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운동의 시각으로 보는 브라질 룰라 3기 정부
국제전략센터는 2월 19일 브라질 무토지농촌노동자운동(MST)의 아나 차(Ana Cha)를 초청해 진보포럼을 진행했다. 아나 차는 MST에서 20년간 활동했고 현재 브라질 동북부에서 전국위원회, 국제위원회, 정치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대담과 질의응답을 정리한 기사이다.
국제전략센터(ISC): MST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영향력과 세력이 가장 큰 운동으로 알려져있다. 150만 민중을 기반으로 하며, 9만 가구가 MST 캠프에서 생활중이고, 35만 가구가 농업 개혁 정착지에 정착했다. 이 운동은 1984년 브라질의 독재 시대가 끝나고 민주화와 함께 시작되었다. MST의 토지 점거 운동은 모든 토지가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의무화한 1988년 헌법에 의거한다. 무토지 농촌 노동자가 사유지를 점령한다는 생각은 매우 급진적이다. 하지만 MST는 35만 가구를 일할 수 있는 땅에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급진적인 행동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아나 차: 토지 점거는 MST에서 주된 투쟁 중 하나이며, 사적 소유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기 때문에 급진적이다. 토지의 대부분을 소수가 소유하고 있어서 불평등이 심하다. 현재 인구의 1%가 토지의 50%를 소유하고 있다. 80년대 농촌 노동자를 조직하기 시작했을 때 사유지의 대부분은 유휴지였고, 농촌의 다수 노동자가 살 곳이 없었고 기아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래서 토지 점거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토지 점거의 주요한 목표는 정부가 유휴지를 사회화해서 토지 개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었다. 토지 점거라는 급진적인 행동에 토지 소유주의 폭력으로 다수의 활동가가 탄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헌법에 “토지 소유는 사회적 기능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토지가 생산적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다고 증명할 수 있다면 정부는 그 토지를 사회화해야 한다. 그래서 MST는 토지 점거 뿐만 아니라 행진과 집회와 같이 다양한 방법으로 정부에 압력을 가해서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사회운동이 헌법에 의거하여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토지를 사회화 할 수 있었다. 급진적인 행동이지만 합법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대중운동이었고 다수의 노동자를 조직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ISC: 법적으로 인정이 된다고 하지만 강한 저항이 있었다. 브라질 민중은 이 운동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아나 차: 일반화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40년 넘게 민중의 지지는 변화가 있었다. 활동 초기에는 우리의 활동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토지를 점거한 주변 지역의 사람들은 우리의 운동을 지지했다. 토지소유주를 제외하면 우리의 활동을 지지했는데, 불평등을 줄이고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토지를 주는 진보적인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90년대 말에 들어서는 우리의 운동이 더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무토지 농촌 노동자를 학살했던 사건이 TV에 방영되면서 많은 대중의 지지를 얻었다. 물론 언론은 우리 활동을 범죄로 그리려 했지만 대다수의 민중은 우리를 지지했다.
지난 10-15년간 농산업이 성장하면서 국제금융자본이 대농장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국제자본이 운영하는 대농장은 수출 상품만 생산하기 때문에 사회적인 기능을 충족시키지 않는다. 또한, 국제자본은 언론을 통해 자본의 논리를 선전하는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기 때문에 실제 진보적인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그래서 현재는 토지 점거 활동에 대중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활동가에 대한 폭력적인 탄압이 있으면 민중은 반대하고 나선다. 최근 MST는 건강 식품의 생산, 친환경 농업 증진, 교육 향상, 도시 빈민과의 연대 등 다양한 활동이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ISC: 노동자당(PT)이 집권했던 시기에 MST와 브라질 사회 운동에는 어떤 기회와 어려움이 있었는가? 과거의 경험이 룰라 3기 정부에 주는 교훈이 있다면? MST는 강한 민중 기반이 있는데 정당을 만드는 것을 고려해 본 적이 있는가?
아나 차: PT가 처음 집권했을 때 정부와 직접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PT정부는 사회운동의 의제에 관심이 많았고, 노동자와 농민을 보호하는 정책을 입안할 수 있었다. 물론 PT정부를 비판하기도 했지만 농지의 사회화뿐만 아니라 식량, 에너지 주택 정책을 통해 농촌 개혁의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 하지만 당시 PT정부는 사회적 화합이 주된 목표였기 때문에 대지주, 농기업의 지지를 받으려 했다. 그래서 농지 소유의 불평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현재 브라질에는 무토지 농민이 여전히 많다. 그 당시의 교훈은 MST의 활동에서 독립성과 자주성 유지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 대중의 지지를 만들고 지속적인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MST는 토지뿐만 아니라 사회개혁 투쟁을 한다. 정당이 농민과 같은 한가지 부문의 정당이 될 수 없고 더 넓은 계급적 성격을 가진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는 선거시 정당과 연대하고 지지하고, 일상시기에는 대중을 조직하고 연대를 통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한다.
ISC: 지난 10월 선거에서 MST는 당시 룰라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며 적극적으로 표를 조직했으며 선거에 후보를 내기도 했다. 총 7,000명의 인민위원회를 조직하면서 유권자를 동원했다. 또한 MST가 노동자당으로 출마했던 15명의 후보 중 6명이 당선되었다. 선거 기간 인민위원회의 역할은 무엇이었으며, 룰라 3기 정부에서의 역할은 무엇인가?
아나 차: 룰라의 대선 승리로 보우소나루가 패배해 브라질 내에서 민주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렸다. 이제는 정치 투쟁과 경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재임 기간동안 빈곤은 심해졌다. 룰라 3기 정부는 민중의 의제가 공공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한다. MST 후보 중에 6명이 당선되어서 대중적인 농촌 토지 개혁에 좀 더 이목을 끌 수 있고 큰 지지를 만들 수 있다. 현재 MST는 지금까지 해온 투쟁뿐만 아니라 제도권 내의 투쟁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도 내에서 농촌 개혁에 대한 공공정책 입안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법안을 통해서 농촌의 토지개혁과 인권, 식량 생산을 확보할 수 있다.
인민위원회는 선거를 위한 조직일뿐만 아니라 실제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민중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규정하기 위한 조직이기도 하다. 인민위원회는 공동체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공공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인민위원회와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인민위원회의 가장 큰 역할은 민중의 정치에 대한 참여를 높이기는 것이라고 말하고 한다. 이는 향후 브라질 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문화부가 다시 생겨났는데, 문화부에서 진행하는 여러가지 정책들을 각 지역의 인민위원회에서 공청회를 열어 직접 토론하는 자리를 만든다. 민중의 정치 참여를 강화하기 위해 인민위원회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대중교육이나 정치 교육 강화를 통해서 하고자 한다.
ISC: 지난 대선에서 룰라는 적은 표 차이로 당선이 되었다. 새로운 룰라 정부는 연립정부로 노동자당뿐만 아니라 다양한 당이 함께 하고 있다. 보우소나로우 전 정권과는 다른 길을 가겠지만 한계는 있을 것으로 본다. 대표적인 사회운동 진영인 MST는 어려움과 한계가 있겠지만 룰라 정부에 어떤 입장으로 참여할 것인가?
아나 차: 현재 브라질은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룰라가 처음 집권했던 시기에 만든 다양한 성과들은 많이 후퇴했다. 노동자당이 브라질 국회에서 다수도 아니고, 브라질 사회가 많이 양극화되어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기아와 실업 문제도 심각하고, 보우소나루 전 정부가 남긴 공공 자산의 손실과 다양한 법적 장애물 때문에 정부가 예산을 사회적인 사업에 사용하지 못한다. 우리는 민중들이 원하는 의제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래서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정부에 직접 정치적인 요구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투쟁이 시급하다. MST는 정부에 제공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다. 식량생산과 식량 주권, 정책 입안에 있어서 직접적으로 식량난과 문맹을 해결할 수 있는 전문성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MST는 현재 새로운 최저임금 법안 또한 투쟁으로 지지하고 있다. 다양한 위원회에 참여를 통해서 식량 생산, 공동체 지역 식당 운영, 기아 퇴치 프로그램 등과 같은 정책입안을 지원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정부가 토지 개혁, 농촌 개혁, 식량 생산의 재구성을 통해서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ISC: MST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를 중심으로 한 경제공동체인 브릭스(BRICs)에 공식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가?
아나 차: 룰라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세적으로도, 지정학적으로 브릭스의 위상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 겠지만 긍정적으로 브릭스가 강화될 것으로 본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브릭스를 미국 제국주의에 맞설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것이다. 또한 공동의 통화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브라질이 브릭스를 다극화 된 세계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각국 정부가 힘을 모아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는 국제적인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브릭스, 아메리카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 공동체(CELAC)와 같은 블록이 중요하다. 또한 사회운동, 시민단체들이 국제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국제 공동 투쟁을 벌이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ALBA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려하며, 국제민중총회(IPA)라는 국제연대단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서로간의 연결을 강화해 발전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