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을 물리친 지금이 한국 민주주의가 성장할 결정적 순간이다

글: 이재오(번역팀, ISC)

12월 7일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

12월 3일 늦은 밤, 군인들이 장갑차와 전투 헬기를 타고 국회에 들이닥쳤다. 국회 직원들은 소화기와 바리케이드로 군인들의 진격을 필사적으로 막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려 계엄령을 선포한 직후 일어난 일이다. 

국회의사당 바깥에는 서울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계엄령으로 모든 집회와 정치활동이 금지되었지만 몇 시간 안에 수천 명이 모였다. 시민들은 추위에 떨면서도 노래와 구호로 군대와 경찰에 맞섰다. 계엄령 해제 의결까지 국회를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계엄 철폐, 독재 타도”를 외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기만 했다.

윤석열은 국회의 결정과 민중의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12월 4일 이른 오전 계엄을 해제했다. 그의 짧은 친위 쿠데타는 한국을 혼란에 빠뜨렸다. 한국 민중은 군사독재의 부활을 저지했지만 이제 윤석열을 탄핵하고 한국의 민주화를 완성하기 위한 구조적 변혁을 쟁취할 수 있는 세력으로 스스로를 조직해야 한다. 

한국 역사에서는 독재 정권을 수립하기 위해 계엄령을 사용한 예를 자주 볼 수 있다. 윤석열의 계엄령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17번째 계엄령이었다. 마지막으로 계엄령이 선포되었던 것은 45년 전, 전두환의 쿠데타로 한국에 세 번째 독재정권이 수립되었을 때였다. 1979년 계엄령은 광주 시민들의 항쟁으로 이어졌고, 계엄군은 시민들을 무참히 학살했다. 2017년에도 또한 기무사가 계엄령을 선포하고 전차와 특전사로 서울을 점령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또다시 탄핵의 지평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쿠데타 모의로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고, 백만 명이 윤석열 파면과 체포를 요구했다. 그러나 탄핵에는 두 가지 장애물이 있다. 첫째, 국회의 3분의 2가 탄핵소추안에 찬성해야 한다. 야 6당을 총합하면 여덟 표가 부족하기에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려면 국민의힘에서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12월 7일 표결에서는 3명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전체가 표결에 불참하였기에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야 6당은 가결될 때까지 매주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둘째로,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 헌재에는 6명의 재판관밖에 없으며 이는 정족수인 7명에 모자라는 수이다. 그러나 헌재 정족수를 규정하는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이 10월부터 효력 정지된 상황이다. 그렇기에 6명의 재판관이 만장일치로 결정한다면 윤석열 탄핵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는 법적으로 불확실한 부분이 많기도 하다. 

탄핵안이 인용된다면 그 후는 어떻게 될까? 2016년 촛불항쟁이 박근혜 탄핵으로 이어진 후 문재인의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고, 권위주의적 정치 체제와 독재의 잔재를 청산하고 부패한 재벌을 개혁하여 “촛불혁명을 완성”할 것을 약속했다. 그 약속을 믿고 민중의 행동은 멈추었다. 박근혜 정권을 붕괴시킨 민중 권력은 무대에서 내려왔고, 위에서부터의 변화를 기다렸다. 

역대 최대인 80퍼센트 이상의 지지율에서 보다시피 문재인에게는 한국 사회를 더 평등하고 민주적인 방향으로 개혁할 여건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오래지 않아 대부분의 공약에서 후퇴하였으며 약속했던 사회, 경제, 헌법 개혁은 시행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은 사회를 변혁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시작했지만, 그 역사적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신자유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데 급급했다. 이로 인한 민중의 실망과 그로부터 파생된 정치적 무관심으로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며 그의 무능하고 권위주의적인 통치는 이번 계엄령 사태로 이어졌다. 

역사가 반복되려 하는 이 순간,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민중의 행동이다. 2차 계엄령의 위험이 아직 도사리고 있기에 민중은 세력과시를 통해 내란 세력이 2차 계엄 선포의 엄두조차 낼 수 없게 해야 한다. 군 내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윤석열의 권력은 붕괴하고 있지만 그는 완전히 파면되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다. 탄핵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제도적, 법적 불확실성이 남아있기에 민중은 탄핵안이 국회와 헌재를 통과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야 할 것이다. 

2016년 촛불항쟁은 정권교체 하나만으로는 의미 있는 사회변혁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투쟁은 집회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현시점에서 탄핵을 위한 대중 동원은 더 심각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방어적 행동에 불과하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민중은 주도권을 잡고 자신의 힘으로 대안적 사회 질서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 힘을 만들기 위해 민중은 새로운 사회의 비전을 자신 있게 제시할 수 있는 확고한 정치 세력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들어설 새 정권이 민중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강제하고 새로운 사회의 건설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12월 4일, 시민 사회 각계 대표자 50여 명이 긴급 간담회를 열어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대표자들은 윤석열 퇴진, 국민의힘 의원 처벌, 국민주권 실현 및 사회대개혁을 목표로 하는 연대체를 구성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목표는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 한국의 진보 세력들은 민중 투쟁을 중심으로 단결하여 민중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분석과 토론을 통해 민중의 요구를 실현 가능한 사회 변혁 강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민중 권력을 건설하기 위해 폭넓은 연대와 날카로운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진보 세력의 의무이다. 

한국의 상황은 계속해서 전개되고 있다. 지나가는 순간마다 현 사회 체제의 근간을 흔들며 새로운 가능성의 지평선을 열고 있다. 한국 민중은 민주주의를 방어하며 자신의 힘을 느꼈다. 이제 이 운동이 여기서 끝날지, 아니면 한국의 민주화를 완성할 새로운 변혁적 권력의 탄생으로 이어질지는 민중 그 자신에게 달렸다. 지금 이 순간 한국 민중이 앞으로 더 나아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전 세계 진보 세력의 연대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