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2022년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박철균(정책연구팀)
박철균 연구위원은 현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로 지정되어 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1972년 당시 자신들의 정기총회일인 4월 20일에 ‘제1회 재활의 날’ 행사를 치르고 이후 4월 20일을 ‘재활의날’로 기념해오던 것을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이 1981년부터 같은 날을 ‘심신장애자의 날’로 지정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1981년 UN에서 정한 ‘세계장애인의 해’가 되자, 한국정부는 1982년부터 명칭을 ‘장애인의 날’로 바꾸었다. 그러나 그 본질과 모습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장애인은 4월 20일에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얼굴을 비추고, 유명연예인이 공연을 하고, 장애를 ‘극복’하여 최대한 비장애인처럼 살아가는 ‘장애극복상’ 수상이 이뤄지고, 장애인을 ‘도와준 일반인’에 대한 미담을 얘기하며 감동하고 울어대는 신파가 계속 연출된다. 하지만, 4월 21일이 되면 언제나 그렇듯이 장애인은 잊혀진 존재가 되고 사회는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로 돌아간다. 비장애인처럼 살아가고 장애를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인은 이동도 하기 어렵고, 학교에서 교육도 받기 어렵고 노동을 하기 어렵고 심지어는 일상의 삶조차 집에 갇혀 있거나 장애인거주시설에 ‘보호’란 명목으로 갇혀서 어떠한 일상도 누리지 못한 채 죽어야 하는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에 맞선 한국의 장애인 운동은 2001년부터 이동권 투쟁을 통해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한다.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고로 시작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 저상버스 도입을 요구하며 지하철 선로에 내려가 쇠사슬과 사다리를 맨채 투쟁하고, 버스를 막는 급진적 투쟁을 진행하였다. 이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를 본격적으로 막으며 온갖 욕설을 감내하면서도 한국의 장애인 운동은 비장애인 중심의 위선적 사회를 폭로하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기필코 만들어 가겠다는 행동을 만들어 갔다.
이런 움직임 속에 2002년에 첫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만들어졌다. 4월 20일 단 하루만 장애인을 생각하는 것처럼 말하는 위선을 거부하고, 1년 365일 장애인이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요구를 외치며 투쟁하기 시작했다. 투쟁단은 매년 기초생활수급제도의 위선을 폭로하며 세상을 떠난 최옥란 열사의 기일인 3월 26일에 시작하여 4월 20일 본격적으로 투쟁하며 5월 1일 메이데이에 해단식을 가지는 일정으로 이어지고, 단지 420 공투단 일정에서 투쟁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투단에서 얘기했던 요구를 토대로 1년 내내 한국의 장애인 운동이 목소리 외치고 투쟁하는 시작점이 되었다.
한국의 장애인은 그야말로 20년동안 차별과 배제에 맞서 투쟁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 활동지원 예산 대신 한강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지으려는 것에 맞서 한강대교를 휠체어에 내려와서 오체투지(기어가기) 투쟁을 4시간 넘게 진행하기도 하였고,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자며 탈시설 운동을 진행하였고, 신체적 등급으로만 장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등급제에 맞서, 국가가 개인과 가족에게 복지를 모두 떠 넘기는 부양의무제에 맞서 투쟁을 펼치기도 했다.
2022년의 420공투단도 지난 20년의 세월 속에서 여전히 한국의 장애인이 맞서 싸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줬고, 오히려 곧 여당 대표가 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아침 지하철 타기 투쟁을 벌이고 있는 장애인 운동을 비하하며 한국사회에 혐오를 선동하는 속에서 더 격동적으로 투쟁을 펼쳐 나갔다. 한국에서 장애인의 투쟁으로 장애인의 노동권, 이동권, 활동지원, 탈시설 등의 권리가 만들어졌지만 OECD 평균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한국의 장애인 복지 예산으로 인해 제대로 된 장애인 정책들이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애인운동은 4.20 기간 내내 장애인 권리예산을 제대로 마련하고 장애인 탈시설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 법안인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위해 계속적인 투쟁을 진행 중이다. 국가인수위의 제대로 된 답변을 받기 위해 아침마다 매일 1,2명씩 장애인의 삭발 투쟁도 이어지고 있다
지하철을 타며 선전전이 진행되기도 하였고, 4월 21일은 국가인수위가 제대로 답변을 내놓지 않자 장애인이 직접 휠체어에서 내려와 오체투지를 하며 장애인도 함께 살아가겠다는 결의를 보이는 지하철 타기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정치인이 혐오 선동을 한 덕분에 장애인운동 활동가들은 예년보다 더 많은 혐오 및 비난과 위협, 욕설을 현장과 온라인에서 들어야 했다. 심지어는 사무실 앞을 배회하며 사진을 찍거나 대놓고 카메라로 촬영하며 스토킹하면서 욕설을 하는 사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의 장애인운동은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 투쟁하고 있다. 2022년 한국의 장애인 운동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장애인이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줬고, 혐오와 연대에 맞선 수많은 사람들과 시민사회노동단체의 굳건한 연대를 만들어 냈다. 2022년 420 결의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로 투쟁을 펼쳤고, 수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운동을 지지하며 후원을 보내고 직접 현장에 찾아와서 장애인운동에 함께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2022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5월 1일에 해단식을 갖는다. 하지만 해단식 이후로도 언제나 그렇듯이 장애인운동은 2022년 내내 계속될 것이다. 또한 장애인운동은 한국사회 차별과 배제의 모순을 날것으로 드러내고 그것을 마침내 변화시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인권의 세상을 만드는데 계속 앞장 설 것이다.
한국의 장애인운동에 연대하자!
Leave No One Beh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