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 2015년, 그리고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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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국제동향 2주년 기념호를 맞이하여 국제전략센터 송대한 편집국장은 이해영 국제전략센터 자문위원을 만났다.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과에 재직중인 이해영 교수는 자유무역협정(FTA) 투쟁에 있어 전문적 지식, 분석, 그리고 이해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송대한: 농민, 노동자, 소비자, 중소기업가 등 많은 이들이 FTA를 반대했지만, FTA 투쟁에서 승리를 거둔 곳은 라틴아메리카뿐입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사회운동 세력이 미국 주도의 아메리카 대륙 FTA를 막아내는 데 성공했죠. 그렇다면 FTA를 막아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어떤 세력이 FTA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나요? 이해영: 국제적인 시각에서 보면 아버지 부시가 추진하다가 실패한 아메리카 대륙 FTA를 제외하고는 큰 규모의 FTA를 막아낸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FTA, 무역 자유화, 시장 개방,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은 신자유주의의 핵심 요소이다. 국내적으로 보면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저지했던 사례가 있다. 그러나 무역 자유화, 특히 큰 규모의 협정을 상대로 한 투쟁을 보면 승리한 예가 거의 없다. 대부분의 글로벌 자본이 있는 국가정부(EU, 미국, 일본 등)는 신자유주의 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시장개방이 돈이 되고, 그러니까 중요성을 가지게 된다. 무역 자유화와 더불어 금융시장 자유화도 이루어지는데, 이는 금융자본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신자유주의 세력은 서로 협력해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각국의 민중은 그렇지 못하다. 단결되지 못하니 투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송대한: 그렇다면 민중은 어떻게 단결하고 투쟁해야 합니까? 이해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이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에서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둘러싸고 국제적 연대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부 내에서 신자유주의 세력을 물리칠 만큼의 힘은 없다. 그러니까 결국은 투쟁에서 지게 된다. 승리한다고 해도 ISD에서 담배를 제외한다던가, 중재과정을 투명하게 한다던가 하는 정도이다. ISD에 맞서 대대적인 투쟁을 벌인 결과가 이것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TPPA를 전면적으로 막아내지 못한 점에서 시민사회가 크게 비판을 받았다.

송대한: 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해영: 한국의 경우, 대기업이 국제적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큰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 생산요소, 특히 노동력을 확보한다. 세계화는 여전히 대기업에 유효하다. 만약 세계화가 이러한 한국의 국제 자본가에게 있어서 이익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면, 상황은 변할 것이다. FTA는 대기업이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이익에 부합하게 작성된다. 변화가 빨리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국 자본주의 하에서, 내수 시장은 규모가 작다. 대기업은 세계화에 편승해서 수출기반 생산을 통해 성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이 당장 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국제 자본의 이익은 미국과 유럽 내 국제 자본의 이익과도 일치한다.

송대한: 한국은 많은 국가와 FTA를 체결했습니다. 그 중 가장 포괄적인 것이 2012년에 발효된 한미 FTA죠. 한미 FTA의 영향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이해영: 한미 FTA를 추진했던 쪽에서는 10년 간 총 5.6%의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33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환상에 불과했다. 5.6%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간 경제성장률이 0.5% 증가해야 한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성장률은 낮아졌고, 일자리도 마찬가지였다. 경제성장과 일자리라는 장밋빛 전망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대신, 혜택은 대규모 수출 자본에 돌아간다. FTA가 민생에 가져다 준 혜택은 아무것도 없다. 수출이 국내에 전혀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50~60여개의 국가와 FTA를 체결했다. 어떤 영향이 있는가? 통계만 보더라도 지난 10년 간 아무런 혜택이 없었다. 이제 FTA를 재검토하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메커니즘을 수립해야 한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새로운 FTA를 체결할 때마다 실현되는 이익은 줄어든다. 무역의 분화 때문이다. 예를 들어 A와 B라는 나라가 서로 FTA를 맺으면 A국은 B국으로부터 상품 구매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A국이 제 3국인 C국과도 FTA를 맺게 되면, B국에 향하던 수요 중 일부가 C국으로 가게 된다. 따라서 FTA를 계속 체결하지만 이익이 증대되지는 않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신자유주의가 더욱 심화되고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경제 뿐만 아니라 양질의 교육을 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번듯한 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등과 같이 모든 부문에서 양극화가 심해진다.

송대한: 최근 볼리비아에서 열린 기후변화와 대지의 권리에 대한 민중회의에 참가했습니다. 볼리비아에 있으면서, 라틴아메리카 사회가 진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제 질서에서 벗어나기란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미국의 지배를 흔들려고 하면서도,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여전히 현재의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다른 국가와 관계를 쌓고 있습니다. 이해영: 라틴아메리카에는 서로 다른 부류가 있다. 하나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처럼 세계 체제에 통합되고자 하는 부류이고, 베네수엘라와 같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반대하며 인민무역협정과 같이 대안을 추진하는 부류이다. 이 중간에 있는 국가들도 있다.

베네수엘라의 인민무역협정은 상품만이 아니라 의사와 의료 서비스까지도 교역의 대상이 되는 새로운 형태의 무역협정이다. 라틴아메리카를 한 국가처럼 보기는 어렵다. 문화적 다양성처럼 경제적 다양성도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 그러나 TPPA는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다른 국가에 전파하려고 한다. 미국은 앵글로-색슨 자본주의를 다른 국가로 확산하려고 하는 것이다.

송대한: 한국이 TPPA에 가입하는 시기는 언제가 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이해영: 한국이 가입하기 전에 TPPA가 발효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GDP에 근거해서 TPPA에 참여하는 국가의 85%가 비준을 해야 한다. 아마 2~3년은 더 걸리지 않을까 한다. 기본적으로 미국, 일본, 호주가 비준하기만 하면 TPPA는 발효된다. 그렇게 되더라도 GDP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미국과 일본이다. 미국과 일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가 나중에 TPPA에 가입하고자 하는 국가에 있어서는 가입비가 된다. 일본을 예로 들면, 만약 일본이 100을 원한다고 하면, 협상에서는 한국이 50, 60, 아니면 90을 줄 것이냐를 다루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줄 수밖에 없다. 이 협상은 우리가 무엇을 얻는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만큼 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최악의 협상 형태이다.

송대한: 일본이 한국에 원하는 바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미국의 경우는 어떤가요? 이해영: 한국은 한미 FTA를 체결하면서 미국에 줄 수 있는 것은 다 주었다. 현재 우리는 일본과 FTA를 체결하고 있지 않다. 그러니까 일본은 TPPA를 통해 한국과 FTA를 체결하고 싶어한다.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한중일 FTA는 주고 받는 것을 포함한다. 그러나 TPPA는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줄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떤 국가가 TPPA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가입할 수 있는 지위까지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TPPA 회원국들이 신규 가입국의 가입 승인을 해 줘야 한다. 일본 입장에서는 FTA나 RCEP를 통하는 것보다 TPPA를 통해 한국으로부터 양허를 얻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 TPPA 가입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존 회원국이 정한 기준에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송대한: TPPA가 한국에 적용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이해영: TPPA를 한국에 적용하는 데에는 2~3년이 걸릴 것이다. TPPA가 회원국의 국회에서 간단하게 통과될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만 보더라도 추가 협상으로 이어지게 될 수도 있는 큰 장애물을 만날 것이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송대한: TPPA 내용이 최근 공개가 되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해영: 한미 FTA와 비교해 담배나 ISDS의 투명성 관련해서 일부 개선된 점이 있다. 칠레를 위한 면제조항도 있다. 그러나 위키리크스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교역 비밀에 관한 조항을 보면, 말도 안 되는 것이 많다. 하지만 이미 한미 FTA에 상당수의 TPPA 조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TPPA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TPPA에서 걱정해야 할 많은 지점들이 이미 한미 FTA를 통해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송대한: TPPA 투쟁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해영: 우리는 현재 절차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이 TPPA 가입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회원국을 중심으로 TPPA가 발효되어야만 한다. 비준을 준비하고 있는 국가의 민중과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미 FTA가 TPPA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즉, 한국이 이미 TPPA의 독소조항을 잘 알고 있고, 우리가 TPPA의 비준을 반대하는 세력에 교육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송대한: 마지막으로, WTO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12월 15일에서 18일까지 케냐에서 WTO 회의가 열리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해영: TPPA나 TTIP를 보면, 둘 다 WTO 밖에서 이루어지는 협정이다. 미국 주도의 이러한 메가 FTA 네트워크는 사실상 WTO를 약화시키고 있다.

송대한: WTO는 어떤 세력이 추진하고 있습니까? 이해영: 아무도 소유하고 있지 않아 힘이 없다. WTO에서는 한 국가가 한 개의 투표권을 가진다. 하지만 TPPA와 TTIP에서는 미국이 왕이다. 도하 라운드가 약 10년간 계속 되어 왔다. 앞으로도 낮은 수준에서 머물 것이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메가 FTA에서 더 높은 수준의 자유화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WTO에는 순기능을 하는 요소도 일부 있다. 무역원활화 같은 경우 교역 비용을 절감시킨다. 근데 그것뿐이다. 나머지는 모호하다. 이전에 WTO가 가장 높은 수준의 무역 자유화였다면, 이제 FTA가 WTO를 능가하고 있다.

송대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해영: 한중 FTA 비준 문제가 아직 남았다. 한중 FTA가 연내 비준될 확률이 높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실상 반대하지 않는다. 한중 FTA반대 목소리가 높아진다면 새민련도 반대할지 모르겠지만, 당내에서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

 

인터뷰/편집: 송대한(ISC 편집국장)

번역: 심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