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사진: Link )
미국과 세계 전역에서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트럼프 정부의 첫 며칠은 악몽같았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이민자, 건강보험, 무역 협정, UN에 대해 하루가 멀다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기사가 나왔다. 일련의 사태에서 논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는 “당혹감”이었다. 자기중심주의, 국가 포퓰리즘, 그리고 파시즘이 새로운 미대통령의 이데올로기를 보여주었다. 현재 구체적인 조치로 행해지고 있는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또는 외국인 혐오적인 발표로 경험이 많은 관측자들마저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트럼프주의”의 최악은 다른 나라에서 나타나는 나쁜 사례들이다. 유럽에서 마린 르펜의 지지자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브렉시트와 함께)를 여러 국가에서 곧 치러질 선거에서 극우파가 승리할 수 있다는 징조라고 말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특히 브라질에서 누군가는 트럼프가 집권하기 전에 일종의 트럼프주의가 선행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정당화할 수도 있다. 브라질에서 합법적으로 선출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으로 진행된 정권교체는 단순히 정부의 수장을 교체한 것이 아니다. 이는 정치적 과정에서 보면 브라질 사회의 특징이었던 극심한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중도좌파 정부가 시행했던 사회 개혁 사업을 뒤집는 방향의 전환이다. 또한 개혁주의자들은 독립적이고 대중적인 외교 정책을 시행했다. 이는 브라질과 터키가 이란정부로부터 핵프로그램을 국제적 통제 하에 두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낸 “테헤란 선언”에서 볼 수 있다. 이 선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포괄적공동이행계획을 통해서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몇년전의 일이었다.
수년간 불안정한 정부와 20년간 군부 집권에도 브라질의 정치엘리트가 약간의 위장으로 그들의 모습과 사회지배 형식을 드러낼 능력이 있다는 것은 놀랍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 후 들어선 미셰우 테메르 정권은 첫번째 내각 구성에서 흑인, 여성, 이민자와 소수자를 대표하는 인사가 없다는 분명하고 상징적인 사실(위의 상징적인 공식 사진에서 보여주듯이)을 떠나서 그들에게 적대적이지 않을 것이라 선언하지 않았다. 대신 테메르 정부는 룰라와 지우마 전대통령 집권기 동안의 노력에도 여전히 브라질 사회에 만연한 막대한 사회적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현실적인 조치들”에 초점을 두었다. 이렇게 “현실적인” 조치 중에서 가장 악명높은 것은 헌법 개정으로 20년간 예산을 동결시킨 것이다. 이 개정안으로 의료와 교육 부문의 지출이 크게 삭감되고 수백만 빈곤한 가정에는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외교정책에서는 초점이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통합과 협력이 아닌 (경제-정치적 의존이라는 전통적 형식에 기반한)선진국과의 관계로 옮겨간 것이 브라질 국내외에서 분명한 근시안적인 태도와 표현을 통해서 드러난다. 이런 면에서 테메르 정부는 남의 이목을 의식해 베네수엘라 위기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서 할 수 있었던 그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음이 자명하다. 두 경우 모두에서 현정부가 취한 태도는 노동당 정부가 취했던 입장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이전에 중도우파와 비교해서도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권력의 핵심에 있는 정치인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이 커져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현재 브라질정부의 국내외 정책에는 이상적인 것이 전혀 없음이 분명하다. 어떤 의미로는 아우구스티누스가 고귀한 목표가 없는 정부는 고속도로의 강도들과 다를바가 없다고 한 유명한 격언을 떠올리게한다. 세계 최고 강대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국정을 이끌고 있는 현재 - 많은 사람들에게는 가장 튼튼한 민주주의의 방벽이지만 - 세계에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례적인 것”이 점점 더 “수용 가능한 것”이 될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비극이다.
나쁜 사례는 너무나 많다. 그 밖에도 라틴아메리카에서 “트럼프주의”가 부상하면서 그 영향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당신이 멕시코 원주민이라면 멕시코의 한 대통령이 한탄했던 유명한 말이(“신과는 너무 멀고, 미국과는 너무 가까운 불쌍한 멕시코”) 가슴아프지만 지금만큼 사실처럼 들렸던 적은 없을 것이다. 이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 시장에 의존도가 높고, 특히 큰 댓가를 치르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에도 해당된다 (투자자-국가 소송이나 특허, 그리고 공공의료 문제에 정책적 공간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 전략적이고 정책적인 차원에서는, 오바마 정부가 쿠바와 관련해 진행한 진일보한 정책을 철회하는 것이 트럼프주의의 가장 불길한 결과가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를 통합하고 패권국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최근 일어난 일들에서 적어도 한 줄기의 밝은 희망의 빛을 보고 싶을지도 모른다. “자유주의적 세계 질서”의 종말이 매우 꺼림칙한 사람들과는 반대로, 나는 미국 대통령들은 -케네디부터 닉슨, 그리고 클린턴부터 조지 W. 부시까지- 정책에서 항상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했고 이에 집착했다고 생각한다. 이번이 다른 것은 트럼프가 지나치게 단순한 모토를 선택했고 다른 국가의 요구나 가치에 따르는 방식으로 국익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없어서 정치적인 공허함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이런 공백이 생기면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인접한 국가 사이에 협력과 통합을 추진하려는 창의적인 리더십이 그 자리를 채운다. 바로 이것이 현재 브라질 정부의 실패가 보여주는 가장 큰 것이다.
2013년과 14년 사이, 브라질 외교 정책은 근본적으로 좀더 다극적 세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바탕이었다. 이는 브라질의 물질적인 이익과 필요의 관점에 따른 것이고 평화롭고, 패권적이지 않은 세계 질서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기본 바탕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최근 정치가 불안정하고 인간이 고통받는 대부분의 이유는 “역사의 옳은 편”이라고 주장하는 미국 국무장관이 주로 사용한 표현에서 가장 잘 드러나듯이 사명감이라고 하는 일방적이고 잘못된 행동에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추진한 이라크 침공이나 리비아 폭발은 이러한 생각이 얼마나 부적절한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 이는 트럼프 이전에 세계질서가 자유주의적인 유토피아였다고 하는 주장에 많은 의문이 들게 한다.
브라질은 다극성(다자주의)에 기여하기 위해서 인접국가와 친밀하고, 진정 우호적인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에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기로” 결정하고 중남미국가연합(UNASUR)와 중남미카리브해국가공동체(CELAC)와 같은 기구를 만들고 무역협정을 추진했고, 단기적으로는 브라질의 국익에 반하는 양보를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브라질은 보수 언론의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또한 브라질은 브라질, 인도, 남아공 3각 포럼(IBSA Forum)과 남미-아랍정상화의(ASPA)와 남미-아프리카정상회의(ASA)를 통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추진했다.
멕시코 띠후아나에서 본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벽, 2017년 1월 25일 (사진: Sandy Huffaker — Getty Images)
혹자는 트럼프 모토에도 내포된 닉슨식 접근법, “선의적 방관”으로의 회귀가 라틴아메리카 통합과 개발도상국 간의 새로운 시작에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정치 상황을 고려해보면 라틴아메리카 정부가 미국이 “연성권력(간접적이고 무형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힘)”을 부분적으로 포기해 생긴 이번 “기회”를 잡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주장한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최근 리오 브라보(지금은 벽의 남쪽이라고 해야하나?) 남쪽에서는 보지못했던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브라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리더십이다. 현재 노골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새로운 방식의 극단적인 신자유주의가 섞인 정부가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독립과 정의의 요소들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미국 우선주의”라는 모토가 품고있는 “방관”은 결코 선의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완전히 적대적이거나 온전하게 약자를 괴롭히는 것이 될 수 있다. 아직 테디 루즈벨트 먼로독트린의 필연적인 결과였던 “채찍”이 다시 미국 외교정책의 원리가 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번에는 “당근”에 대한 걱정은 없다. 멕시코 형제들은 벌써 트럼프주의의 타격을 견디고 있고 나머지 라틴아메리카에 닥칠 미래는 상상에 맡길 수 밖에 없다.
** 저자 셀소 아모림은 이타마루 프랑쿠와 룰라 다 실바 대통령 집권기의 9년 반동안 외부무 장관을, 디우마 호세프 정권에서는 국방장관을 맡았다.
출처: http://www.thedawn-news.org/2017/02/06/where-to-latin-am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