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강의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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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략센터에서 천안함 관련 강의에 초대를 받았을 때, 바로 응했다. 약 한달 전, 나는 경산 코발트 광산 학살현장 답사에도 참여했었다. 답사를 통해 알기 어려웠던 한국사의 이면을 배울 수 있었다. 이 사건과 피해자 가족들을 조사해 오셨던 지역 공동체 활동가를 만났을 때 우리를 가이드 해 주셨던 분의 친절하고 개방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언어 장벽이 있기는 했지만 우리 가이드는 기탄 없는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었고, 대화를 통해 우리는 코발트 광산 사건뿐 아니라 한국사에서 비슷한 일이 없었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랬던 나에게 천안함 강의는 절호의 기회였다.

천안함 사건의 언론보도를 연구한 김상균 전 MBC PD가 강사로 나왔다. 경산 코발트 광산 답사 때도 그랬지만, 나는 국제전략센터의 섭외력에 다시금 놀랐다. 천안함 사건이 언론에서 주목을 많이 받는 사건(국제적으로도 보도가 되었으니)이고, 그 사건 이후 몇 년 후, MBC 노동자가 주도한 대규모 언론 파업이 있었기 때문에 전 MBC PD가 강의를 한다는 것이 특히 흥미로웠다.

내가 처음 천안함 사건을 접한 것은 2010년 3월 말, 사건 직후 얼마 되지 않아서이다. 당시 나는 미국 로완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당시 나는 소비에트 연방의 역사에 관한 강의를 듣고 있었기 때문에 냉전이라는 주제를 자주 떠올리곤 했다. 그 수업을 통해 나는 냉전이 ‘현재진행형’인 한국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케이블 TV도, 또 CNN, MSNBC, 폭스 같은 주요 방송도 보지 않는다. 다만 PBS의 뉴스아워라는 프로그램은 빼놓지 않고 보는데, 프로그램의 질과 상대적인 절제미 때문이다. 다른 방송사와는 달리, PBS는 더 많은 증거가 드러날 때까지 책임을 어느 한 쪽에 돌리지 않으면서 천안함 사건을 꽤 객관적으로 다루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앵커나 자막에서는 사건에 대한 어떠한 평가도 내리지 않았지만, 미국 주도의 진상조사단이 결론을 내리고 나서 선정된 인터뷰 대상들을 보면, 북한이 천안함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느끼게 하였다. 하지만 이 사건은 곧 헤드라인에서 사라졌다.

나를 포함해 다른 미국인들에게 있어서 이 사건은 끝난 일이었다. 북한이 다시금 예측할 수 없고 이유 없는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불량 국가”임을 다시 한 번 “스스로 증명한” 일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강의를 듣고 나서, 이것이 그러한 주장과는 꽤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강사로 나선 김상균 PD에 따르면, 천안함 사건 초기부터 조, 중, 동등 전통적인 보수일간지와 3대 방송사 (KBS, SBS, MBC)는 북한을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적하고 이에 반대되는 증거는 무시하는 정부의 주장만을 내보냈다. 사실, 정부 공식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부 다큐멘터리와 뉴스 보도가 제작되었지만 방송되지 못했고, 그러한 프로그램의 프로듀서들은 선동적인 내용을 포함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강사는 계속해서 한국 언론의 규제 구조와 언론인이 친정부적인 기사를 내도록 압력을 받는 이유 등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했다. 한국 언론은 명목상의 자유를 인정 받고 있고, 주요 방송사는 독립 회사처럼 운영되지만, 공공 방송사 사장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완전히 독립적인 방송사 설립이 허용되고 실제로 존재하지만 (JTBC처럼), KBS, SBS, MBC 3대 방송사가 절대적으로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고, 독립적 방송사마저도 비판하는 이들을 침묵시킬 수 있고 그렇게 해왔던  “국가보안법”때문에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자제하고 있다. 이 사건이 2010년 늦은 봄에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이 강의를 듣고 나서 보니 아직도 많은 것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이번 강의는 최근 한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였던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살펴보고, 그것이 시민사회에 가져온 영향을 조망할 수 있었던 기회이자 김상균 PD처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앞으로도 국제전략센터에서 주최하는 이러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제임스 플린(영어 강사) 번역: 심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