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자영업 정책 최선입니까?
배재홍(정책연구팀)
2019년 초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영향은 한국의 자영업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2년 넘게 긴 시간 동안 자영업자들에게 너무나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각국에서는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회복하고자 많은 정책들을 가동하고 있다. 한국정부 역시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의 원성은 높아만 가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방역대책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핵심은 음식점, 주점, 실내체육시설 등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과 출입 가능한 인원수의 제한이다. 즉, 자영업자의 영업환경을 축소하는 것이었다. 자영업자의 영업시간 축소와 출입 가능 인원의 축소는 매출의 급격한 하락을 가져왔고, 매출의 하락은 임대료 연체사태를 불러왔다.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세입자(자영업자)들이 지불해야 할 임대료의 연체는 건물주에 의한 강제 계약해지의 합법적 사유가 된다. 한국정부는 강제퇴거 당하는 자영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으로 ‘착한임대인’캠페인을 벌였다.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는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춘 임대인에게 임대료 인하액의 최대 70%를 소득세·법인세에서 세액공제해주는 제도다. 임차인을 보호할 목적으로 시행하는 제도가 아이러니하게도 건물주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는 방식이며, 건물주의 호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한국정부가 세입자에 대한 입장이 대단히 편향적이라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2020년 11월 12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브리핑에서 기재부차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20년 10월 말 기준으로 착한임대인 제도에 참여한 임대인 5,195명이 임대료를 인하해줬고 약 4만3000개 점포가 혜택을 봤다고 밝혔다. 한국의 자영업자가 약 560만명이라고 추산할 때 그 중 4만3000여명만이 임대료 인하된 것이다. 전체 자영업자 대비 0.76%만이 임대료 인하 혜택(건물주의 호의에 의한)을 받았다.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과연 보편적 혜택이라고 볼 수 있을까? 충분한 피해 지원이라고 느낄 수 있을까?
한국정부는 피해 자영업자들 구제대책의 하나로 각종 특별금융지원(대부분 긴급대출)을 늘리고 있다.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당장 급한 불을 끄기에는 손쉬운 방법이기는 하지만 향후에 자영업자들이 상환해야 할 부채가 더 늘어날 뿐이다. 또한, ‘손실보상법’을 제정하여 영업금지 조치, 영업제한 조치를 받았던 자영업자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보상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자영업자가 더 많을 뿐 아니라 보상금액은 한 달 임대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금액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서 코로나펜데믹 상황은 악화되는 상황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고 장기화 되어 가고 있는 추세다. 한국정부는 자영업자에 대해 또다시 ‘집합금지’, ‘영업시간제한’, ‘사적모임 제한’ 등 강력한 방역대책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정부의 방역 대책에 협조적이었던 자영업자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또다시 강요하고 있다.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진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점차 단체행동에 나설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업종별로 비상대책위가 조직되고 합리적인 피해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역시 한국정부에 합리적인 자영업 대책을 요구하며 자영업자들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정부는 현재의 자영업자 대책만으로 자영업자를 구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정부가 시행하는 자영업자 대책 중에서 금융지원은 자영업자의 빚만 늘릴 뿐이고, 손실보상법에 의한 보상액은 한 달치 임대료 내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리고 간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업종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국정부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즉각 시행하고 정부의 방역대책에 협조를 구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2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손실을 감수하고 정부의 방역대책에 협조한 댓가가 줄폐업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의 줄폐업은 한국 경제에 커다란 손실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만일 한국정부가 재정지출을 최소화하는데에만 몰두하고 자영업자들의 영업제한을 풀지 않는다면 다가올 경제적 재앙에 대한 책임은 한국정부에게 있다. 즉, 충분한 보상을 즉각 실시하라는 자영업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자영업자들이 영업을 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풀고 정상영업을 통해 경제적 손실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정부의 재정지출을 최소화 하고 자영업자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방안은 없다. 자영업자들이 바라보는 한국정부는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아랑곳 않고 돈만 아끼려는 구두쇠처럼 보일 뿐이다.
코로나19의 펜데믹 상황이 정리된다고 하더라도 향후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은 계속될 것으로 많은 과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언제 또다시 혼란의 감염병 사태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정부는 향후에 일어날 수 있는 바이러스의 공습으로부터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
자영업자에게 가장 부담되는 비용이 임대료와 인건비이다. 그 중에서 임대료와 관련하여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임대기간(법 9조)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계약을 1년으로 보고 있다. 계약갱신요구권(법 10조)은 2018년이 되어서야 5년에서 10년 이하로 연장연장되었다.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강제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최소한 보장 받아야 할 권리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의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지금도 임차인의 권리보다 건물주인 임대인의 재산권 방어에 편향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 차지차가법 22조에 의해 계약의 존속 기한이 50년 이상이어야 한다. 계약갱신의 경우 역시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건물주는 거부할 수 없다. 한국과 일본공통적으로 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른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한 조항이 ‘차임감액청구권’ 조항이다. 한국의 ‘상가임대차보호법’상 ‘차임감액청구권’(법 11조) 조항을 보완하면 새로운 감염병 사태가 닥치더라도 임대료는 일정부분 해소가 가능하다. 계약 갱신시에 당사자는 상가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이나 경제사정의 변동 등을 고려하여 차임과 보증금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일본의 차지차가법에서는 감액청구권 조항이 11조 3항에 규정 되어 있으며 당사자간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에 재판을 통해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차임감액 청구권은 일본의 경우처럼 협의가 안될 경우를 대비한 조항이 없고 차임감액청구에 응해야할 강제규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조항이다. 임차인이 차임감액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다. 임차인이 권리를 행사했을 때 임대인이 거부할 수 있으며 지자체의 분쟁조정기구를 통해 조정절차를 거칠 수는 있으나 차기 계약 갱신시 임대인이 계약갱신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이른바 ‘손실보상법’을 세계 최초로 제정하여 자영업자를 합법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었다고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의 손실 보상은 법적 근거가 있어서 긴급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액을 보상했는가? 전 세계적인 비상시국에 비상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법적 근거가 없다고 법부터 만들자고 하는 것은 국가가 자국민에 대한 보호의무를 해태하는 것이며 국민으로부터 걷은 세금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수년 전 보았던 드라마의 주인공이 자주 사용했던 대사가 계속 떠오른다.
“ 이게 최선입니까? 정말 최선이라고 생각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