 하원의원, 시장(7차례, 22년간)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대통령이 되었다. 두테르트 재임동안 한때 “킬링필드”로 불리던 다바오시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4위로 변모했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도시가 발전했으며 필리핀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두테르테 덕분에 다바오시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보다 더 진보적이고 포괄적인 사회복지 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바오 처형단[2]이라는 자경단과의 연계로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본인이 직접 사람을 죽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사실 범죄에 대한 강경한 입장으로 비쳐줘 오히려 선거에 도움이 되었다. 대부분의 경우 두테르테 행동이 부정부패를 근절하거나 맞서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간주되었다. 국가 교육체계가 국민의 사고와 정치 신념의 자유를 억압하고 공산주의 색출과 빨갱이 공포가 만연한 국가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초의 중도 좌파[3]사회주의 대통령을 자처하며 아무런 우려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공산주의자들에게 중요한 각료직을 맡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민다나오의 진보주의자와 공산주의자에게 있어 서로 연대와 지지를 보냈던 그들의 역사가 오래되었고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두르테르는 역사적 불의가 필리핀 무슬림과 원주민들이 무기를 가지고 독립 투쟁을 계속하는 이유라고 정확하게 언급해서 무슬림 분리주의자와 원주민에게 꽤 인기가 있다. 두르테르 선거운동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것은 신뢰성, 좋은 거버넌스, 친민중적 의제였다. 이는 이주 노동자, 지역 노동자, 농민과 모든 부문의 광범위하고 자발적인 재정과 여러 지원을 이끌어냈다. 심지어 두르테르의 여성 편력과 조소, "강간 - 농담"으로 여성 인권 단체의 분노를 일으켰지만 여성의 지지까지 얻었다. 두르테르 지지자들은 그가 비난당할 때마다 그를 대신해 극렬하게 맞서 싸우고 위기에 잘 대처했다.
사람들은 두테르테가 보여주는 거칠고 남성 우월적이고, 투박한 모습 등의 겉모습 속에는 아픈 아이와 노인을 보고 눈물 흘리고 약자를 보호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본인이 해야 할일을 사심 없이 해 나가고 위기에 처했을 때 손을 내밀어주고 부끄럼 없이 자신의 부모 무덤 앞에서 마음 놓고 우는 따뜻한 감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믿는다. 심지어 취임하기 전에 두테르테는 지금까지 신념대로 살아온 것처럼 자신의 선거공약을 실천하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 주었다. 사회 프로그램 부서 내각은 저명한 진보인사와 좌파 성향의 사람들을 임명하였다. 필리핀 공산당(CPP)-신인민군(NPA)-전국민주전선(NDF)와의 평화회담 준비가 시작되었다. 두테르테는 평화와 국민 화합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대등한 관계와 중립성을 가지고 대화로 약속을 적극적으로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혁명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군국주의 방식이 무장혁명 47년 투쟁을 종식시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무력 충돌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모든 정치범의 석방과 좀 더 독립적인 외교 정책, 계약직과 비정규직 노동 철폐, 조세 강제 징수와 조세를 최소화, 보다 효율적인 정부 서비스를 구축, 법을 수호하고 법을 위반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속한 처벌,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 산업 시행, 토지개혁, 사회적 편익 등을 선언하였다. 이것들이 필리핀을 희망적이게 만들 것이며 변화는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러한 모든 긍정적인 선언과 선의에도 불구하고, 두테르테가 파시스트적인 것은 분명하다. 남성 우월주의와 공격적인 유머 또한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영속화할 것이다. 퇴임 대통령 베니그노 아키노 3세 정권의 경제 의제를 계승하겠다는 그의 입장은 분명하다. 즉, 미국과 여러 제국주의 국가들이 필리핀에 강요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민중을 억압하기 위해 고수하겠다고 한다. 해외 필리핀 노동자 부서 설립은 필리핀 노동 수출을 간소화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어서 인간을 상품화하고 노동자들끼리 싸우게 하여 임금을 억제하는 신자유주의 의제를 지원하며 투쟁과 피를 대가로 쟁취한 노동 계급의 승리를 무력화 시킨다.
두테르테의 국가 화합 강령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이 행정부가 약속한 평화와 국민 화합이 완전히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반민중적 정책 실행자로 잘 알려진 인물들이 내각 요직을 차지하고 있고 군대에서 악명 높은 폭압 수단들이 여전히 그의 행정부에서 행해지고 있다. 마니 빌라(Manny Villar)와 글로리아 아료요 (Gloria Arroyo)와 같은 관료 자본주의자들이 두테르테 선거운동을 일부 지원했다고 한다. 두테르테의 경제정책이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진보주의자도 필리핀 민중도 희망을 조직하거나 경계 태세를 늦춰서는 안 된다. 영원한 평화와 정의가 단순한 개혁이나 리더십 변화로 달성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가장 끈질기고 단호하게 과학적 투쟁을 통해서만이 성취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 투쟁은 국가 폭력에 끊임없이 맞서왔고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모순은 항상 존재하지만, 대통령뿐만 아니라 권력을 쥔 사람들의 이익과 민중의 이익은 직접적으로 반한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그들의 관심은 권력을 지속하고 현 억압체계를 유지하는 것이며 우리의 관심은 그 억압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필리핀인들이 고마워하는 것이 있다면,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으로 숨 쉴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즉, 대중에게 현 체제에 대한 대안이 있다는 것을 교육할 기회와 이를 배울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더 인간적이고 정의롭고 공평하고 민중의 요구에 복무하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 필리핀인들은 진정으로 참여하고 그들이 원하는 변화를 구축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우리가 특히 진보주의자들이 그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대중을 교육하고 사회주의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또한 민중들의 이익을 최대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도 사람들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잠정적 이익 달성에도 매진해야 한다. 기존 체계가 핵심부터 썩었음을 폭로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범죄, 부패, 빈곤, 사회 복지 부족, 사회 문제 등은 자본주의 체제 전반에 나타나는 증상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 본 글은 국제전략센터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