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민사회, 한국 정부의 이스라엘 무기 수출 중단 요구
글: 정도영(네트워크팀, ISC)
번역: 심태은(번역팀, ISC)
2023년 1월 19일, 대전시 방위사업청사 앞에서 150명의 시민이 모여 한국 정부의 이스라엘 무기 수출 중단을 촉구했다. 많은 한국인에게 팔레스타인 문제는 먼 나라 이야기인 듯하지만, 사실 한국 군산복합체는 이스라엘의 전쟁 책동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피스모모에 따르면 한국의 대표적인 방산 기업인 한화는 2021년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S)에서 이스라엘 방산 기업인 엘빗 시스템즈와 상호 기술협력·수출 기회 모색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사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이 이스라엘에 수출한 무기의 금액 규모는 4,390만 달러(약 5,700억 원)에 달한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로 25,00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으며, 이중 대다수가 여성과 아동이었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이스라엘군에 계속해서 무기를 지원하고 있으며 한국산 무기가 가자 지구에 투입되었는지에 관한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날 집회 주최 측에서 한국 정부에 요구한 내용은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 군사 협력을 중단할 것,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 즉각 휴전과 학살 중단을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 등 세 가지였다.
이날 집회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과 ‘아덱스저항행동’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10월 7일 이후 한국에서 대규모로 팔레스타인 관련 집회가 열리지는 않았으나, 여러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 그중에서도 ‘팔레스타인 평화연대’가 2주마다 열리는 연대 집회, 이스라엘 대사관 앞 1인 시위를 통해 대중적 지지를 호소하며 한국 사회 진보 단체들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에는 한국 4대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을 포함하여 총 158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번 대전 방위사업청 항의 방문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투쟁에 한국의 다양한 시민사회가 결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에서 깃발을 들고 여러 노동조합, 시민단체와 함께했다. 국제전략센터를 포함하여 많은 참가자가 서울에서 ‘평화 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내려갔으며, 이 외에도 대전과 충청 지역 활동가들이 많이 모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매섭고 찬 겨울바람을 이겨내며 자리를 지켰고, 밴드 ‘프리버드’와 ‘탄소잡는채식생활네트워크’는 노래로 참가자들의 사기를 끌어 올렸다. 참가자들은 2008~9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침공 당시 만들어진 노래 ‘우린 굴복하지 않으리(We will not go down : Song for Gaza)’라는 노래를 함께 불렀다.
김재섭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지난 몇 개월 동안 이 운동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말했다. 또한 그는 방위사업청은 시민사회가 정부에 서울 이외의 지방을 방치하지 말고 일자리와 경제 기회를 재분배할 것을 요구한 끝에 대전으로 이전했음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역시 전쟁의 참혹함을 겪었기에 “이윤만을 추구하다가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쟁 없는 세상’의 활동가 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팔레스타인 노동조합 연합에서 이스라엘 무기 제조 공장을 봉쇄하자고 촉구한 것에 영국에서 100명의 시위대가 엘빗 시스템즈의 무기 공장을 봉쇄한 것처럼, 한국도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아산공장 노동자 역시 노동자의 노동은 집단 학살이 아니라 지역 사회를 지원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발언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방위사업청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분노의 함성을 내질렀다. 이날 집회는 풍자적인 퍼포먼스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깔끔하게 정장을 입은 두 사람이 등장했는데, 이들은 각각 이스라엘과 방위사업청을 상징했다. 두 사람이 피 묻은 달러로 만든 두꺼운 띠를 들고 있었고, 활동가가 대형 가위로 이를 잘라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방위사업청 관계자에게 '한국 정부의 이스라엘 무기 수출 중단을 촉구하는 1만 명의 서명지'가 든 박스를 전달했다.
한국의 진보 진영은 지금도 꾸준하게 팔레스타인 연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 이 글은 피플스 디스패치에도 게시되었습니다.
**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참여 단체는 1월 20일 기준 158개입니다. 영어 원고가 송고된 시점의 통계와 달라 최신 통계에 맞게 정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