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번역] 주택 임대 기업으로부터 주택 24만 호를 몰수한 베를린 주민투표 “환상적”
번역: 이재오 (번역팀, ISC)
본 기사는 Common Dreams의 “'Fantastic!': Berlin Votes to Expropriate 240K Apartments From Corporate Landlords”를 번역한 글입니다.
"도이체베넨 몰수 운동" 지지자가 2021년 9월 26일 선거 파티에서 춤을 추고 있다.
(사진: Monika Skolimowska/Getty Images 사진 제휴)
부동산 시장 투기로 끝없이 치솟는 월세를 참다 못한 독일 베를린 주민이 9월 26일 주민투표를 통해 베를린에서 가장 큰 주택 임대 기업으로부터 약 24만 호의 주택을 몰수하여 공공 소유화하기로 결정했다. 많은 주택 정의 지지자가 이러한 쾌거에 축하를 보내고 있다.
시 정부가 3천 호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대규모 임대업자나 민간 부동산 기업으로부터 주택을 매입할 것을 요구하는 주민투표는 찬성 56%, 반대 39%로 가결되었다. 이 결과대로 된다면 베를린 시 주택의 15%(약 24만 호)가 공공 소유가 될 것이다.
이번 주민투표는 “도이체보넨 몰수 운동”이라는 이름의 단체가 청원 운동을 통해 343,000명의 서명을 받아 성사되었다. 도이체보넨은 113,000호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베를린 최대의 주택 소유주로, 이번 주민투표가 겨냥하는 대규모 임대업자 중 가장 대표적인 주택 임대 기업이다.
단체는 “수 년 전부터 베를린의 임대 주택 시장은 미쳐 돌아가고 있다”고 하며 지난 10년간 임금 상승률보다 임대료 상승률이 훨씬 높았다고 했다. “그래서 계속 많은 사람이 거리에 나앉게 되었고 우리는 이러한 광기에 종지부를 찍고자 한다.”
지난 26일 주민투표 결과가 나오자 전세계의 진보주의자가 환호했다. 주민의 84%가 세입자이고, 10년간 월세가 두 배로 뛴”(도이체보넨 몰수 운동 요나스 베커 대변인) 베를린에서 반젠트리피케이션, 주거권 활동가가 수 년간 벌인 투쟁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언론인이자 작가인 파리스 마르크스는 트위터를 통해 “환상적이다! 이제 베를린 다음은 어느 도시 차례인가?”라고 밝혔다.
프로그레시브인터내셔널은 이번 주민투표가 수 십만 호의 주택을 민중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 주 몰리 샤 기자가 리얼 뉴스 네트워크 기사에서 “베를린은 과거에 공공 주택이 대부분이었으나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20만 호 이상의 주택이 사모펀드와 헤지펀드에 팔려나갔다”라고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 주민투표는 물론 중요한 승리이지만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주민투표 결과는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민간 주택 임대 기업의 강력한 저항이 예상되므로 시 정부가 이번 투표 결과를 실제 법안으로 만들도록 선출직 공직자에게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야 할 것이다.
유로뉴스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새로 선출된 독일 의회는 아직 연립 정부를 꾸리지는 않았지만 중도 좌파 성향의 독일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좌파당이 연합할 확률이 높다. 이 중 오직 좌파당만이 주택 공공 소유화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였으며 사민당은 반대를 표명했다.
사민당 소속 프란치스카 기페이 베를린 시장 당선인은 주택 공공 소유화는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주민투표 찬성표(백만 표 이상)가 기페이 당선인의 득표수(40만 표)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여론에 떠밀려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도이체보넨 몰수 운동의 활동가인 요안나 쿠시악은 “시장 선거에서 그 어떤 당이 득표한 수보다 우리 주민투표의 찬성표 수가 훨씬 많다.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베를린 전체가 우리의 계획을 지지한다” 고 말했다.
또다른 활동가인 칼레 쿤켈은 기페이 당선인이 “민주적으로 결정된 사안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기페이 당선인은 쓸 수 있는 모든 법적, 절차적 책략을 써서 주민투표 결과를 이행하는 것을 피하려고 할 것”이라고 인정했지만 “그러나 1,000명이 넘는 우리 활동가는 이번 승리를 절대 순순히 빼앗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시악 활동가는 일곱 명의 법학자로부터 각각 자문을 구해 공유화 계획이 독일 헌법 상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도이체보넨 몰수 운동은 이전에 사용된 적이 없는 수용권을 규범하는 독일 헌법 제 15조를 근거로 삼았는데, 유로뉴스에 따르면 이 조항은 “공익을 위한 공공 소유화를 확실히 허용한다.”
도이체보넨 몰수 운동은 공공 소유화 계획을 위해 약 93억 달러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였지만 베를린 시 정부는 351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유로뉴스는 “이런 편차의 가장 큰 원인은 주택을 몰수할 때 시가를 지불하는지 여부”라고 분석했다.
이번 달 초, 베를린 시 정부는 29억 달러를 지불하고 두 개의 주택 임대 기업으로부터 15,000호의 아파트를 매입했다. 주거 활동가측은 이런 선례 덕분에 주민투표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일부 진보주의자는 단숨에 수천 호의 주택을 탈상품화한 이번 주민투표가 중요한 교훈을 준다고 말한다. 주택이 사람이 사는 공간이 아니라 금융 자산이 되어버린 지금, 주택을 시장에서 끌어내 공공의 재산으로 만들면 (이론 상으로는) 영구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주택을 순식간에 더 많이 공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몰리 샤 기자는 베를린의 주거권 활동가를 취재한 후 “베를린의 기득권이 이번 주민투표 결과의 법제화에 반발하는 이유는 바로 주택 공공 소유화 법이 제정된다면 베를린 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도시에 주택난의 해결책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퇴거와 월세 폭등에 맞선 베를린 연대의 킴 메이어 활동가는 몰리 샤 기자와의 취재에서 독일 수도인 베를린에서 주택 탈상품화 주민투표의 성공은 “국제투자자본이 토지와 건물을 사재기하는 현 실태와 수도, 전기 등 삶에 필수적인 요소에 많은 돈을 내도록 강요받는 상황에 민중이 의문을 던지게 하며 주거권을 위해 투쟁에 나서도록 하는 기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