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loring Korea] 한국의 여성주의 찾기
글: 줄리아 니콜(열린강좌 참가자)
번역: 황정은(사무국장, ISC)
강연장에 거의 제일 먼저 도착해 통역사 두 명이 있는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잘 한 일이었다. 박지아 강사가 하는 활기 넘치고 빠른 말을 꼼꼼하게 통역하는 통역사 입을 읽을 수 있어서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강연 소식은 한 여성 관련 페이스북 그룹에서 보았다. 이번 강연은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여성주의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여성 평등과 관련한 논의는 미국에서 일상적으로 했지만 한국에서도 할 수 있었다면 나는 아직 그런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것이다. 아마도 이번 열린강좌는 한국에 와서 잃어버린 것을 채워주었던 것 같다. 강좌 시간이 가까워지고 뒤를 돌아 둘러봤는데, 사람들로 꽉차있었다. 놀랍게도 한국인은 별로 없었고 외국인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에서 여성주의가 어떻게 구현되는지, 모국에서 정의되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은 사람이, 그리고 서울의 많은 사람들 사이에 숨어있는 여성주의자를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강연에서 박지아 강사는 한국에서 여성의 권리를 형성해온 역사적 주요 단계를 설명했다. 유교적 가부장제가 분명한 사회에서 전후 동원과 1980년대와 90년대부터 발전하기 시작한 여성주의의 새로운 물결까지, 한국 여성주의 발전의 대략적인 개요가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강연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의 뉘앙스나 세세한 부분이 통역과정에서 전달되지 못했지만 한국 여성주의가 미국보다 더욱 일상화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여학사협회와 같은 대규모 네트워크는 정책과 입법과정에 영향을 미쳐 여성주의적 사고가 정치적 생명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오래되고 친정부적인 여성단체는 현상황에 반대하는 새롭고 급진적인 단체와 충돌했다. 미국에서도 평등을 위해 로비 활동을 하고 정부의 의사 결정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성주의 단체가 있다고 알고 있지만, 내가 들었던 미국 여성주의는 여성과 남성이 일상생활에서 행동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재고하는 것에 많은 중심을 둔다. 어떻게 사소하고 악의 없어 보이는 행동이 여성을 소외시키는 구조를 유지시키는 걸까? 미국 여성주의는 개인의 경험을 모으는데 집중하기 때문에 대부분 정치적이지 않고 여전히 여성주의적인 이상을 자신있게 지지한다. 한국 여성주의도 비슷할까? 한국에서 여성의 권리를 지키는데 있어서 정부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일까?
한국 여성주의 운동은 완전히 독특한 방식으로 발전해 온 것 같다. 배울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미국 여성주의의 근본적 동기부여 요소가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보인다. 박지아 강사는 남성 동료에게 성차별적인 발언에 대해 지적하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하는 말이 “진정해, 그냥 농담이잖아” 였다는 사례를 들려주었다. 직장이나 다른 곳에서 성추행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도 여성은 남성의 보조자일뿐만 아니라 소유물이었던 성역할에 반대해 투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성성이 암묵적으로 그리고 분명하게 여성을 억압하고 소외시킬 수 있는 “권리”와 동일시 된다. 더구나 한국에서도 가부장제가 어떻게든 모두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 같다.
미국 또는 서양의 관점으로만 여성주의를 보면 제한된 여성주의 관점을 갖게 되어 진정한 연대를 저해한다. 먼저 내가 알고 있는 여성주의와 한국 여성주의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융화시키는 것이 여성주의 운동의 이해를 “세계화”하는 첫 단계이다. 강연이 끝나고 모여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강연에 대한 소감을 나누었다.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은 저마다 여성주의에 대한 자신의 관점과 이해를 가지고 이야기 했고 모두가 나처럼 여성주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어했다. 이야기하면서 모두들 질문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았다. 여성주의에 “옳은 것”과 “이상적인 것”이 있을까? 억압에 뿌리를 둔 관습과 사고는 항상 억압적일까? “애교”문화는 무엇이며 원래 여성혐오적인 것인가? 이 모든 것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8월주제가 있는 열린강좌에서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우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 국제전략센터는 진보적인 가치와 운동을 국제적으로 연결하고는 훌륭한 일을 하고, 이번 강연을 듣고 다양한 참가자들을 만나면서 센터가 하고자 하는 것을 체험했다. 강연에 참가한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본 글은 국제전략센터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