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번역] 시민사회, 백신 아파르트헤이트가 계속되는 한 ‘변이는 끝없이 몰려올 것’ 경고

본 기사는 Common Dreams의 Campaigners Warn of 'Wave After Wave of Variants' as Long as Vaccine Apartheid Remains를 번역한 것입니다.

글: 제이크 존슨

번역: 심태은(번역팀장, ISC)

지난 12월 5일, 한 인도주의 단체 연합은 부유한 선진국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특허권 면제 방해를 중단하고 생명에 직결되는 백신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즉시 보급하지 않으면 세계에 “변이가 끝없이 몰려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니 비아니마 유엔에이즈계획(UNAIDS) 사무국장 겸 민중백신연대(People's Vaccine Alliance, 전 세계 수십여 단체 참여) 공동의장은 “기존 방식대로 한 결과 제약 기업에는 막대한 이익이 돌아갔다. 그런데도 수많은 사람이 백신 접종을 못 했다는 것은 곧 코로나바이러스가 계속 변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리셋 버튼을 눌러야 한다”고 했다.

민중백신연대의 경고는 심하게 변이된 오미크론 변종이 최근 발견되고 40여 개 국가로 퍼진 데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동 환자가 심각할 정도로 치솟는 등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제기되었다. 오미크론 변종이 지난달에 처음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이후 미국의 약 1/3 지역에서 해당 변이가 보고되었다.

오미크론 변이는 전 세계의 빈곤층과 취약계층에게는 재난이지만, 백신 제조법을 개발도상국과 공유하기를 거부한 미국의 화이자, 모더나의 주요 투자자에게는 절호의 기회이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공적 자금을 들여 개발한 자사 백신을 오미크론 변이에 맞게 신속하게 변형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아나 매리어트 옥스팜 인터내셔널 보건 정책국장 겸 민중백신연대 대변인은 거대 제약 회사의 계획에 “제일 비싼 값을 부르는 일부에게만 판매하고 가난한 나라는 뒷순위로 미룰 텐데 새로운 백신을 100일 이내에 개발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역으로 던졌다.

그러면서 “지난 21개월간 이 실수를 바로 잡지 못했다. 그러나 부유한 선진국이 솔선하여 제약 회사가 다른 적격 제조업체에 과학기술을 전수할 것을 주장하며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전 세계 모든 인구에 백신을 접종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을 종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중백신연대는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백신을 접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오랫동안 주장했다. 오미크론은 다섯 번째 코로나바이러스 변이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우려 변이”로 지정되었다.

아프리카 민중백신연대의 마자 세요움은 12월 5일에 발표한 성명서에서 “비싸고 공급이 제한적인 백신을 경쟁적으로 사들여 자국민은 보호하면서 다른 국가의 상황을 외면하는 것은 더 많은 변이, 변종, 봉쇄, 인명 손실로 이어지기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세요움은 “제약 회사의 독점과 이윤 추구로 아프리카와 다른 개발도상국의 백신 접종을 가로막았다”며, “지금이야말로 제약 회사와 부유한 선진국이 인명 보호를 우선시하고, 이윤, 독점, 자신들만 보호하면서 다른 국가에서는 코로나19가 날뛰게 내버려 두는 패착을 중단하여 팬데믹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과학정보분석업체 에어피니티(Airfinity)에서 새로 발표한 데이터를 민중백신연대에서 검증한 결과,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확보한 백신 물량은 이 지역 인구의 1/8만을 완전 접종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부유한 선진국은 인구 대부분에 백신 접종을 완료했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로 부스터 샷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부유한 국가는 저소득 국가가 2021년에 확보한 총 백신 물량보다 더 많은 부스터 샷 물량을 4개월 만에 접종했다.

저소득 국가가 1차 접종을 하는 것보다 6배는 많은 백신이 부스터 샷에 활용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전 세계적인 팬데믹 종식에도 큰 위협”이라고 존 마크 음와니카 우간다의 운수 및 일반 노조 연합(Amalgamated Transport and General Workers' Union, ATGWU) 프로그램 국장이 말했다.

음와니카는 “스스로 백신을 개발할 권리를 박탈당한 국가의 과학자들이 신종 오미크론 변이를 최초로 발견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며, “우리는 지금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에 직면했으며 특히 남반구의 노동자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2년마다 주관하는 장관급 회의가 오미크론의 빠른 전파를 이유로 연기되어 WTO가 현재 논의 중인 백신 특허 면제 제안을 더욱 지연시킬 것이 우려되고 있다. 인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주도한 이 제안이 통과되면 개발도상국을 희생시키고 전 세계 백신 생산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받았던 지식재산권 규정의 효력이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민중백신연대와 200여 개의 단체는 특허권 면제 제안을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유럽 연합(EU)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공동 성명서에서 현재의 지식재산권 체제가 “시급하게 필요한 백신, 진단 검사, 치료의 공급을 인위적으로 부족하게 만들어 불필요하게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EU는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를 방해하지 말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역사는 팬데믹 종식보다 고장 난 시스템을 유지하기로 한 자를 용서하지도, 잊지도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