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진보포럼] 경제위기, 기후위기, 핵전쟁의 위기는 미패권의 위기, 신냉전에 대항하는 새로운 저항 주체의 등장
국제전략센터는 최근 두번째테제 출판사에서 발간한 <신냉전에 반대한다: 워싱턴이 벌이는 신냉전과 절멸주의에 관한 노트>의 번역과 감수에 참여했다. 이 책은 미국의 진보 출판사 먼슬리 리뷰와 트라이컨티넨탈 사회연구소, 전쟁 반대 시민단체 노콜드워 컬렉티브가 함께 기획한 책이다. 이 책은 엮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사학자이자 언론인, 트라이컨티넨탈 사회연구소 소장인 비자이 프라샤드를 두번째테제 출판사와 함께 한국에 초청해 12월 6일과 7일,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진보시민단체와 하는 국제진보포럼과 진보정당과 함께한 포럼, 그리고 두번째테제 출판사와 함께하는 북토크를 진행했다. 다음은 12월 6일 진행된 국제진보포럼의 내용을 요약한 글이다.
12월 6일 진행된 국제진보포럼은 <신냉전에 반대한다>를 엮은 비자이 프라샤드의 발표를 시작으로 책의 저자 중 존 로스와 데보라 베네치알레를 초청해 화상으로 발제를 듣고 김종민 함께서울 공동대표와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첫번째 발제를 맡은 비자이 프라샤드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위기와 기후 위기, 세계 기아 문제와 신냉전의 위기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갈등이 아니라 더 많은 연대”임을 주장했다. 신냉전의 위기는 미국의 세계 군사화로 심화되고 있다. 말로는 평화와 인권을 외치지만, 실제 미국의 예산이 어디에 쓰이는지를 본다면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21년 무기 무역에 2조 달러를 쏟아 부었으며, 첨단 기술 분야와 무역 관계에서 중국에 밀려 경쟁할 수 없게 된 미국은 '안보' 의제를 추진하면서 중국을 압박하며 동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러한 ‘안보’의제는 일본의 오키나와에서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까지 이어지는 군사 기지를 통해서, 그리고 인도, 일본, 호주, 미국이 참여한 쿼드와 같은 군사 협정을 통해서도 추진 중이다. 또한, 미 해군은 미국의 비준을 받지 않은 협약인 유엔해양법에 의거한 '항해의 자유' 훈련을 실시하고 있고, 핵 탑재가 가능한 B-52와 B-1 폭격기를 호주 틴달 공군기지에 기지를 둘 것이다. 이런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아시아를 둘러싼 미국의 군사력 증강은 평화가 아닌 긴장을 고조시킬 뿐임을 알아야하며 전쟁이 아닌 평화를 위해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다.
다음은 영국 출신으로 중국 런민대학교 중앙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활동중인 존 로스의 발제로 이어졌다.
존 로스는 구냉전은 미국이 소련을 상대로 군사 경쟁을 통해 사실상 경제적으로 소련을 압도해 승리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경제 위기는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1960년대 4.4%였던 경제 성장률은 2021년 2.0%으로 떨졌으며 IMF의 예측에 따르면 2027년 1.6%까지 떨어질 것으로 본다. 미국의 경제력이 약화됨에 따라 부상하는 중국의 경제력을 압도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을 상대로한 압도적인 군사력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미국은 동맹국을 포함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통해 경제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군사적인 긴장을 유발시킨다. 존 로스는 과거 전장이 되었던 유럽에서의 혼돈이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현재, 전세계 진보세력이 연대해 이를 막아야 한다고 결론 내린다.
마지막 발제는 이탈리아 출신 언론인이자 편집자로 35년 동안 글로벌 공급망 부문을 다각도로 취재했으며 트라이콘티넨탈 사회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데보라 베네치알레가 맡았다.
데보라 베네치알레는 미국의 군국주의가 어떻게 강화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우리가 흔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의 정치 엘리트인 자유주의 매파와 네오콘은 한데 뭉쳐 러시아, 중국과의 충돌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싱크탱크, 방산 기업, 정치인 및 언론은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아마존, 구글 ,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정보 수집과 미국 정치 엘리트의 이데올로기를 독점적으로 전파하며 디지털 주권이 없는 국가에서는 “디지털 식민주의”를 주도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미국은 서부 유럽을 자신의 정치적 패권에 복속시켰지만 남반구 국가들에서는 다른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1/2 이상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선언에 대해 유엔에서 미국을 지지하는 것에 반대하거나 기권했으며 바이든이 주도한 미주정상회의는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에 대한 미국의 입장 때문에 초대된 5개국 정상들이 참석을 거부하는 등의 저항이 나타나고 있다.
발제를 마치고 이어진 토론자 발제에서 김종민 함께서울 공동대표는 신냉전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신냉전이라는 개념은 한반도에 사는 진보주의자에게 한미일 군사동맹이 다시 보이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다시 읽히며, 대만을 둘러싼 미-중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친 말 논쟁 속에서 다시 긴장감을 생기게 한다. ‘신냉전’이라는 개념은 세계를 인식하는 우리의 사고를 바꿔 버린다는 것이다. 둘째로, 군사력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만들어내긴 했지만, 경제적 우위를 만들어내지 못한 미국은 군사적 행동을 중심으로 그 패권성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는 점을 통해 현재 미국의 행보를 이해하는 열쇠를 준다. 셋째, 이러한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위협적으로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신냉전에 저항하는 새로운 저항주체인 유라시아의 통합, 라틴 아메리카의 핑크타이드와 북한의 저항 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반전운동연합 건설이 시급히 필요하며 국제 연대 행동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며 토론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이헌석 에너지정의연대 정책위원은 신냉전과 핵전쟁, 그리고 기후위기의 해법에 대해 설명했다.
신냉전이 격화되면서 핵전쟁이나 핵겨울에 대한 위협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보수 정치인들, 그리고 일부 진보주의자들까지 한반도의 독자적인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한국에는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지 않지만 핵재처리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지 진행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기후 재난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핵전쟁 반대운동과 한반도의 비핵화 운동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나온 자료 중에 중국을 제외한 개발도상국의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매년 2조달러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미국이 작년에 무기 거래에 사용한 금액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신냉전을 깨는 것이야 말로 기후위기를 푸는 한가지 해법이라는 연결성을 볼 수 있다.
국제진보포럼은 참가자 질의응답으로 마무리되었다. 참가자와 발제자, 토론자 간의 열띤 토론에 2시간은 너무 짧았지만, 이번 포럼이 국내에서 신냉전의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