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과 아시아] 한반도의 사드배치: 무너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글: 황정은(사무국장, ISC)
7월 8일 한미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DD,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했고, 7월 13일 경북 성주군을 배치 지역으로 선정했다. 성주군 농민회 이재동 회장은 안정성도 검증되지 않은 무기를 들여놓는 것에 대해 많은 주민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사드성주배치저지투쟁위원회(투쟁위)가 구성되어 군청 앞에 농성장을 꾸리고 사드배치철회를 요구하며 서명운동과 주민 설명회, 평화를 상징하는 파란 리본 달기를 진행 중이며 마을 어르신들은 청와대 항의 방문을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매일 저녁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7월 21일 상경집회에서는 주민 2,000여명이 참가해 삭발식, 침묵시위,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지역이기주의라고 매도하기도 하고 외부세력이나 종북을 운운하며 성주를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투쟁이 계속될수록 주민들은 세월호 당시 계속되었던 언론 왜곡이 동일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며 사드배치뿐만 아니라 언론왜곡이나 색깔론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효용성, 군사적-외교적 비용과 영향, 안정성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국민의 의견 수렴 과정도 국회의 비준동의안을 받는 절차도 없었다. 진행과정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전망을 알아보기 위해 송기호 변호사를 만났다.
1. 정부가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가 사드 배치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번 사드 배치는 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온전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형식상으로는 헌법, 환경영향평가, 정보공개 등 관련 규정이 있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다. 또한 왜곡된 국제관계로 미국이 결정하고 국내에서 집행되는 단계를 보여준다. 미국이 자국을 위해 한국 영토를 사용한다는 결정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한국 지배 엘리트의 반북 이데올로기도 반영된다. 이들은 한국의 법치주의나 헌법질서보다는 반북이데올로기를 우선시한다. 이들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배치를 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지배 엘레트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북한의 위협을 민감하게 보는 사람이 현실적으로 많이 있어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즉 소수 기득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정치 상황과 직결되어 있다.
2. 국방부는 이 사안이 국회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어떠한 절차적인 문제가 있는가? 협정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협정 내용, 배치 면적, 통제 구역, 운용 비용, 배치 기간, 효용성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내적으로 토론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반대의 견해에 대해 정부에게 유리한 부분만 공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 배치 면적이 220,000 m2가 안되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도대체 정확한 배치 면적이 명시된 협정문을 공개해야 한다.
국회비준동의안 필요여부는 국방부 장관의 세치 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2014년 기준 방위분담금 약 9400억원을 지불한다. 사드 초기 도입비가 1조 5천억원과 운영비로 추가적인 재정적 부담이 생긴다. 헌법에 따르면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구체적인 액수를 모를 뿐이지 중요한 재정적인 부담을 지우기 때문에 국회비준동의안이 필요한 사항이다.
3. 사드 배치 문제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평등 조항 개정이나 폐지에 대한 공론화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개정이나 폐지되어야 한다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국전쟁 이후 미국에게 군사력 배치 권리를 준 것으로 기한도, 전시작전권도 없어 불평등조약이며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이를 사드 문제로만 봐서는 안되고 미국의 무기 배치권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국내 헌법과 민주주의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와 연결시켜야 한다. 즉, 주한미군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외국군이 언제까지 주둔해야 하는가는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지 않다. 이를테면 국회에서 적어도 주한미군에 대한 평가법, 정기적으로 주한미군의 역할, 장기적 전망을 지금부터라도 토론해 나가야 한다.
4. 시진핑 중국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중-러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고 양국이 이 사안에 대해서 공조할 것을 발표했다. 북한은 동해에서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을 발표했다. 사드배치가 동북아시아 평화에 미치는 영향과 외교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근본적으로 “사드가 비핵화와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 오히려 더 격화시킨다. 북은 핵무기를 더 개발하고 사드를 우회할 다른 방안을 강구해 사드는 오히려 북의 핵 위협을 강화시킨다. 사드 배치 찬성의 논리에 따르면 북한의 공격을 무력화시켜 평화를 달성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역사적으로 실패가 검증된 방식이다. 결코 어느 일방이 타방의 공격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어서 평화가 유지된 적은 없다. 오히려 그런 상태가 전쟁을 격화시킨다.
5. 7월 14일 44개의 시민사회와 종교계 단체가 모여 시국선언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하는 사드 배치 결정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사드배치 철회가 가능한가?
한국 정부 의지가 있으면 철회 가능하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장기적 역할에 대해서 초보적인 논의조차 없는 상황에서 당장 철회를 전망하기는 힘들다. 국내법 절차로 소극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협정을 체결했지만 환경영향평가나 효용성 검증을 해보니 배치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미국도 소파협정으로 미군 부대 운용비를 전액 지불하겠다고 했지만 무역수지와 재정적자가 늘자 별도의 협정을 맺어서 한국정부도 운용비를 부담하도록 했다. 또한 2008년 쇠고기 검역 사태에 대해서도 미국과 협정을 맺었지만 국민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바꾼 적이 있다. 이처럼 한국 정부의 의지 문제이다. 사실 그래서 더 어렵다. 한국정부 내에 분명한 이데올로기를 가진 주체가 있기 때문이다.
6. 앞으로 사드배치 관련한 상황을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 우리의 역할은?
이 문제는 주한미군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본다. 역사를 보면, 압도적인 제국 질서가 유지되지 못한 이유는 제국 자체의 모순, 즉 탐욕 때문이었다. 미국도 얼마든지 자신의 이익을 지키면서 중국의 부상과 조화를 이룰 수 있지만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미국 주도 질서가 흔들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사드가 배치되고 유지될수록 일시적으로는 원하는 효과가 나더라도 모순은 축적되고 격화될 것이다. 사드가 장기적으로 한국 자본주의를 불안정하게 하고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쌓여갈 것이다. 그 문제에 대해 한국 지배엘리트가 반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문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가 방향을 잃지 않고 끈기 있고 치밀하게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지형을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