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글: 래리 로젠버그(해외통신원, ISC)
번역: 황정은(사무국장, ISC)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지 거의 3개월이 흘렀다. 미국의 좌파는 어떻게, 그리고 왜 트럼프가 당선되었는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그리고 불확실하고 위험한 이 순간 가장 효과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여전히 논쟁하고 있다.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트럼프의 행동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의 수백만 국민에게 매우 해로울 수 있다. 미국을 중국과 충돌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으로 이끌 수 있고, 중동과는 전례 없는 수준의 갈등을 유발 할 수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여러 가지로 큰 해를 끼칠 수 있지만, 특히 세가지 우려스러운 전개가 예상된다. 첫째, 트럼프는 미국이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취한 조치를 방해하거나 되돌릴 수 있다[1]. 둘째, 트럼프의 대법관 후보자 명단은 강경한 보수인사만을 임명하겠다는 대선공약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다[2]. 셋째, 트럼프는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3].
우리가 처한 상황이 심각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에서 교훈을 배우고 분석하는 것, 그리고 트럼프 정부와 국회가 취할 행동을 가늠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저항을 조직하며, 미국 국민이 트럼프가 몰고 올 현상에 반격할 수 있도록 운동을 만들고 강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메시지와 프로그램, 실천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현 상황에 이르게 된 원인과 트럼프가 승리한 이유는?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트럼프가 승리했지만, 선거 결과는 막상막하였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주에 흩어져 있는 약 10만표를 (다른 주의 표로) 바꾼다면 힐러리 클린턴이 신승을 거두었을 것이다. 더구나 클린턴은 트럼프보다 3백만표를 더 받았다[4]. 트럼프가 선거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부여 받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승리 요인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도 많은 분석을 했지만, 특히 중요한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유권자 다수는 트럼프가 지긋지긋한 현 상황을 빠르게 뒤엎고, "(대다수가 살고 있는 삶을 전혀 경험해 본적이 없는 부자임에도)아웃사이더"로서 지난 몇 십 년간 소외되어 온 사람들을 위해 나설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다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혐오, 인종차별주의, 외국인 혐오, 반낙태와 반이민 입장에 끌렸다. 일부 주요 경합주에서는,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트럼프의 입장이 해외로 공장이 이전한 지역에 거주하는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주로 공장자동화로 인해 미 제조업 분야의 고용이 상당부분 줄어들었는데도 말이다. 이와 비교했을 때, 클린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있었다. 클린턴이 오랫동안 기득권 세력에 몸담았으며 월스트리트와 가깝다는 것, 그리고 포퓰리스트적 입장은 단지 버니 샌더스와 경선을 치르기 위해서 채택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예: 보류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뒤늦게 반대)과 (좌파에서 볼 때)강경한 군사정책을 펴왔다는 점이다[5].
오랜 기간 동안 민주당이 군사모험주의에 우호적으로 행동하고, 메인스트리트(중소기업이나 중산층의 실물경제_역주)보다는 월 스트리트(금융권)에 충성하고, 뒤쳐진 수백만의 운명은 신경 쓰지 않았다는 점은 민주당이 우파 포퓰리즘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샌더스처럼 분명하고 일관성 있게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한 인물이 대선 후보가 되었다면, 트럼프 같은 정치인을 이길 수 있었을지도 모르며 미국의 정치를 재정비하는 역사적인 길을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암울한 미래를 암시하는 트럼프의 대선 전 발언과 임기 초기 행동
트럼프 내각 인선 명단을 보면 폭넓은 우파 의제를 빠르게 추진하려는 의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마치 국민으로부터 그렇게 행동할 권한을 받을 것처럼 보이지만, 트럼프는 국민의 46%의 지지만을 얻었다. 사실상 거의 모든 트럼프 내각 후보자들이 (임명동의안 통과 시), 기후와 환경 문제, 공교육, 시민권과 노동권, 의료보험, 그리고 소득불평등과 같은 분야에서 진보와는 정반대되고 진보의 방향을 막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6].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트럼프 정부는 백악관 홈페이지에 시민권, 성소수자 권리, 기후변화를 언급한 부분을 모두 삭제했다. 트럼프는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이란 핵협상과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철회할 것을 언급했다. 또한, 이슬람교인이 미국으로 입국하는 것을 금지하고자 했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 성사된 쿠바와의 역사적인 협상을 뒤집을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국기를 태우는 행위(대법원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정치적 표현이라고 인정한 행동)를 한 사람들의 시민권을 박탈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기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세금을 삭감할 것을 제안했다.
트럼프 언론담당비서와 “대통령 자문관”은 트럼프 정부가 사실에 얽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언론이 트럼프와 대통령 자문관의 거짓말을 지적했을 때, 그의 팀은 더 많은 거짓말을 했고, 기자들이 대통령에게 접근할 수 있었던 전통적인 권리를 차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여론조사는 대부분의 트럼프 지지자는 그가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 믿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향후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현재까지 트럼프의 행동은 언론의 자유, 환경 보호, 양질의 교육과 의료에 대한 접근권, 노동자와 소수자 권리, 저소득 노동자가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는 멕시코와 중앙 아메리카에서 미국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한 장벽 건설 계획의 추진을 망설이지 않았다.
트럼프와 러시아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말한 “미국 우선주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쓸모 없다”는 공표가 적어도 어떤 면에서는 미국이 고립되는 방향으로 가길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어떠한 고립주의도 전체 그림의 일부에 불과함이 분명하다. 예를 들면, 트럼프는 최근 미중앙정보부(CIA)가 대 이슬람국가(IS) 조치를 강화할 것을 독려했다.
이렇게 압도적으로 암울한 전개에도, 트럼프 정부는 최악의 정책을 시행할 준비가 된 예스맨으로만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상원이 국방장관으로 승인한 제임스 매티스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서 두 개의 국가 해결책을 옹호하고, 이란 협상을 유지하고자 하고, 고문을 반대한다. 즉, 공화당의 강령과 트럼프의 입장과 모두 부딪힌다. 무역 문제와 관련해서, 트럼프는 전임 정권에서 장기간 공들인 TPP를 철회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고자 한다. 트럼프의 예측불가능하고 매일 달라지는 입장은 그가 중요한 사안에서 전통적인 보수주의 입장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뜻한다.
트럼프의 약점이 중요할 것이다. 트럼프는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장악하고 있었음에도 역사적으로 낮은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했으며, 그의 정책 중 일부에 대해서도 공화당 내에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트럼프는 독재 권력이 없고 그의 계획의 순조로운 출발을 보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 중 일부는 (지금까지는 소수) 그들이 그 동안 의지했던 정부 사업에 대한 접근권을 잃을 수도 있고, 결국 트럼프가 자신들의 구세주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당연히 미국 진보 활동가 중 다수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심각함에 낙담한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도 역시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이 나아갈 방향과, 반동의 상승, 이 땅에서 위협받는 다수의 사람들, 그리고 세계의 운명에 대한 진정한 우려와 두려움이 존재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는 현재,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더 중대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좌파는 진보적인 안건을 지지하기 위해 사람들을 조직하는 것보다는 상황이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데 온 노력을 다 해야 할 것 같다.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경선에서 예상치 않게 약진하면서, 일부 활동가가 민주당으로 진출했고, 지방 정부에 출마했으며, 기업의 권력을 대폭 약화시키고 미국의 호전적 성향에 제동을 걸 후보를 위한 지지 세력을 구축했다. 과장 없이 이야기 해도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샌더스가 놀라울 정도로 많은 지지를 얻었고, 수백만의 미국인이 나이든 사회주의자이자 유대인이 기득권을 위해서가 아닌 실제로 그들을 위해 통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샌더스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면, 그렇게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 샌더스 지지자들은 민주당을 장악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현재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미 성공을 거두었다[7]. 전국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해가 될 미국의 군국주의와 경제 정책 지지자를 후보로 추대하는 시대가 끝날 수 있다. 진보적인 포퓰리스트 의제가 우파의 포퓰리스트를 이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저항이 중요해지면서 여러 진보 단체에서 놀랍고도 그 동안 매우 필요했던 활동들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활동력을 높이는데 어려움을 겼었던 단체들에는 새로운 자원자가 많이 들어왔다. 정치적으로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았던 개인들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소수자와 다른 그룹에 반하는 조치를 취하는 트럼프의 망령으로 진보 단체들은 그러한 공격에 저항하기 위해 사람들을 폭넓게 조직했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연대를 표하며 함께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사람들을 조직하고, 가만히 있지 않으며, “트럼프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다. 수백만의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다른 소수자, 이슬람교인, 이주민, 노동자, 여성, 성소수자, 기후변화 활동가, 그리고 다양한 이슈를 걱정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지금 저항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항상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우리는 국가 또는 주의회 의원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거리로 나와서 우리가 우려하는 점을 전달해야 하고, 우리가 가진 자유를 보호하고, 자유를 확대하는 것을 보장하고, 모두의 경제적 안녕을 개선 및 보장하고, 미국이 불필요하고 반생산적인 전쟁을 막기 위해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좌파는 지난 수십 년간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더 많은 권력과 영향력을 갖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여러 중요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었지만[8], 다수에게 호소할 수 있는 분명한 진보적인 제안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투표할 때 종종 자신의 이해에 반하는 표를 던진다는 것과, 트럼프의 승리에 기뻐하는 다수가 몇 년 후에는 그렇게 기뻐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 진보적인 포퓰리즘의 원칙을 세부화 하는 것, 그리고 이 사회에서 더욱 뒤쳐진 사람들도 지지할 수 있는 원칙 및 그와 관련된 정책 제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향 후 몇 년간 좌파가 집중해야 할 핵심 사안이다.
다양한 유권자가 협력하여 집단적인 힘을 강화해야 한다. 트럼프와 맞서 싸워 이기고 미국과 세계에서 미정부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대중 기반의 진보적인 운동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우파의 정책과 행동의 맹공에 저항해야 하며 진보적인 포퓰리즘의 비전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지지를 얻어야 한다.
- 트럼프는 기후 변화에 대해 ‘중국이 이익을 얻고 미국 경제에는 손해를 입히는 거짓’이라고 말했고,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빠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한, 내각에 석유 및 가스 산업과 오랫동안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인사와 연방 환경규제와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기 위한 정부 정책에 명백한 반대를 표명한 인사를 지명했다.
- 대법관은 종신직이기 때문에, 트럼프는 수십 년간 보수가 대법원을 통제할 수 있고 일부 진보적인 정책과 프로그램을 (가끔) 법으로 제정되는 주요 통로를 막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트럼프의 인선으로 법원에서 이루어진 과거의 승리를 무효로 만들고 매우 위험한 법을 새로 제정할 수도 있다.
- 어떤 대통령도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지만 트럼프의 다혈질 기질, 판단 부족, 변덕스러운 성격은 이러한 끔찍한 재앙을 가능하게 만든다. (내각에서) 트럼프의 명령과 그에 따른 미사일 발사를 막을 사람은 거의 단 한 명도 없다.
- 클린턴을 지지하는 미국 내 일부 지역(대부분 서부해안과 북동부지역)에서 나타나는 문화, 가치, 그리고 상대적으로 큰 경제적 역동성에서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다수의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유권자, 농촌 지역 거주자, 소득이 정체된 유권자가 트럼프에게 많은 표를 던졌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유권자들이 진보적인 선거 공약에 많은 지지를 보냈다는 점이다.
- 이 외에도 주요하게 작용했던 이슈들 중에는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편파적 경선 운영, 트럼프 현상에 치우친 언론 보도, FBI국장의 방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많은 곳에서 소수자의 투표권 박탈된 점 등이 있다. 클린턴은 성차별주의와 근거가 거의 또는 전혀 없는 주장에도 맞서야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것이 패배에서 큰 역할을 했다.
- 트럼프 고문단의 면면을 살펴보면,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인사, 공교육 약화를 위해 힘써온 교육부 장관 지명자, 기본 시민권에 오랫동안 반대해온 법무부 장관 지명자, 2천만명에게 새로운 의료 보험을 들 수 있게 했던 부분적인 진보를 철회하려는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 오랫동안 노동법을 위반하며 기업을 운영해온 노동부 장관 지명자, 골드만삭스에서 파트너로 일했던 전 헤지펀드 매너저 등이 있다. 트럼프는 정착촌 건설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인사를 이스라엘의 대사로 지명하고자 하며, 자신의 수석전략가로 극우주의자이며 반유대주의자를 선택했다.
-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확실히 앞으로도 민주당 기득권에 맞서 열심히 싸워야 할 것이다.
- 진보주의 운동은 여성과 성소수자 권리, 최저임금, 환경보호, 원자력, 그리고 (수십 년 전에는) 베트남 전쟁 종식과 관련해 승리를 쟁취했다. 또한, 무상고등교육, 더 나은 공립학교, 단일보험자 의료 보험, 군사력 행사 제한과 관련해 상당한 지지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