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EP가 식량과 농민에 미치는 영향
글: 그레인(GRAIN)번역: 홍정희(번역팀, ISC)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중국, 일본, 한국,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6 개국의 메가톤급 역내 무역협정이다. RCEP가 타결되면, 역내 식량의 80 %를 생산하는 4 억 2 천만 소규모 가족농을 포함,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RCEP는 이 지역의 식량과 농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종자의 민영화와 GMO 급증
오늘날 세계 종자 산업은 3 개의 회사가 전 세계 종자 판매 60 % 이상을 차지하면서 시장 집중도[1]가 매우 높다.
RCEP 지적 재산권 조항의 유출된 초안을 보면 모든 RCEP 회원국은 "UPOV 1991"을 채택해야 한다. 국제식물신품종보호협약(UPOV)은 농민들이 보호 품종의 종자를 저장하는 것을 전반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설사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농민들은 농장에 저장하는 종자에 대해 종자 회사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로열티는 일반적으로 일반 상업용 종자 가격의 10-40 %를 차지한다. 이로 인해 아시아에서는 현지 종자 가격이 200 ~ 600 % 인상될 수도 있다.
RCEP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협상 된 내용에 근접하게 된다면 상황은 더 악화 될 것이다. TPP 회원국은 유전자 변형 생물체 (GMO)를 의미하는 "식물로부터 파생된" 발명에 대한 특허를 허용해야 한다.
토지의 점령
2008 년 이후 RCEP 회원국에서만 960 만 헥타르에 달하는 농지의 주인이 바뀌었다. 두 개의 RCEP 조항이 토지 접근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유출 된 투자 조항에서는 각 정부가 다른 RCEP 회원국 국적의 투자자에게 국내 투자자와 똑같은 농지 구매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규칙을 제안하고 있다. 대부분의 RCEP 회원국은 외국인이 농지를 구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서비스 조항 또한 외국인이 서비스 관련 목적으로 농지를 소유하는 것을 허용한다.
대형 할인점의 현지 시장 초토화
유출 된 초안에 따르면, RCEP 서비스 조항은 정부가 다른 RCEP 회원국에서 진출한 대형마켓 체인의 운영을 제한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TPP의 선례를 따를 경우, 역내 공급망과 전자 상거래를 촉진하기 위한 RCEP 조치에 따라 'ICT 농업'(농장 운영 관리용 컴퓨터 및 통신 기술의 사용)이 강화 될 수 있다.
RCEP는 회원국 정부가 알리바바(Alibaba: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나 이온(Aeon: 일본 유통업체)과 같은 서비스 공급자에게 자국에 '현지법인'을 세우도록 요구하거나 식량을 현지 생산자로부터 조달할 것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할 것이다.
소규모 낙농업자 및 기타 업종 농민의 붕괴
RCEP는 시장 개방을 통해 소규모 생산자를 일본, 호주, 뉴질랜드처럼 보조금이 많은 생산자와의 불공정 경쟁으로 내몰아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인도의 1 억 명에 달하는 소규모 낙농업과 축산업자들은 특히 취약하다.
인도와 뉴질랜드 양국 간 무역 협정이 인도 정부의 강경한 태도로 체결되지 못한 가운데, 세계 최대 유제품 수출국인 뉴질랜드 낙농업 대기업 폰테라(Fonterra)는 인도에 발을 들여 놓기 위해 RCEP를 이용하려 한다. 사람들은 인도 낙농가가 폰테라에 종사하거나 낙농업을 포기해야 할 것을 우려한다.
RCEP는 소규모 생산 및 가공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식품 안전 기준을 가진 일본과 호주와 같은 국가에 식량을 공급할 용도의 메가 푸드 파크[2] 설립을 장려 할 것이다. 이러한 최첨단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to-fork)”의 공급망은 소규모 생산자와 가내 식품가공 사업을 배제하고 이들을 토지와 시장에 대한 접근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비료와 농약 사용의 증가
RCEP 무역 장관들은 무역 상품의 65 %를 무관세로 즉각 인하하기로 약속했다. 아시아에서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농약도 관세 인하조치의 대상품목이 될 것이다.
전 세계 농약 시장의 20 %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농약 회사인 신젠타(Syngenta)를 인수함으로서, 중국은 RCEP로부터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미 2017 년 1 월에 중국은 해외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질소와 인 비료에 대한 수출 관세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출 된 지적 재산권 초안이 채택되면, RCEP가 수의약품, 농기계, 미생물 기반 제품, 농약 등 여러 투입물에 대한 특허권을 늘리고 특허 기간을 연장해서 더 비싼 비용을 내고 사용하도록 만들 것이다.
지금 행동에 나서자!
이러한 모든 변화는 기업이 아시아의 식량과 농업 분야를 점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해결책은 RCEP를 개정할 것이 아니라 거부하는 것이다. RCEP는 기업적 농업 방식에 의존하고, 그러한 방식을 추구하는데, 이는 아무리 조항을 개정한다고 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우리는 사람 중심의 식량 및 농업 시스템이 활성화 되도록 하는 정책과 계획을 구현해야한다. 그런 다음에 비로소 이러한 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한 무역 정책을 세울 수 있다. 그 반대가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RCEP에 관한 보다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논의와 토론을 조직하자. http://bilaterals.org/rcep는 공개적 퍼블리싱[3] 사이트로, 참고하면 좋다.
RCEP를 중단하라는 민중의 요구를 지지하고, 기업 엘리트가 아닌 민중의 요구에 부응하는 사람중심 무역체계 설립을 위한 투쟁에 나서자. 이러한 것에 동참하는 국내 단체들에 연락하여 힘을 보태자.
RCEP 회의에 참석하자. RCEP 회원국 국민의 생계에 이 협정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더 잘 분석하고 인식을 높이기 위해 협상 내용 공개를 요구하자. 지난 몇 개월 동안 퍼스, 자카르타, 고베, 마닐라에서 단체들이 그랬듯, 우리의 우려를 표명하자. 다음 협상은 인도의 하이데라바드(2017 년 7 월)와 한국의 서울(올해 말)에서 개최 될 예정이다.
RCEP 및 무역 정의에 대한 역내 전체 차원의 민중 캠페인에 참여하고 역내 행동의 날과 같은 집단적 행동에 함께하자.
유출 된 내용과 RCEP 조항 분석은 다음 사이트 참조http://rceplegal.wordpress.com/http://keionline.org/http://www.bilaterals.org/rcep-lea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