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에 관한 진실1] 주한 베네수엘라 대사관 야디라 히달고 대리대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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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대한 (The 숲 편집장, ISC)번역: 심태은(The 숲 한글판 편집장, ISC)

주류 언론이 베네수엘라의 혁명 과정에 대해 함구하고, 잘못된 정보를 전하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국제전략센터에서는 베네수엘라 연대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베네수엘라의 현재 상황과 주류 언론의 보도행태를 짚어보는 글을 연재하고자 한다.

지난 5월 1일에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제헌의회를 소집했다. 7월 30일에는 폭력시위에도 불구하고 (전체 유권자 1,900만명 중) 800만명 이상의 유권자가 제헌의회 의원 선거에 참여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제헌의회 선거는 반대파의 시위를 잠재우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10월 15일에 있었던 주지사 선거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속한 당이 전체 23개 주 중 18개 주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대중의 지지가 확인된 또 한 번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야당의 폭력과 이들이 촉발한 경제 전쟁, 제헌의회에 대한 대중의 지지와 제헌의회의 참여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주류 언론은 끊임 없이 베네수엘라 정부가 독재정권이며, 제헌의회는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기구라는 프레임을 덧씌우고 있다.

국제전략센터는 주한 베네수엘라 대사관 야디라 히달고 대리대사의 인터뷰를 첫 기사로 본 연재기획을 시작하고자 한다. 다음은 대리대사와의 인터뷰를 요약 및 정리한 것이다.

국제전략센터(이하 국): 차베스 대통령 서거 후 지난 4년은 현재 벌어지는 상황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기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해달라.

야디라 히달고 대리대사(이하 대리대사): 차베스 대통령은 서거하기 전, 니콜라스 마두로(당시 부통령)가 다음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에서 베네수엘라 통합사회주의당(PSUV)과 애국전선(Patriotic Pole, PP)이 지지하는 후보로 마두로가 출마했다. 차베스 대통령 서거 후, 그리고 선거가 코앞에 닥쳐왔을 때도 베네수엘라 국민은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고, 이는 불확실한 선거 분위기를 조장했다. 따라서 마두로와 카프릴레스 간의 표차는 약 30만표로, 이전 선거에서처럼 (여당과 야당의 표차가) 압도적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슬픔에 빠져 있었고, 야당에서는 차베스 대통령은 서거했으며, 마두로는 차베스 대통령이 아니라는 선전을 펼쳤다. 이것이 많은 유권자에게 고통을 안겨주었고, 투표 거부로 이어졌다.

카프릴레스는 선거 패배 후 마두로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베네수엘라 선거위원회(CNE) 에도 불복했다. 항의시위를 조직했지만 많은 사람이 참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배계급에서 참여한 사람들은 투표용지가 숨겨져 있다며 종합의료센터(CDI)[1]를 습격했고, 병원을 파괴하며 폭력적인 기류를 형성했다. 이 사건으로 11명이 숨졌다.

야당 측에서도 선거 제도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불확실성을 퍼뜨리고 싶었던 것이다. 카프릴레스는 마두로를 대통령으로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폭력과 식량난이 지속되었고, 이로 인해 제헌의회(ANC)를 소집할 수 밖에 없었다.

국: 경제전쟁은 언제 시작되었는가?

대리대사: 경제전쟁은 차베스 대통령이 투병할 때 시작되었다. 일례로, 가게에서 우유가 동이 났다. 우유가 모자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어떤 가게는 설탕은 있지만 우유가 없고, 다른 가게는 우유는 있는데 설탕이 없거나 하는 식이었다. 이러한 가게들은 의도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그래서 각 가정에서는 이전에는 10분 거리에서 전부 구할 수 있었던 것을 주를 샅샅이 뒤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야당 측에서 국민들을 시험해 본 것이었다.

카프릴레스나 야당이 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 아니다. 그들은 더욱 강력한 세력, 즉 미국 국무부의 수단에 불과하다. 차베스 대통령이 서거하자, 적들이 베네수엘라의 숨통을 옥죄는 것은 더 쉬워졌다. 미국의 수압파쇄공법[2]으로 유가가 하락했다. 베네수엘라를 굶겨 죽이려 한다. CIA와 미 국무부는 칠레와 리비아 등 다른 국가에 이러한 방식을 사용한 전례가 있다.

국: 제헌의회 소집 이유에 초점을 맞춰보고자 한다. 듣기로는 구아림바[3]와 관련이 있다고 하던데.

대리대사: 앞서 말했던 식량과 의약품 부족이 이어진 상황에서 2015년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야당은 정부가 국민들을 굶기고 있다고 비난했고, 자신들이 당선되면 가게 앞에 늘어선 긴 줄을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국회의 167석 중 112석을 가져갔다. 그런데 원내 다수당의 위치를 차지한 후 가장 처음 한 말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축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헌법 내 그 어느 조문도 국회에 그러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 국회만으로는 대통령을 축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야당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재신임 국민투표를 위한 서명을 받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전체 유권자 1,900만명의 10%인) 190만명의 서명이 필요했지만, 숫자를 채우지 못했다.

외부에서 자금을 제공받은 야당은 시위를 조직했다. 이들은 파괴를 일삼고, 사람을 산 채로 불태웠다. 언론도 조작했다. 이 때 100명이 사망했다. 외신에서는 정부가 사망자를 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망자 중 다수는 [정부의] 무장세력이었다.

새로 취임한 국회의원 중 3명이 부정을 저질렀다. CNE는 해당 주에서 보궐선거를 치를 것을 선언했으나, 국회의장은 이들의 국회의원 취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에서는 국회가 법치주의를 모욕했다고 하며 입법권을 박탈했다. 이러한 조치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야당 측은 이를 알고 있지만, 외세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전 국가가 마비되었다. 입법활동이나 예산심의 등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주기구(OAS)에서 베네수엘라에 민주헌장을 적용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베네수엘라의 사상에 동조하지 않는 회원국조차도 이 조치가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조치를 한 번 통과시키면 나중에 자신들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평화, 대화를 촉구한 후에 마지막 단계로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사용해 법 전반을 개정할 권한이 있는 제헌의회를 소집하게 되었다. 7월 30일에 제헌의회 선거가 진행되었고, 조금씩 상황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구아림바에 의해 집에 격리되는 등 영향을 받았던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가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그들이 단호하게 폭력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국: 제헌의회 선거 직후 폭력사태가 멈추었다고 들었다. 둘 간의 상관관계를 설명해 달라.

대리대사: 제헌의회 선거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폭력에 지쳤다는 것을 야당 지지자들이 깨달았던 것이다. 이는 텔레비전 방송에서도 나타난다. 선거 15일 전에 선거 시뮬레이션이 있었는데, 여기에 (전체 유권자 1,900만명 중) 900만명이 참여했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때 야당 측에서는 차비스타(고 차베스 대통령 지지자)나 PSUV 일원이 아닌 사람들까지도 투표장에 발걸음 해 시뮬레이션에 참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평화를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야당에서는 제헌의회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았고, 이것이 선거 과정을 무효화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국: 선거 후보로 출마하기 위한 자격조건은 무엇이었나?

대리대사: 만 18세 이상이며 제헌의회 참가 사유 제출이 자격조건의 전부였다. 후보 등록을 하면, 선거구 내 일정 비율의 유권자로부터 출마 지지 서명을 받아야 한다. 서명을 받기 위해 후보자들은 가가호호 방문해야 했다.

국: 행정부를 포함한 정부의 권력기구 전반에 걸친 권한을 가진 제헌의회를 대통령이 소집했다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쩌면 야당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는 정치적 기회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지지율이 10%라고 하지만, 대중의 10%라는 것이 그리 적은 숫자인 것만은 아니다. 야당에서 제헌의회 의석의 상당수를 가져갈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대리대사: 이제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나의 개인적인 견해이다.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혐오와 대결이라는 정서는 일반적인 것이 아니다. 이는 언론이 조장한 것이다. 언론에서는 차베스주의가 추한 것이고, 빈곤층과 우둔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따라서, 스스로 상류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을 그런 사람과 같은 취급을 하기를 원치 않았다. 이들이 정치적 기준을 가지고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도 그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은 “차베스는 추하고, 마두로는 바보”라고 말했고, 나는 “왜 마두로가 바보라고 생각하는가?”하고 물었다. 가족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어떻게 당신 같이 똑똑한 사람이 바보 천치를 뽑는가? 어떻게 살인자에게 표를 던지나?” 하는 식이다. 그러면 나는 “왜 그가 바보인가? 차베스가 판단을 못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하고 질문한다. “그는 살인자”라고 하면, “그래서 그가 누구를 죽였는가?”라고 반문한다. 이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결국 “그런 기분이 든다”는 말로 끝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언론이 이 모든 것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대체로 베네수엘라 역사에 무지한 젊은이들이다. 차베스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에는 사람들은 자신이 살해당할 것이 두려워 거리 투쟁을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 오래 전 일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이를 벌써 망각하고 있다. 그리고 언론에서도 이것을 보도하지 않는다. 역사적인 기억을 지워버린 것이다.

국: 야당에서는 이번 제헌의회 선거에 참여하더라도 선거가 정당과는 별개로 지역에서 실시되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승산이 없다는 점을 인지했다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선거는 당보다는 후보 개인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대리대사: 야당은 선거에 참여하지 않고, 지지자에게 참여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후보를 내지 말라고 하는 것을 통해 제헌의회의 정당성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압도적 참여로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야당은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봤지만, 이제는 다수당이 아니라는 현실에 직면했다.

국: 마지막 질문일 것 같다. 800만명에 달하는 유권자가 참여하고 구아림바가 종식되는 등 제헌의회 선거와 함께 수반된 현상을 종합해 봤을 때, 제헌의회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가? 구아림바의 종식이라는 초기의 성공이 주지사 선거 승리라는 결과로 집대성 되었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다뤄지지 않는다. 가장 민주적인 승리의 순간인데도 말이다. 한국 언론에서 외신을 다룰 때 이 내용이 소개되지 않는다고 보는가?

대리대사: 앞서 이야기했듯, 언론은 마두로 대통령이 독재자이고, 독재자는 민주적일 수가 없다는 허상을 만들어냈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가 말했듯이,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고, 야당은 수 천대의 마이크 앞에서 표현의 자유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수 많은 선거를 독재자가 요구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는가.” 정부가 승리한 선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가, 야당이 승리할 때에만 선거 결과가 존중 받는다. 언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마약 국가이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마약이 전혀 생산되지 않고, 오히려 페루, 콜롬비아, 멕시코에서 생산되는데도 이들 국가가 모범 국가로 묘사된다. 전에 한 한국 국회의원이 판사 임명 건을 놓고 한국이 베네수엘라처럼 공산국가가 되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또한 베네수엘라에서는 애완동물을 잡아먹는다는 발언도 했다. 물론 베네수엘라에서는 토끼를 애완용으로 기르기도 하지만, 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개를 식용으로 쓰기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국: 그 동안 겪은 한국의 언론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대리대사: 우리가 어떤 정치적인 행동을 하려고 기자들을 부르면 오지 않는다. 우리가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보내면 이를 내보낼지 정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상 보도하지 않는다. 코리아 타임즈나 코리아 헤럴드에서 보도하는 베네수엘라에 기사는 어불성설이다. 그럴 때 내가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보도내용이 잘못되었음을 알린다. 그러면 언론사에서는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한다. 그저 AP나 로이터에서 기사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진실을 알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면, “그럼요. 우리한테 기삿거리를 보내면 한 번 보고, 괜찮으면 기사로 내보낼게요”라고 할 뿐이다.

국: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리대사: 베네수엘라는 주권국가로써 자유를 위해 싸우고, 그리고 다른 국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외세의 헤게모니에 반대하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베네수엘라는 다른 국가들을 돕고 있다. 우리는 겸허한 마음과 연대의 정신으로 재난이 닥친 곳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우리에게 원유가 있기 때문에,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카리콤이라는 국영 석유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베네수엘라는 인간 개발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이다. 무상교육과 무상의료가 실시되고, 문맹률도 제로이다. 그리고 존중 받아 마땅한 아름다운 국가이다.

  1. 종합의료센터는 베네수엘라의 공공의료 체제의 일환으로, 전국 각 지역에 진료소가 있다.
  2. 논란이 되는 원유 추출공법으로, 전에는 채굴하기 어려웠던 화석연료의 채굴을 용이하게 한다. 이 공법으로 화석연료의 공급이 들어나 유가가 하락했다.
  3. 구아림바는 베네수엘라에서 야당의 폭력시위를 지칭한다. 야당은 특정 거리를 점거하고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