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데모스 화상간담회] 스페인의 포데모스, 지금 어디에?
2019년 6월 19일 국제전략센터와 정의당서울시당 세계진보정당연구모임, 세계진보정치포럼에서 다비드 뻬레힐 포데모스 국제사무국 당직자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비드 뻬레힐은 포데모스 국제사무국의 창립 멤버로 2011년 인디그나도스 운동(15M 운동) 당시 리얼데모크라시나우라는 좌파 그룹에서 활동했다. 현재는 포데모스의 국제사무국의 일원이자 언론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번 화상 인터뷰는 4월 28일 치러진 스페인 총선과 5월 지방선거, 그리고 유럽의회 선거의 결과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진행되었다.
뉴스 업데이트: 선거 이후 100일이 넘게 스페인의 사회당(PSOE)과 포데모스는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했다. 9월 23일까지도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한다면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
포데모스는 사회당(PSOE)과 국민당(PP)에 대한 반기득권정당으로 창당해 2014년 EU 의회 선거에서 정치판에 등장했다. 하지만 5월 23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유럽 의회 선거 결과 극우정당인 복스(Vox)가 국민당과 사회당의 대안이라고 자칭하며 약진했다. 포데모스가 국민당과 사회당의 대안으로서의 지위를 잃은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다시 얻을 수 있는가?
포데모스는 15M운동 이후 2014년 창당했다. 당시 스페인은 경제 위기를 포함해 여러 가지 위기를 겪고 있었다. 스페인에서만 발생한 위기가 아니라 유럽 전체 차원의 문제이기도 했다. 또한 40년 간의 프랑코 독재가 끝나고 독재 잔재 청산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스페인의 역사에서 이어져 오는 위기도 있었다. 민주주의 체제로 바뀌었지만 구체제 인사가 기득권을 잡고 부정부패를 일삼았던 것이다. 그 때 이후로 스페인은 보수적 농촌 지역이 진보적 도시 지역보다 더 많이 대표되는 선거 체계가 자리잡았다. 또한 일반 시민들이 그들을 대표하는 정치인들과 만나 이야기가 나누고 계획을 시작하는 것이 힘들었다. 정치인들은 거리의 사람들과 접점이 없었지만 선거 체계로 그들의 자리는 보호되었다. 이는 정치인들이 부패한채로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더구나 이미 독재 시절 기득권을 잡던 기성세대가 젊은 층의 참여를 막아 그들이 참여할 공간이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스페인에서 15M 운동 당시는 문화적, 경제적으로 변화를 겪던 시기이다. 위기가 심각했던 만큼 권력 체계의 변화에 대한 가능성도 컸다. 15M 운동은 장기적 측면에서의 사회 변화를 추구했다. 사회운동 진영에서는 복잡한 이슈를 해결해 나가고자 했고 그 중 강제 퇴거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에 주거문제를 먼저 해결하려 했다. 사회운동 진영과 15M 운동 진영에서는 변화에 대한 요구가 나왔지만 기성세대는 이러한 요구를 무시했다. 포데모스 창립자들은 변화를 만들어 내는데 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런 운동의 에너지를 모아 포데모스를 창당했다.
그래서 포데모스는 새롭게 대두된 민중의 요구를 받아안고 시작했다. 첫 번째 요구는 민중권력이라는 개념으로 이야기하는 완전한 민주주의이다. 민중이야 말로 경제 위기와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직접 겪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민중권력을 실현시키는 완전한 민주주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당시 이 메시지는 좌우를 막론하고 스페인 정치제제가 위기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메시지는 효과적이었다. 그래서 포데모스는 새로운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내걸었고 창당 2년만에 치러진 2016년 선거에서 20%의 지지율로 제 3당이 되었다. 스페인 사회당의 뒤를 바짝 쫓는 결과였으며 스페인 좌파정당의 역사에서도 아주 좋은 성과로 기록이 되었다.
하지만 2016년 총선 이후새로운 영토 문제가 대두되었다. 우리의 역사는 좌우문제뿐만 아니라 카탈루냐와 바스크 지역의 스페인 민족주의와 다른 민족주의 문제도 있었다. 3년 사이 많은 위기를 겪으면서 사회적 이슈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슈가 이런 문제에 가려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2018년 4월 28일 치러진 총선 결과로 370만표를 득표해 14% 지지율을 획득했지만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이후 집권한 사회당 정부와 연합하지는 않았지만 반보수, 반부패라는 큰 틀에서 최대한 연대했다. 최저임금과 같은 법제정 문제에서 목소리를 냈고 연대를 통해서 보수 정권을 몰아냈다. 포데모스는 사회당 정권을 사회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요구로 왼쪽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맡았다. 사회적 프로그램, 경제, 사회적 경제, 직접 민주주의를 제고할 수 있는 제도를 요구했고 그 중 성과는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해 최저 임금을 22% 올린 것이었다. 하지만 강제 퇴거 문제로 공공주택 제도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사회당은 금융권의 압력을 받아 이뤄내지 못했다.
최근에 포데모스의 성적은 10%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사회당과 연대할 정도의 충분한 의석은 확보했다. 이번 선거에서 프랑코 독재 이후 극우 정당이 처음으로 원내에 진출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하지만 지금 유럽의 정치지형을 보면 극우정당은 스페인뿐만 아니라 헝가리와 이탈리아, 프랑스에서도 원내에 진출했다. 유럽 전반적으로 정체성의 문제로 극우정당이 약진하면서 새로운 위기에 직면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지금은 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미래에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어떻게 되고 싶은가에 대한 새로운 프레임을 짜야한다. 15M 운동을 통해서 얻은 교훈은 스페인의 국민 구성원은 다양하지만 15M 운동에서 하나로 뭉쳤다는 것이다. 정체성만 본다면 나눠졌겠지만 15M 운동 하나로 융합되어서 조화롭게 행동을 했던 가치를 위해서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위해서 함께 싸웠다. 국가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민자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해서가 아니라, 장벽을 쌓고 서로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사회를 바꿔나가야 한다.
포데모스에게 2019년 선거 결과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선거 결과가 포데모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포데모스는 4년 후 다음 선거까지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다음 선거를 넘어선 포데모스의 비전, 전략, 전망은 무엇인가?
5월의 유럽의회 선거와 스페인의 지방정부, 지자체 선거까지 있었다. 선거 결과 극우정당 복스(Vox)가 큰 위협으로 등장했지만 지방 선거에서 6%정도 득표하면서 포데모스의 10% 득표율보다는 낮았다. 선거에서는 특히나 포데모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주주의 구현이나 경제 변화 이슈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알리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승자는 분명 역사가 긴 사회당이다. 이번 선거에서 사회당은 포데모스의 전략과 가치가 유권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는 것을 보고 비슷하게 전환했다. 또한 스페인 민족주의적인 태도를 드러내며 영리하게 선거를 치렀다.
포데모스는 실제로 정부에 들어가서 일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포데모스는 아직 존재하며 정부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운동이 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포데모스가 정당으로서의 사회당과 연계하면서 변화의 요구를 실현해 나가려 하고 있다. 현재 사회당과는 일종의 협약을 체결하려 한다. 여러 가지 요구 중에 스페인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또한 역사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스페인의 역사는 독재와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투쟁의 역사이다. 이에 대해 더 많이 교육해야 한다. 포데모스는 ‘다양한 방식의 민주주의 가능하다’, ‘부모세대와 함께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로운 사회 운동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실제로 도시에서와 농촌에서의 서민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계속 연구해 나가야 한다. 거기에서 터져 나오는 새로운 사회적 요구들도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민주주의에 대해 책에서 얻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라는 것은 사람들이 무엇을 결정할 것인가, 1%가 아니라 99%의 시민이 권력을 가지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가라는 문제가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2016년 촛불항쟁 이후 항쟁의 에너지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일상에 존재한다고 보는데, 스페인의 15M운동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볼 수 있는가?
15M 운동의 눈에 보이는 활동은 2013년에 끝났다. 하지만 당시에 터져나왔던 요구들이 해결되었는가? 아직이다. 지금도 사회 변화에 대한 요구가 있다. 또한 15M 운동 이후, 보수 정당까지도 당내 경선을 시작했고 유권자의 이해와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서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다. 이는 포데모스가 최초로 도입했던 것이다. 또한 주택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택 문제를 해결을 위한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지점에서 15M 운동의 에너지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체제 문제이고 이러한 문제를 실제로 겪는 것은 국민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15M 운동의 정신은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15M 운동 당시 나왔던 사회 문제들을 포데모스뿐만 아니라 모든 정당에서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정도가 되었다. 신생 정당이든 기성 정당이든 이러한 인식을 가지게 되는 수준까지 온 것이다. 당시에는 15M 운동과 사회 운동이 앞서서 문제를 제기했고 좌우 막론하고 민중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지금은 이런 운동의 에너지를 제도 권력에서 실현해 나가는 과정을 겪고있다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