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번역] 북한의 비핵화인가, 한반도의 비핵화인가
번역: 이로미(국제팀, ISC)
* 본 기사는 언론 플랫폼『아고라』의 “「北」の非核化か「朝鮮半島」の非核化か” (http://agora-web.jp/archives/2031803.html)를 번역한 글입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북한을 방문한 한국 특사단(단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비핵화 의지를 처음으로 밝혔다”라는 소식이 크게 보도되었다. 한국에서는 북한 비핵화가 핵 실험을 포함하여 현재 가동 중인 영변 핵시설의 전면 중단까지 검토하는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여 환영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언급이 과연 “북한 비핵화”라는 말인지 아니면 “한반도 비핵화”를 시사하는 말인지 의문이다. 청와대 대북 특사단의 보고로는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
남북, 북미 정상 회담 개최 일자가 가까워지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말한 비핵화는 후자일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핵 포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꺼내들지 않을까?
그렇다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다른가. 전자의 비핵화 대상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핵 관련 활동 개발 정지를 뜻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한편, 후자의 경우 북한의 핵 관련 활동뿐만 아니라 그 연장선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주한 미군이 한반도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한반도 비핵지대화 구상으로도 이어진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어떤 비핵화를 놓고 협상할 생각일까?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측 목소리는 “북한 비핵화”이지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북한 비핵화를 한반도 비핵화로 연결할 경우 어떻게 할까? 주한 미군의 핵우산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북한 측에 일정한 핵 활동을 허용할까?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핵무기를 해체하라”고 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즉각 “미국도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가? 미국은 가져도 되고 우리는 가지면 안 된다니, 불평등이고 불공정하지 않느냐?”라고 따져 묻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딱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트위터에는 “북한은 독재 국가이고 세계의 무법 국가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지만 천하의 트럼프 대통령도 눈앞에 김정은 위원장을 두고서는 한 마디도 못할 것이다.
이 두 가지 비핵화 문제를 북미간 논의할 때 북측 주장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있다. 핵 확산 금지 조약(NPT)의 불평등성을 꼬집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핵보유국과 비보유국 사이에는 엄연한 불평등성이 있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에는 개발과 보유를 금지하고 엄밀한 감시 체제로 관리하지만 핵보유국에는 새로운 핵 실험 및 개발의 일시 중지 이상의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현재 핵태세 검토 보고서 [1] 작성에 착수했다. 북의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이 미국 본토까지 미치지 않는 한 북한 핵 전력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 규탄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비핵화를 한반도 비핵화로 연결 지을 경우 “가까운 장래”의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할지도 모른다(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사전에 한일 양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거부하고 북한 비핵화를 강요할 경우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 정상 회담의 실패를 미국 측의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선전할 것이다.
북미 정상 회담의 초점은 김정은의 비핵화 진정성을 탐색하는 데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까지 파고드는 협상을 하느냐의 문제로 옮겨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에 와서 한-북-미 3자 정상회담을 제안한 배경에는 한반도 비핵화와 주한 미군 완전 철수 추진이라는 암묵적 합의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성립되었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억측이 생긴다.
편집부 안내: 이 기사는 하세가와 료 씨의 블로그 <빈(Wien) 發 ‘컨피덴셜’> 2018년 3월 26일 기사를 옮겨 실었음을 밝힙니다. 원문을 보고자 할 경우 http://blog.livedoor.jp/wien2006/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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