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진보포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신냉전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국제전략센터는 최근 두번째테제 출판사에서 발간한 <신냉전에 반대한다: 워싱턴이 벌이는 신냉전과 절멸주의에 관한 노트>의 번역과 감수에 참여했다. 이 책은 미국의 진보 출판사 먼슬리 리뷰와 트라이컨티넨탈 사회연구소, 전쟁 반대 시민단체 노콜드워 컬렉티브가 함께 기획한 책이다. 이 책은 엮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사학자이자 언론인, 트라이컨티넨탈 사회연구소 소장인 비자이 프라샤드를 두번째테제 출판사와 함께 한국에 초청해 12월 6일과 7일,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진보시민단체와 하는 국제진보포럼과 진보정당과 함께한 포럼, 그리고 두번째테제 출판사와 함께하는 북토크를 진행했다. 다음은 12월 7일 진행된 국제진보포럼의 내용을 요약한 글이다.
12월 7일 진행된 국제진보포럼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신냉전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노엄 촘스키와 비자이 프라샤드의 주요 발제와 김종대 전정의당 국회의원, 이해영 한신대 국제학부 교수, 그리고 황정은 국제전략센터 사무처장의 토론 순으로 진행되었다.
첫 발제를 맡은 노엄 촘스키는 신냉전의 역사적 맥락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노엄 촘스키는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은 이전 전쟁들과는 달리 핵전쟁의 위협이 어느때 보다도 높은 새로운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전쟁의 가능성을 최소화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먼저 전쟁의 역사적인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사실상 신냉전은 1991년 소련의 붕괴 이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독일 나치의 침공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던 러시아는 독일의 무장을 매우 우려했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NATO에 독일이 가입하면서 고르바초프는 이를 수용하는 대신 미국은 NATO가 “독일에서 동쪽으로 한 뼘도 나아가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이는 기록으로도 남아있다. 하지만 1994년 클린턴 대통령 시기 유럽의 여러 국가가 NATO에 가입했고, 러시아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현실을 수용하며 러시아가 미국의 군사동맹국으로 포위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은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미국외교관과 CIA 국장도 클린턴의 정책이 위험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은 2008년부터 국방장관조차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독일과 프랑스도 반대하고 나선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에 나토 가입을 제안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쿠데타로 친미 정부가 들어서자 러시아는 이에 대한 반격으로 크림반도를 점거했다. 우크라이나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프랑스, 독일, 우크라이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중립국화 하고 돈바스 지역의 자치를 인정하는 내용의 민스크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민스크 협정은 이행되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의 NATO가입이 다시 고려되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 물론 이러한 역사적 맥락이 있음에도 침략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침략과 전쟁은 큰 범죄행위이며 도발이 있다 해도 전쟁을 일으킨 침공은 범죄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또 다른 전쟁을 막기 위해 전쟁의 역사적 맥락과 실제의 원인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전쟁은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핵전쟁의 위협도 있지만 기아의 위협도 있다. 흑해지역은 세계에서 곡물과 비료를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생산하는 식량에 의존하는 국가는 식량 위기에 직면한다. 또한, 전쟁으로 인해서 기후와 관련한 조치들이 취소되고 있다.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유럽이 미국의 손아귀에 들어갔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군사동맹이 아시아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최근 NATO 정상회의에서 NATO가 인도태평양지역까지 확장할 계획을 암시하기도 했다.
1991년 신냉전이 시작된 이래로 아시아에서는 미중 갈등이 있었고 대만의 존재가 가장 큰 화두였다. 1970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도 대만이 중국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암묵적으로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채택해 약 50년간 평화가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은 동맹국인 일본, 호주, 한국, 뉴질랜드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중국을 포위하는 거대한 고리를 만들고 합동훈련으로 중국을 도발하고 있다. 미중간의 긴장 상태가 고조될수록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최근 런던 파이낸셜타임즈를 비롯한 주요 경제지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고 실었다. 이 전쟁은 공급망을 통제해 동맹국이 중국의 첨단기술에 필요한 원자재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전쟁의 한가운데 한국이 위치하고 있다. 새로운 국제 질서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으로 신냉전의 다른 축인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대해 비자이 프라샤드 발제가 이어졌다.
중국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주변국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호주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다. 사실 한국, 일본, 호주, 인도는 중국과 큰 문제가 있지는 않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인 주적으로 상정하고 있고, 미국의 엘리트 계층은 중국의 부상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 발전은 미국의 기술 기업에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신냉전을 주도하면서 중국의 기술 분야의 성장을 막으려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 구조에 주변국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도발적인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 이는 한반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발리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과의 경쟁을 “이성적으로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미국이 그동안 중국과의 경쟁을 무책임하게 관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아시아 국가가 미국의 무책임한 대결 구도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향후 20년, 경제 중심은 아시아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인도,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을 포함해 7대 강대국이 아시아에서 성장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서로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갈등과 대결 구도에 반대해야 하고 나서야 한다.
주요 발제를 마치고 첫번째 토론자로 김종대 전 정의당 국회의원은 빅테크 기업과 신냉전의 연결성과 전쟁 발발 가능성을 막기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발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난 30년간의 세계화 시대가 종식되고 새로운 시대로 전환되는 분기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플랫폼이 지배하는 초독점의 시대를 열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은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어떤 규제도 받지않는 활동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안면인식, 위성 와이파이, 인공지능 기술은 전쟁의 모든 양상을 지배하고 있다. 그 영항력은 군산 복합체를 압도하고 있다. 이 전쟁으로 미국이 새로운 기술 지배를 확립하게 되면 빅테크 기업은 전세계를 자신의 디지털 플랫폼에 흡수하여 통치하는 신봉건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분리된 별도의 문명권을 선언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강대국 간에 격렬한 갈등과 분쟁 가능성이 확대되는 상황이 생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경쟁을 확대해야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분쟁은 2030년대의 절대 강자의 위치를 선점하는 수단인 기술 패권 경쟁, 지정학의 우위를 차지하려는 군비경쟁으로 이어진다.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의 세력권이 중첩되는 혼돈의 영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국과 중국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강요를 받는다는 점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다양한 종류의 핵무기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4월부터 시작된 푸틴의 핵사용 위협은 핵에 대한 기존 관념에 일대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제는 핵무기가 억제용이 아닌 사용가능한 핵무기를 추구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또한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의 중요성 증대하고 있다.
국가와 시민들이 서로를 적대와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국가 부족주의 정서 확대도 분쟁 가능성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전환의 문턱에서 평화와 협력의 공감과 가치를 복원하지 않으면 가장 먼저 동북아시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것이다.
두번째 토론자로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 교수가 신냉전에 대한 세가지 시사점에 대해서 설명했다.
첫째, 한국은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고, 출산률이 가장 낮으며 토마 피케티가 개발한 베타 지수로 보면 가장 불평등한 나라이다. 심지어 프랑스 대혁명 이전보다 더 불평등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추구하고 있는 외교는 끝없는 긴장 격화이다. 한국을 미국의 재식민지로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둘째, 미국주도의 단극체제의 몰락이다. 단극체제가 다극체제로 이행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바로 이러한 거대한 지정학적 구조변화에 직면해서 우크라이나와 한반도라는 단층대가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의 제국주의와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외교가 얼마나 위험한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최근 몇 달 사이에 남북의 미사일 발사가 일상이 되고 있다는 현실은 암울한 남북관계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셋째,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세계적으로 관찰되는 특이한 현상이 있다. 얼마 전 미 하원의 프로그레시브 코커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선제적 평화를 제안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철회했다. 세계 진보 세력의 역량에 대한 회의가 드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암울하고 엄혹한 상황에서 진보 세력의 단결과 연대만이 이 국면을 해쳐나갈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국제전략센터의 황정은 사무처장은 신냉전의 상황에서 현 한국 정부의 갈등을 유발하는 방향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연대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뉴스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신냉전’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 먼저, 한국 정부는 신냉전 하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와 협력보다는 갈등과 분쟁에서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실제 그 선택으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와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6월 마드리드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 나토의 중, 러 견제에 동참한다는 전략적 메시지를 대내외적으로 밝혔다. 이어 8월에는 국내에 배치된 사드기지 정상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었다. 미국 의회의 싱크탱크인 의회조사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하여 주한미군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해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 지역에서 교전이 시작될 경우, 한반도 자체가 매우 위험해 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전쟁에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없이 결정된 정책 때문에 전쟁에 휘말려 들어갈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둘째, 신냉전은 현재 세계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다. 그래서 신냉전을 둘러싼 담론도 미국과 서구 주류 언론이 주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로 접하는 주류 언론을 통해 알게 되는 사실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닐 수 있으며 이러한 정보에 근거해 하는 판단이 잘못된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적인 맥락을 찾아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현재처럼 갈등이 발생하고, 주류 담론이 장악하고 있는 현재, 한국에서는 안보를 강조하는 보수당의 입지를 강화시키고, 개혁과 진보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장기적이고 첨예화될 신냉전에 대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
신냉전에 반대하는 <노콜드워> 같은 반전운동연합을 건설하고 이를 건설할 주체를 찾아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과 연대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국제연대행동을 복원해야 한다.
국제전략센터는 반전과 평화의 가치를 위한 연대 행동을 만들기 위해서 앞장 설 것이며, 전 세계 활동가, 지식인들과의 지속적인 연대와 소통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