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이제 진정한 폭격이 무엇인지 안다(2024년 41호 뉴스레터)

* 본 기사는 Tricontinental: Institute for Social Research의 “They Now Know What Real Bombing Means: The Forty-First Newsletter (2024)”를 번역한 글입니다.

번역: 이재오(번역팀, ISC)

감수: 심태은(번역팀, ISC)

아이만 바알바키 (레바논), 무제, 2020

안녕하세요

트라이컨티넨탈: 사회연구소에서 인사드립니다.

10월 1일, 미국 하원 외무위원회 위원장 마이클 맥콜 하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에 휴전을 촉구하기보다는 이란과 그 괴뢰들에게 최대한의 압력을 가할 것, 그리고 2,000파운드 폭탄을 비롯하여 행정부가 몇 달 동안 연기해 온 무기 지원을 가속하여 이스라엘이 위협을 억제할 모든 수단을 갖추도록 지원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맥콜의 이 호전적인 요구는 이스라엘이 80발 이상의 2,000파운드 폭탄을 비롯한 다양한 폭탄을 사용해서 베이루트의 주거 지역을 폭격하여 헤즈볼라 지도자 사예드 하산 나스랄라(1960-1924)와 더불어 수백 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지 며칠 에 나온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2003년 이라크 침략에 사용한 것보다 더 많은 “벙커 버스터” 폭탄을 이 폭격 한 번에 투하했습니다. 

전 미 해군 조종사 그레이엄 스카브로 중령은 미 해군학회를 위해 이스라엘 폭격의 증거를 분석하였습니다. 스카브로는 아주 선명한 기사를 통해 이스라엘이 “지난 몇십 년간 부수적 피해에 관해 미군과 확실히 다른 접근법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미군은 민간인 사상이나 “부수적 피해”에 대해 그 어떤 걱정도 보인 적 없지만, 그런 미군 고위 장교들마저 이스라엘이 인간의 생명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에 놀랐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스카브로는 이스라엘군이 “더 높은 부수적 피해 한계치를 가진 것으로 보이며 … 이는 민간인 피해 확률이 높더라도 타격을 감행한다는 뜻”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심 알샤컬(이라크), 죽음의 교향곡 1, 2019

미국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을 무자비하게 폭격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해 집단 학살을 벌이고 있는 것이 “유력하다”는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스라엘에 살인 무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10일, 바이든은 “우리는 군사 원조를 전격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고, 지난 1년 간의 집단 학살 동안 미국의 군사원조는 179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규모에 도달했습니다. 2024년 3월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이 100번이 넘는 대외 군사 판매를 통해 “수천 발의 정밀유도탄, 소구경 폭탄, 벙커 버스터, 개인화기 등 다양한 살상 무기 원조”를 이스라엘에 제공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렇게 “소규모” 판매로 나누면 미국 법에 따라 대통령이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규모보다 작기 때문입니다. 물론 만약 그 선을 넘었더라도 국회가 승인했을 것이 분명하기는 합니다. 이런 판매를 통해 미국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에 사용한 2,000파운드 MK-84 폭탄 14,000발과 500파운드 폭탄 6,500발을 제공하였습니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은 민간인들에게 특정 지역으로 피난하라고 지시한 다음 바로 그 지역에 2,000파운드 폭탄을 투하해 민간인들을 타격하곤 합니다. 뉴욕 타임스보도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되고 2주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투하한 폭탄의 90퍼센트가 1,000파운드 혹은 2,000파운드 규모의 인공위성 유도폭탄”이었습니다. 2024년 3월,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네타냐후에게 민간인 폭격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고는 바로 다음 날 그에게 도시를 블록째로 파괴하는 2,000파운드 폭탄을 수천 발 줘서는 안 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무장폭력반대행동의 2016년 보고서는 이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가를 했습니다.

인구밀집지역에 사용되었을 시 막대한 파괴를 일으킬 수 있는 매우 강력한 폭탄이다. 빌딩을 산산조각내고 폭심지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곳까지 사상자를 초래할 수 있다. 2,000파운드 MK 84 폭탄의 파편 패턴과 거리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살상 반경(즉, 높은 확률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거리)이 360미터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파운드 폭탄의 폭발파는 강력한 충격 효과를 일으키며 투하 지점에서 800미터 떨어진 곳까지 심각한 부상과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이스마일 샤무트(팔레스타인), 불꽃의 수호자, 1988

저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지도부를 폭격한 곳인 베이루트 다히예의 하레트 흐레이크 구를 여러 번 거닐어 본 적이 있습니다. 겨우 몇 미터 거리를 두고 고층 주거 건물이 빽빽한 인구 밀집 지역입니다. 그런 빌딩들 사이로 이렇게 강력한 폭탄 80발을 쏟아붓는 것은 “정밀” 타격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폭격은 가자지구에 대한 끔찍한 공격과 평행선을 그리며 이스라엘과 미국의 전쟁에서 나타나는 인간 생명에 대한 경멸을 상징합니다. 9월 23일, 이스라엘은 1분에 한 번이 넘는 꼴로 레바논을 폭격했습니다. 며칠 만에 이스라엘의 “집중 폭격”으로 레바논 인구의 5분의 1인 백만 명이 피난민이 되었습니다.

사상 최초로 항공기에서 투하된 폭탄은 1911년 11월 1일, 이탈리아 공군 줄리오 카보티 중위가 리비아 트리폴리 근처 타지우라 마을에 떨어뜨린 덴마크제 하센 수류탄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0년 후, 끔찍한 기념행사라도 되는 듯 프랑스와 미국의 폭격기들이 무아마르 카다피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다시 한번 리비아를 폭격했습니다. 스벤 린드크비스트의 책 폭격의 역사(2003)에서 나오듯이 항공 폭격의 잔혹함은 처음부터 잘 알려졌습니다. 1924년 3월, 영국 공군 아서 “폭격수” 해리스 소령은 이라크에서 그가 실시한 폭격에 대한 (이후 삭제된) 보고서에서 항공 폭격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논했습니다.

아랍인과 쿠르드인은 시끄러운 소리를 조금 견디면 폭격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지만, 이제 사상자와 피해를 통해 진정한 폭격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기계 네다섯 대로 45분 만에 큰 마을 하나가 완전히 파괴되고 주민의 3분의 1이 죽거나 다치게 되며, 그 앞에서 맞서 싸울 수도 없고, 전사의 영광 따윈 없으며 도망치지조차 못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0년 후, “폭격수” 해리스의 말은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 가해진 잔혹함을 정확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앙드레 마송(프랑스), 완성된 세계는 없다, 1942

헤즈볼라와 이란이 이스라엘에 발사하는 로켓은 전쟁의 잔혹함이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역시 추한 전쟁의 한 단면이지만,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은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이란 외교 시설을 공격(2024년 4월)하고, 테헤란에서 열린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2024년 7월)하고, 베이루트에서 나스랄라를 암살(2024년 9월)하고, 이란 군 요인을 다수 살해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은 민간인, 의료진, 언론인, 구호단체 직원 등에 셀 수 없이 많은 공격을 가했지만, 이란의 미사일은 이스라엘의 민간인 지역이 아닌 군사 및 정보 시설을 타격했다는 것입니다. 헤즈볼라는 2024년 9월 이스라엘 하이파 동쪽 라맛 다비드 공군 기지를 공격했습니다. 이란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도시의 인구 밀집 지역으로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습니다. 2023년 10월 8일부터 이스라엘의 레바논 폭격은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보다 훨씬 많이 이어졌습니다. 지금의 분쟁이 시작되기 전, 9월 10일까지 이스라엘은 137명의 레바논 민간인을 살해하고 수십만 명의 레바논인을 피난민으로 만들었습니다. 그에 반해 동 시기 헤즈볼라의 로켓은 14명의 이스라엘 민간인을 죽이고 63,000명의 이스라엘인이 피난하게 했습니다. 폭력의 사용에서 공격의 빈도와 사상자의 숫자라는 양적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질적 차이 또한 나타났습니다. 군사 표적에 대한 폭력은 국제법상 조건에 따라 허용될 수 있습니다. 민간인 대상으로 대형 폭탄을 사용하는 등의 무차별적인 폭력은 전쟁법을 위반합니다.

에텔 아드난(레바논), 무제, 2017

레바논의 시인이자 화가인 에텔 아드난(1925-2021)은 그의 부모가 현재 터키가 된 오스만 제국의 붕괴로부터 피난한 뒤로 베이루트에서 자랐습니다. 그는 분쟁과 고통의 토양 속으로 깊이 들어가 시의 소재로 썼습니다. “작은 산”이라는 뜻인 아슈라피에의 아파트 발코니에서 항구를 드나드는 배를 보는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에텔 아드난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역시 베이루트 폭격 직전에 사망한) 소설가 엘리아스 쿠리(1948-2024)는 불멸의 여성을 추모하지만 홀로 남겨져 고통받는 그의 도시를 걱정한다고 썼습니다. 우리가 폭풍처럼 분노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에텔의 시 “베이루트, 1982”에서 몇 마디 추려보았습니다.

나는 믿어본 적이 없다
복수가
나무가 되어
나의 정원에서 자랄 것이라고

*

온 사방으로 나무가 자란다
팔레스타인인들도 그렇다:

뿌리 뽑혀
나비와 달리
날개 없이,
땅에 붙잡혀,
국경과 고통에 대한
사랑으로 무겁다

철창 속에서
빗속에서
아무도 영원히 갈수는 없다

우리는 눈물이 아닌
핏방울로 울 것이다.

우리는 묘지에 곡식을
심지 않을 것이다
내 손아귀에도 심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폭풍처럼 분노한다.

따뜻한 연대의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비자이 프라샤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