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번역] 세계 기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본 기사는 Peoples Dispatch의 World hunger and the war in Ukraine를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심태은(번역팀장, ISC)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및 서방 국가의 러시아 제재로 전 세계에서 식료품, 비료, 연료 가격이 급등했고 세계 식량 공급이 위험에 처했다. 이 전쟁은 기존의 세계 기아 위기를 심화할 뿐만 아니라 특히 남반구에 거주하는 수십억 인구의 생계와 안녕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 곡창지대’에서 일어난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량은 합쳐서 전 세계 생산량의 30%에 육박한다. 이는 생산된 총열량의 12%에 해당한다. 지난 5년간 이 두 국가에서 생산된 옥수수는 세계 생산량의 17%, 보리(가축 사료의 주요 원료)는 32%, 해바라기씨유(많은 국가에서 식용유로 활용)는 75%을 차지했다. 또한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비료 및 천연가스(비료 생산의 주원료) 산지로, 러시아산 질소 비료는 세계 무역량의 15%, 탄산칼륨 비료는 17%, 천연가스는 2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벌어지는 전쟁은 전 세계에서 식량 부족을 야기할 정도로 위협적이다. 유엔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최대 30%의 농지가 전쟁터가 되었다. 또한 제재 때문에 러시아의 식량, 비료, 연료 수출이 심하게 제한되었다. 그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치솟았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밀은 21%, 보리는 33%, 일부 비료는 40%나 가격이 상승했다.
“계속 얻어맞는” 남반구
전 세계인이 전쟁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지만, 가장 피부에 와닿게 느끼는 곳은 남반구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세계에서도 개발도상국이 계속 얻어맞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 및 ‘저개발’ 국가 45개국이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산 밀의 1/3을 수입한다. 이중 18개국은 전체 수입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의 경우 수입량의 70% 이상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온다. 터키는 그 수치가 80%를 넘는다.
남반구 국가는 이미 급격한 물가 상승과 물자 부족에 직면했고, 소비와 생산 모두에서 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케냐에서 빵값이 40% 넘게 뛰었는데, 레바논은 70%까지 가격이 올랐다. 한편 세계 최대 대두 생산국인 브라질에서는 수확량이 급감할 상황이다. 브라질은 러시아와 인접 국가인 벨라루스(제재 대상에 포함됨)에서 수입하는 탄산칼륨 비료가 전체 수입량의 절반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비축된 물량은 3개월 치밖에 없으며, 농민을 대상으로 배급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이 전 세계에 제재를 가했다”
현재 상황을 악화시킨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과 서방의 러시아 제재이다. 러시아 정부 지도자와 엘리트를 겨냥한다는 명목으로 제재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모든 사람, 그중에서도 취약한 계층을 위협한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브라질 대두생산자협회(Aprosoja)의 안토니오 갈반 회장은 “저들이 비료 생산국으로부터 수입을 못 하게 막고 있다”면서 “비료가 없으면 몇백만 명이 기아로 사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수입 기업의 누루딘 자케르 아흐마디는 “미국은 러시아와 러시아 은행만 제재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이 제재를 가한 것은 전 세계이다.”라고 진단했다.
“엎친 데 덮친 격”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에 따른 제재는 기존의 기아 위기를 더욱 심화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2020년에 전 세계 3명 중 1명(23억 7천만 명)이 양질의 식량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보고했다. 최근에는 상황이 더 악화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후변화, 기타 이와 관련된 생산 중단으로 식량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의 데이비드 M. 비슬리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상에 지옥이 펼쳐졌다고 생각한다면, 큰코다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의견은 서로 다르더라도, 전쟁과 제재가 종식되기 전까지 수십억 인구가 기아 위기로 고통을 받게 되리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