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과 농업] 쌀값폭락과 통일쌀 보내기 운동

글: 황정은(사무국장, I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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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풍이다. 일년 노동의 결과를 거둬들일 때다. 하지만 힘들어도 즐거운 마음으로 추수해야 할 이 때 농민의 시름은 깊다. 9월 전국 평균 쌀값은 20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고 본격적인 추수기가 시작된 현재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쌀값이 떨어지면 농가 소득이 줄어 농민 생계가 힘들어지는 농민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쌀값 하락은 농민이 농업을 지속할 수 없게 하며 이러한 농업의 위기는 우리 모두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심각성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다. 한국은 2008년 세계 식량 위기 때에도 안정적인 쌀 자급률 덕분에 식량 위기를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식량 자급률은 점점 낮아지고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쌀 생산에 위기가 닥친 것이다. 이는 바로 우리의 밥상에 위기가 닥쳤음을 말한다. 이에 농민은 쌀값 안정을 요구하며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쌀값 폭락으로 시름이 깊은 농민은 위기를 벗어날 뿐만 아니라 분단된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통일쌀 보내기 운동에 나섰다. 심각한 수해 피해로 인해 식량이 부족한 북한으로 쌀을 보내 평화의 문을 다시 열자는 것이다. 하지만 농민들의 두 가지 요구에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이런 상황을 자세히 알아보고자 김제에서 실제 쌀농사를 짓고 있고 사단법인 전국쌀생산자협회 전라북도 본부장으로 통일쌀 보내기 운동에 결합하고 있는 박흥식 농민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박흥식 본부장은 현재 농촌 분위기를 전해왔다. 9월 추석 전 80 kg로 한 가마니는 전국 평균 13원대였지만 실제 농민이 받는 가격은 96,400원으로 전년대비 25%이상이 하락한 가격이었다고 한다. 농민들은 가격이 떨어진 데 대해 허탈감을 느끼고 있고 정부가 제대로 된 수급조절 정책을 전혀 시행하지 않으니 20년 전보다도 더 낮게 쌀값이 하락한 것에 대한 분노가 큰 상황이라고 한다. 이에 농민들은 9월초부터 쌀값 안정을 위해 계속적으로 투쟁해왔다. 9월 4일부터 논 갈아엎기를 했고, 9월 25일 전국농민대회를 열었고, 10월 4일에는 청와대 벼 반납투쟁을 하기 위해 쌀을 싣고 서울로 투쟁을 나서기도 했다.

정부는 쌀값 폭락의 원인을 쌀 소비 감소와 쌀 생산 과잉에서 찾는다. 쌀 생산 소비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쌀 자급률을 보면 5년 전 83%에서 현재 98%정도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쌀은 국내에서 소비하기에 딱 알맞은 양이다. 실제로는 약간 부족하다. 하지만 매년 수입쌀이 40만 톤정도 유입되고 있어 쌀이 남아도는 현상이 생긴 것이다. 현정부의 쌀 재고량은 175만 톤으로 이 중에 45만 톤 정도가 수입쌀이다. 그리하여 쌀값 폭락의 주된 원인은 수입쌀이며 수입쌀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소비량 줄고 기술 발달로 인한 생산량이 증가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쌀이 남아 돌아 쌀값이 폭락하는 사태를 맞이했다는 설명이다.

쌀값 폭락 원인을 생산 과잉으로 보기 때문에 정부 정책은 오히려 현재 상황을 악화시킨다. 생산을 줄이기 위해서 절대농지를 줄이고 농민에게 지불하는 직불금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헥타르당 100만원을 지불하는 고정형 직불금의 경우는 WTO체제에서도 허용되는 보조금으로 논농사가 가지는 환경적이고 공익적인 기능이 있기 때문에 지불하는 보조금이다. 논농사는 담수역할, 지하수 확보, 공기정화 역할 등 다원적인 역할을 가진다. 이러한 논농사의 환경적 영향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했을 때 우리 모두가 약 19조원 정도의 혜택을 보고 있다. 또한 목표가격 188,000원보다 쌀값이 떨어지는 경우 차액의  85%를 보전해주는 변동형 직불금도 있지만 새누리당은 이 직불금을 줄여야 농민들이 쌀농사에서 다른 작물로 전환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벼농사만 지을 수 있도록 지정된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를 해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진흥지역해제는 미래세대에 대한 식량 자급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박흥식 본부장은 말한다.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진흥지역을 해제하는 것은 생산기반을 무너뜨리는 것과 아울러 농촌도 부동산 투기의 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해마다 도로나 산업개발로 2만 헥타르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진흥지역의 10%에 해당하는 10만헥타르를 해제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쌀값 폭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큰 문제를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박흥식 본부장은 그 열쇠가 통일쌀 보내기운동과 맞닿아 있다고 한다. 10월 4일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회총연합,  민주노총이 참가해 ‘통일쌀보내기’운동을 시작한다고 선포했다. 민주노총은 모금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농민을 쌀을 모아 민간차원에서 쌀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에 쌀을 보내겠다고 요청한 상태이고 통일부에서 허가하면 육로로 보낼 수 있다. 이는 함경북도 지역의 수해지원을 위한 인도적인 차원이며, 이명박정부 이후로 10년간 경색된 남북관계를 민간이 먼저 나나서 평화의 문을 열겠다는 것이다. 또한 “남한에서 농업정책이 실패해 쌀값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고 그나마 쌀이 남아도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쌀은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남쪽의 쌀값 보전을 위해서라도 남는 쌀을 북쪽에 보내주자는 것”이며, “이번 수해지원은 그런 점에서 서로 어려움을 해소하는 일”이다.

이와 더불어 식량자급률을 법제화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기초 농산물의 식량자급률을 올려 식용과 사료용으로 들어오는 거의 대부분의 GMO콩과 옥수수 대신 국내에서 생산하는 콩과 옥수수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절대농지를 해제가 아니라 생산조정제를 통해서 쌀이 아닌 콩과 옥수수를 재배하는 것으로 쌀 수급 조절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그리하여 현재 박흥식 본부장은 식량 자급률을 법제화 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생산조정제도 국가가 예산을 배정해서 식량 자급률 목표치를 높여서 쌀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했을 때 수매를 통해서 자급률도 높이고 쌀 생산 조정도 하는 대안이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농민들은 논도 갈아업고 청와대 반납투쟁도 하고 서울 농민대회도 하고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도 했었다. 현재는 쌀값 하락에 따른 정부에 항의하고 정책을 요구하는 나락적재를 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서 요구를 정부에 알려내고 문제를 해결할때까지 농성을 진행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농민들만의 몫이 아니다. 농산물을 소비하는 우리들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함께 해야 한다. 생산기반이 유지되어 농민이 충분한 양의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어야 우리가 건강한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하여 농업문제는 농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