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의 두 얼굴
배재홍(정책연구팀)
노동자, 서민,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요즘 경기침체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다.
2019년 말 COVID-19가 발생하고 전 세계에 확산되면서 국경폐쇄 등 COVID-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취했던 각국의 정책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노동자, 서민,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에게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의 이동이 급격히 줄어들고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식당과 카페에는 손님이 없어 문을 닫는 사례도 많았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여 경기를 회복시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노동자, 서민,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최근 뉴스에서는 물가상승 관련 뉴스가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021년 10월부터 3.2%로 상승하면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오고 있으며, 2022년 5월에는 5.4%까지 올랐다. 소비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생활물가지수는 6.7%까지 오른 상태다. 공업제품은 전 년 동월 대비 8.3% 상승했으며, 농축수산물은 4.2%가 증가했다. 공공요금인 전기·가스·수도요금도 9.6% 급등했다.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올해 초인 2월의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7.9%였다. 그러나 6월에는 9.1%까지 상승했다. 즉, 물가상승이 특정한 국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똑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물가가 상승하면 상승하는 만큼 기업의 이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2년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58조 2,910억 원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8.7% 오른 수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가 일제히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반면, 노동자와 서민들은 지속적인 물가상승이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물가상승이 이루어지면 그에 상응하는 노동자의 임금도 인상되어야 한다. 특히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높은 한국은 최저임금을 생계 걱정 없는 적정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OECD 회원국 중 저임금 노동자 비율을 보면 1위가 24.91%인 미국, 다음으로 한국이 23.5%로 2위이다. 그러나 노동자 서민의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예를 들자면, 한국의 공무직은 대략 1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의 급여를 보면 최저임금에 각종 수당을 합치고 공제항목을 공제하면 183만 원이다. 정부는 5급 이하 공무원들의 월급도 1.7%로 묶었다.
2016년부터 노동자들은 최저시급 1만 원을 강력히 주장했다. 정치권에서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이 힘을 얻었던 시기였던 2018년 최저임금 역시 1만 원을 넘지 못했고 7,530원(전년대비 16.4%)으로 인상하는 것에 그쳤다. 2023년도 최저임금이 9,620원으로 확정 고시되었다. 역시 1만 원을 넘지 못했다.
정부와 기업들은 노동자의 최저임금 인상에 적극적으로 반대 논리를 폈다. 임금인상이 물가상을 부추긴다는 논리와 물가상승이 되면 실업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게 단골로 등장하는 기업들의 논리인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논리는 허구에 불과하다. 2022년 3월 통계청 발표 보도자료에 따르면 고용율은 높아지고 실업률은 낮아졌다.
결국, 노동자의 주머니가 채워져야 물가상승에도 영향 없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축소되면 소비수요는 줄게 되고 그러면 기업들은 생산량을 줄이면서 이자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가격을 더 올리게 된다. 이 상황이 악화하면 경기가 침체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된다. 때문에 이 수요를 최소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임금은 물가상승률 또는 그 이상으로 올려 실질임금이 하락하지 않고 수요가 줄지 않도록 보전해야 한다. 노동자의 임금인상 없이는 인플레이션의 피해가 소비자 또는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경기침체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 생계의 문제, 주거의 문제, 의료 및 교육의 권리 등. 물가상승은 기업들 특히, 대기업의 주머니만 채우고 노동자 서민들에게는 생계를 걱정하는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뿐이다. 물가상승으로 노동자, 서민들은 생계가 힘들어지는 상황에서도 기업들은 자본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고, 국가가 나서서 노동자들의 저항을 막아주고 있다. 경제위기는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노동자, 서민의 착취가 없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