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과 동아시아] 남중국해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출처: 연합뉴스)
남중국해 지역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 4월 3일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이 호위함 2척과 함께 필리핀에 입항하고 12일에는 베트남 깜라인만에 들렀다. 4월 4일부터 15일까지는 미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를 마주보는 수역에서 ‘발리카탄(어깨를 나란히)’ 정례합동군사훈련을 진행했다. 이후 4월 28일 중국은 대형 군함과 공기부양정, 무장헬기 등을 동원해 남중국해 해역에서 상륙훈련을 했다. 1960년부터 표면화된 남중국해의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 및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은 최근 미국과 일본이 베트남, 필리핀과의 군사 공조를 강화하고 이에 중국이 강하게 대응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필리핀과 지난 3월 남중국해 지역의 합동순찰을 시작했고 향후에도 정기적으로 합동 순찰을 할 것이다. 이에 이어 4월 카터 미국방부 장관은 필리핀을 방문해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에 대한 군사공조 강화를 약속했다. 또한 미국은 필리핀에 미군을 순환 배치할 계획이며 필리핀은 미군 주둔을 위해 안토니오 바티스타 공군 기지와 바사 공군기지 등 군사기지 5곳의 사용을 허가한 상황이다. 미국의 이러한 행보는 2011년 미국외교의 중심축을 중동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로 옮기겠다고 한 아시아로의 회귀전략의 일환으로 아시아 지역에서의 군사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미군 기지를 모색해 온 결과이다.
일본은 지난 2월 필리핀과 방위 장비와 기술 이전 협정을 맺어 군사 장비 공급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5월 내에 일본의 나카타니 방위상과 필리핀 국방장관은 해상자위대의 중고 TC-90 훈련기 5대를 최소한의 대여가를 받고 필리핀에 빌려주는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또한 일본은 베트남과의 군사공조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4월 12일 일본의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남중국해에 인접한 베트남 깜라인만에 기항했다. 일본 측은 해상자위대 간부 후보생의 ‘연습 항해’라고 발표했지만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은 2012년 자민당이 집권하면서 ‘강한 일본’을 표방해 집단적 자위권을 추구하고 국방비를 확충했다. 아시아의 강대국으로 다시 부상하기 위해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과 동맹관계를 강화하며 아시아에서의 존재감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필리핀과 베트남은 작년 11월 전략적 동반자 합의를 맺고 올해 남중국해 공동 순찰을 논의중이다. 양국은 미군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환영했다. 이는 미국-일본의 군사 협력으로 중국과의 영토 분쟁에서 힘의 균형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에 중국은 4월 중앙군사위원회 판찬룽 부주석이 남중국해를 시찰했고 남중국해 수역에서 합동 훈련을 벌이면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개입을 비난했다.
최근 남중국해 영토 분쟁을 두고 미국과 일본이 필리핀, 베트남과의 군사공조를 강화하고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 상태가 첨예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필리핀과 베트남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남중국해 지역의 평화화 안정을 향해 노력”할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각 국의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개입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 긴장만 높이고 있다.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의 해결을 위해서는 당사국 간의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남중국해를 둘러싼 군사 공조는 평화적인 해결 방법과는 정반대로 가면서 평화적인 해결의 가능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비당사국의 개입이 없는 당사국 간의 분쟁 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황정은(사무국장, I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