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나가라'고 외치는 아프리카(2024년 19호 뉴스레터)

* 본 기사는 Tricontinental: Institute for Social Research의 “In Africa They Say, ‘France, Get Out!’: The Nineteenth Newsletter (2024)”를 번역한 글입니다.

번역: 이황유진(선전홍보팀, ISC)

감수: 심태은(번역팀, ISC)

리비 오스만 루게(부르키나파소), 파파 로저, 2020

안녕하세요.

트라이컨티넨탈: 사회연구소에서 인사드립니다.

기니는 1958년 10월 2일에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아메드 세쿠 투레 기니 대통령은 자신에게 독립 포기를 강요하던 프랑스의 대통령 샤를 드골과 대치했습니다. 투레는 드골의 협박에 대해 "기니는 부유한 노예가 되기보다 가난한 자유의 몸이 되기를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1960년에 기니를 약화하고 투레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퍼실이라는 이름의 비밀 작전을 개시했습니다. 이 작전명은 더러운 것을 씻어내는 세탁 세제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이는 프랑스가 투레 정부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명백히 보여줍니다. 세네갈에서는 프랑스가 [자국을 거쳐] 기니의 반대파에게 무기를 보내는 것을 금지했으며, 마마두 디아 세네갈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프랑스 정부에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프랑스는 아프리카의 독립을 용인할 수 없었고, 반대로 아프리카의 민중도 프랑스의 지배를 용인할 수 없었습니다. 

아프리카 독립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프랑스는 나가라'라는 구호는 세네갈에서 니제르까지 널리 쓰입니다. 최근에 이 투쟁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더욱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사헬 지역의 반프랑스 정서를 다룬 노콜드워서아프리카 인민 조직의 브리핑 내용을 나누겠습니다.

브리핑 13: 자주권을 찾으려는 사헬 지역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프랑스 식민주의 잔재에 맞서 '프랑스는 나가라(La France degage!)'라는 요구는 오랜 시간 서아프리카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2018년 세네갈의 풀뿌리 운동, 신식민주의적 화폐 단위인 CFA 프랑에서 벗어나겠다는 바시루 디오마예 파예 대통령의 공약,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등에서 대중의 지지를 받는 군사 쿠데타, 그리고 2021년에서 2023년 사이 이 국가들에서 프랑스 군대가 추방된 것까지, ‘프랑스는 나가라’는 요구의 강도는 전에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사헬 지역 중앙의 군부 정권들(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은 서구의 독점으로부터 주권을 탈환(채굴 규정과 계약서 재검토 및 외국 군대 추방 등)하고 새로운 지역 협력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여러 조치에 나섰습니다.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 정부는 2023년 9월 16일에 상호 방위 협정인 립타코-구르마 헌장에 서명해 사헬 국가 동맹을 건설했습니다. 이 3국 파트너십은 2023년 7월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후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가 니제르에 가한 군사 개입과 경제 제재 위협에 대응한 움직임이었습니다.

방어 협력 협정을 체결한 세 나라는 몇 개월 후 ECOWAS 지역 블록에서 탈퇴했습니다. 몇몇 정치 평론가들은 이 지역에서 프랑스 군대가 추방당한 것을 포함하여 이런 상황의 전개가 역내 사회 안보, 경제 발전, 정치적 안정, 역내 통합을 “위태롭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헬 지역을 휩쓰는 물결 뒤에 무엇이 있으며, 이 지역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요?

선크레아(말리), 뿌리, 2016

프랑스 식민주의의 잔재

사헬 지역의 반제국주의 정서는 수년간 커지고 있었습니다. 사헬 지역에서 저항의 물결을 상징하는 니제르의 경우, 2023년 7월 쿠데타 당시 대중은 만연한 구조적 부패와 수많은 사회적 약자를 초래한 프랑스 식민주의 잔재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대부분의 부패는 세계에서도 대규모로 손꼽히는 고급 우라늄 매장량을 보유한 니제르의 탄광 산업에서 발생했습니다. 일례로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인 2014년에 마하마두 이수프 당시 니제르 대통령은 프랑스 독점 기업에 직접적으로 이득이 되는 광업 활동에 감세 조치를 내렸고, 그 대가로 간접적 뇌물을 받습니다. 한편, 니제르 주둔 프랑스군은 채광 기업의 경찰관 역할을 하고, 유럽에 이민하려는 사람들을 감시했습니다.

니제르와 프랑스의 우라늄 산업 ‘합작 투자’로 알려진 소메르(Somaïr, Société des Mines de l’Aïr)는 사헬 지역과 아프리카 전역에 남아 있는 프랑스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시입니다. 프랑스의 원자력 위원회와 두 개 기업이 소메르의 85%를 소유하는 반면, 니제르 정부의 소유 지분은 겨우 15%에 불과합니다. 니제르 인구의 거의 절반이 빈곤선 아래에 살고 인구의 90%가 전기 없이 사는 반면, 2013년 기준으로 프랑스 전구의 1/3을 밝히는 전기는 니제르산 우라늄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2023년 쿠데타 직후 니제르 국민들이 수도 니아메에서 프랑스 대사관과 군사 기지를 점령한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프랑스는 곧 군대를 철수했습니다,

에이미 소우(모리타니), 지속 가능한 에너지, 2015

자주권, 보안, 테러리즘

미국 대표단이 니제르 당국과 만나 니제르와 이란 및 러시아 간의 파트너십에 우려를 표명한 지 이틀 만인 2024년 3월 16일, 니제르 정부는 10년 된 미국과의 군사 협정을 파기했습니다. 니제르 정부는 공개 성명에서 "니제르 정부와 국민을 향한 미국 대표단의 거들먹거리는 태도와 보복 위협을 강력하게 규탄"했습니다. 덧붙여 "미국이 일방적으로 모든 협력을 중단한 상황에서 니제르 국민이 자주적으로 진정으로 테러리즘에 함께 맞설 수 있는 파트너와 파트너십의 유형을 선택할 권리를 거부하는 미국 대표단의 의도에 유감을 표한다"라고 했습니다. 또한 미국이 니제르 납세자들에게 지운 부담, 국내 작전과 미군 기지의 활동에 대한 소통의 부재, 무단 항공기 이동, 소위 '대테러 정책’의 비효율성을 협정 파기의 이유로 꼽았습니다.

미국은 2002년 범사헬 구상을 시작으로 사헬 지역에 상당한 규모의 미군 기지(이 중 9개가 니제르, 2개가 말리, 하나가 부르키나파소에 있음) 네트워크를 구축한 2007년 미국 아프리카사령부(AFRICOM)를 설립하여 아프리카 대륙에서 외국 군대로는 최대 규모의 지위를 차지했습니다. J. 피터 팜 미국 국무부 고문은 2007년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AFRICOM의 전략적 목표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그 어떤 홍보 노력도 AFRICOM이 근본적으로 초국가적 테러리즘과 아프리카의 석유, 광물, 목재에 대한 중국의 야망에 대항하기 위한 방어벽이라는 반제국주의적 우려를 잠재우기는 어렵습니다… 군사력 배치 없이 비교적 작은 네다섯 개의 기지로 AFRICOM을 구성하자는 제안은 기지 주둔국과 해당 사회에서조차 존재감이 거의 없을 것을 뜻합니다.

프랑스와 미국이 이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리비아 전쟁의 여파로 사헬 지역에는 다양한 분쟁이 일어났고, 그중 상당수가 지하디스트의 무력 활동, 해적, 밀수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프랑스와 미국은 이런 분쟁을 사헬 지역에 군사적으로 더 많이 개입하기 위한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프랑스는 2014년 사헬 G5(부르키나파소, 차드, 말리, 모리타니, 니제르를 포함한 군사 협정)를 설립하고 가오(말리), 은자네마(차드), 니아메(니제르), 와가두구(부르키나파소)에 군사 기지를 확장하거나 신설했습니다. 미국은 2019년에 아가데즈(니제르) 외곽 201 공군기지(미국 공군 역사상 가장 큰 건설 프로젝트)에서 사헬 지역과 사하라 사막에 대한 드론 타격과 공중 감시를 시작했습니다.

세계 테러리즘 지수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 중 26%와 테러 관련 사망의 절반 가까이가 사헬 지역에서 일어나 사헬 지역이 2023년에 세계에서 테러리즘에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르키나파소와 말리, 니제르는 테러리즘의 영향을 많이 받은 상위 10개국 안에 꼽힌 것은 새로 들어선 군부 정권이 실패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은 2021년과 2023년 사이 일어난 쿠데타 전부터 이어져 왔기 때문에, 이 수치는 오히려 미국과 프랑스의 군사 개입의 영향을 보여줍니다. NATO가 리비아 전쟁을 시작한 2011년과 말리에서 첫 번째 사헬 지역 쿠데타가 일어난 2021년 사이에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는 각각 테러리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국가 114위, 40위, 50위에서 4위, 7위, 8위로 급부상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의 '테러와의 전쟁'이 사헬 지역 안보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저해했다는 것이 명백합니다.

니안코예 라마(기니), 잘리 시장, 2022

새로운 파트너와 길을 찾아서

서방 국가가 아닌 다른 나라들과 점점 더 많은 안보 협력 협정을 맺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사헬 지역 민중은 서구의 군사 전략뿐만 아니라 사회 발전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 서구의 경제 전략에 환멸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니제르의 우라늄 매장량을 포함한 풍부한 에너지 자원에도 불구하고 사헬 지역의 에너지 발전율과 접근율은 세계에서도 가장 낮은 편에 속하며, 인구의 51% 이상이 전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사헬국가동맹은 방위 협정으로 시작했지만, 동맹의 핵심 관심사는 정치적 자주와 경제 성장입니다. 여기에는 공동 에너지 프로젝트를 시행한다거나 역내 민간 원자력 발전 계획 수립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부르키나파소는 이미 새로운 발전소를 짓기 위해 러시아 국영 회사 로사톰과 계약을 체결했고, 말리는 말리 방사능 보호국이 관장하는 국가 핵 프로그램을 통해 원자력 사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헬국가동맹은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말리의 대중이 거리로 나와 지지를 표명한 자주권과 자결권을 지키기 위한 시도를 나타냅니다.

이브라힘 차하마타(니제르), 기후 변화, 2015

사헬 지역에서 여러 사건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말리의 소설가 아이샤 포파나가 2006년 소설 개미탑에 썼듯이, 현대화는 과거의 방식이 가진 경직성과 지혜로 완화됩니다. 소설 개미탑에 등장하는 그리오(서아프리카에서 민족의 구비 설화를 이야기나 노래로 들려주던 사람 - 옮긴이)는 사회를 바꿀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는 젊은 남자에게 "우리는 항상 관대했다"라고 말합니다. 참을성은 필수입니다. 변화는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의 속도에 맞춰 오고 있습니다.

따뜻한 연대의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비자이 프라샤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