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전쟁이 도사리는데 미국은 이스라엘을 제지할 것인가?
* 본 기사는 한겨레의 “As the threat of war with Iran looms, will the US rein in Israel?”를 번역한 글입니다.
글: 시아바시 사파리 서울대학교 교수
번역: 이재오(번역팀, ISC)
올해로 70세 되시는 어머니는 테헤란에 거주하시는데, 요즘 불안으로 가득 차 계시다. 전쟁의 불길이 중동을 가로질러 이란에 가까워질수록 어머니는 다른 이란인들이 자주 그렇듯 최선을 희망하되 최악을 두려워하신다. 필자의 정치학 학위가 미래를 엿보는 수정구슬이라도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계속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물으신다. 하지만 필자는 미래를 볼 수 없고, 오히려 미래는 보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현시점에서 평화에 대한 희망을 고수하는 것은 신념을 시험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요즘 불거지고 있는 이란-이스라엘 전면전의 가능성은 지난 1년간 이어져 온 끔찍한 폭력의 맥락 속에 있다. 가자지구는 죽음을 향한 악순환에 빠져 있으며 한때 “중동의 진주”라고도 불린 베이루트는 폐허로 변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이란도 동일한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최근 암시했으며 이런 위협은 벤야민 네타냐후가 오랫동안 “뱀의 머리”는 테헤란에 있다고 고수한 것과 비슷하다. 반면 이란 당국은 이스라엘이 전쟁을 더 확대할 시 불꽃 같은 징벌을 맞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이란-이스라엘 관계는 지금까지 다양한 국면을 지나왔다. 팔레비 왕조 하 이란은 이스라엘을 사실상 인정한 최초의 무슬림 다수 국가 중 하나였다. 1960년대를 거치면서 경제, 군사, 정보 부문에서의 협력이 늘었지만 이후 지정학적 정세의 변화로 양국 간에는 불신이 싹트기 시작했다. 1973년 욤키푸르 전쟁에서 이란은 아랍 국가들에 기술 및 의료 지원을 제공했고, 그로부터 1년 후, 이란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에 재정적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이란은 핵개발을 시작했다. 핵무기를 가지겠다는 팔레비 국왕의 꿈은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핵무기 독점을 위협했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반이스라엘 수사는 이란 정치에 영구적인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그런 정치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혁명 정부는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중에 이스라엘로부터 비밀리에 무기를 수입했다. 1979년부터 미국의 무기 금수 조치를 당했던 이란은 이런 비밀 거래를 통해 필요한 무기와 탄약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스라엘은 이를 통해 당시 주적이었던 이라크를 약화할 수 있었다. 이란 정보부의 도움으로 이스라엘은 1981년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력 발전소를 공습할 수 있었다.
이라크가 1991년 핵 개발을 포기하자 이스라엘은 러시아의 도움으로 핵 개발을 재개한 이란에게 화살을 돌렸다. 이르게는 1992년부터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네타냐후는 미국이 이란의 핵무장이라는 위협을 제거할 것을 촉구했다. 4년 후 총리가 된 그는 이란이 핵무장에 “극도로 근접”했다고 경고했다. 당시 미국은 이미 이란에 심각한 제재를 가하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점령 이후로 이란은 핵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미국은 이에 제재를 강화하고 이스라엘과 함께 2010년 이란 우라늄 농축 시설에 사이버 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란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공격에 재래식 전력으로 맞설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소위 “저항의 축”이라고 불리는 세력을 강화하는 억제 전략을 펼쳤다. 이란의 반이스라엘, 친팔레스타인 수사는 역내에서 이 전략을 전파하고 국내에서 반대파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시위가 일어날 때마다 이란 정부는 반정부 세력이 이스라엘의 이해에 복무한다고 비난한다. 반정부 의견에 안보 문제의 프레임이 씌워져 폭력적으로 억제되는 것이다.
이란이 현 상황에서 확전을 원한다는 징후는 전혀 없다. 여러 차례에 걸친 반정부 시위들로 인해 정치적 정통성의 위기에 빠져 있으며 수십 년에 걸친 가혹한 제재와 정부의 미흡한 관리로 인해 경제는 파탄이 난 상태이다. 9월 23일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무기를 버린다면 우리도 그럴 수 있다”며 분쟁의 축소를 향한 메시지를 보냈다. 물론 이후 이스라엘은 베이루트를 폭격하여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사무총장과 이란군 장성 아바스 닐포루샨을 살해했다. 이란은 베이루트 폭격과 이란 영토 내에서 일어난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에 대한 반격으로 이스라엘에 20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후 이스라엘이 도발을 지속하지 않는 이상 대응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전쟁을 통해 지역의 판세를 바꾸고 아무도 넘볼 수 없는 패권국가로 등극하기 위해 확전에 매진하고 있다. 나프탈리 베넷 전 총리는 최근 X를 통해 “이스라엘은 50년 만에 처음으로 중동의 모습을 바꿀 최대의 기회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이스라엘은 확전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단학살에서 눈길을 돌리고 서안지구 점령 지역에서 불법 정착지 건설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끝없는 전쟁은 네타냐후가 권력을 유지하고 부패와 뇌물 수수로 인한 기소를 피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이 위기에서 빠져나갈 길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미국은 가끔 분쟁 축소를 촉구하는 것 외에는 이스라엘이 원하는 대로 하도록 허락하였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2023년 10월 7일부터 지금까지 제공한 179억 달러에 달하는 군사원조는 네타냐후가 휴전을 받아들이게 만들 수 있는 지렛대라고 볼 수 있다. 1982년 레이건 정권이 바로 그렇게 했는데,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이 철수하는 것을 강요하기 위해 군사원조를 제한한 것이다. 중동 분쟁의 근본적 원인, 즉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종식하기 위해 똑같은 지렛대를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1991년 드물게도 정착지 건설을 잠시나마 중단했던 것은 조지 H. W. 부시가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중동에서 분쟁 축소와 평화로 가는 열쇠는 언제나 미국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결국 문제는 미국이 평화의 길을 선택할지, 아니면 이스라엘이 중동의 모습을 바꾸는 것을 돕기 위해 광대한 파괴의 길을 선택할 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