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5년을 기다릴 수 없다
파리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회의에서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를 협상한 결과는 예측한 그대로이다. 불공정하고, 불평등하고 야심이 없다. 이는 국제 질서에 기반한 기후변화 협상임을 보여준다. 즉, 기후변화로 가장 많이 고통 받는 국가가 가장 영향력이 없고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하고, 해결 능력이 있으며 기후변화 영향을 적게 받는 국가가 가장 많은 권력을 가진다. 그리하여 협상 결과는 부적절하고, 재앙적인 3도 기온 상승을 초래하고, 정의롭지 않고, 소수가 착취하며 만들어낸 문제를 모든 국가가 동등하게 해결해야 하고, 불공평하며, 부유한 국가는 가난한 국가들의 희생으로 부와 기술을 지속적으로 축적할 수 있다. 기후 정의, 성평등, 1.5도 상승, 손실과 피해와 같은 개념이 포함되었지만 협상의 특정 세부 사항은 모든 국가가 자발적으로 배출량을 불충분하게 줄이는 국가별 온실가스감축공약(INDC) 체제이다. “국가별 공약”이라는 말은 총감축량을 측정한 후 당사국 간 감축량을 분배하는 형식인 하향식 접근법 대신에 각 국가가 감축량을 자발적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방식은 개발도상국에게 개발의 필요성을 반영하는 감축목표량을 정하는데 숨통을 트이게 하지만 동시에 선진국들도 그들이 원하는 만큼만의 목표량을 정하면서 책임을 면하게 한다. 더구나 이러한 공약을 시행할 의무에 대해서 법적 강제력은 없고 윤리적 강제력만 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김현우상임연구원에 따르면 윤리적 의무의 취약성은 “누군가 목표를 성취하지 않는다면 다른 이들도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력이 거의 없어질 것”에 있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각별 감축 목표량이 달성된다 해도 세계 기온이 재앙적인 3도가 상승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과거 협상의 궤도와 구성을 보면 다수의 시민단체들은 이런 결과를 예측했고 기업의 입김이 지배적인 기후 변화 협상의 위법성에 대한 시위를 준비했다. 하지만 경찰은 11월 13일 파리의 테러공격을 이유로 파리 시위를 금지했다. 그러자 조직가들은 창의성을 발휘했다. 파리에서 대규모 시위를 할 수 없게 되자 시위 금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서 레퓌블리크 광장에 수천 켤레의 신발을 놓았다.
협상 결과가 나오자 시민사회의 반응은 둘로 갈렸다. 주류 환경단체는 이번 협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한발짝 나아갔다고 평가하지만 기후정의운동 측에서는 이번 협상을 실패로 본다. 이런 차이는 입장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그린피스, 지구의 벗과 같은 주류 환경 단체들은 당사국회의를 기후 변화 해결에 중심적인 역할로 보며 협상 결과를 내지 못했던 코펜하겐과 같은 사례가 다시 나오는 것을 두려워 하며 이번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합의를 도출했다는 것에 안도했다. 반면 기후동맹 21이나 원주민환경네트워크와 같은 기후정의운동단체들은 기후 정의를 기후변화 해결책의 주요 요소로 보며 이번 협상 결과에는 기후 정의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본다.
이윤을 쫓는 생산 방식이 기후 변화의 사회정치적 원인이라고 본다면 진정한 해결책은 체제를 바꾸는 것이다. 제1 세계와 3세계에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체제를 바꿀 수 있다. 이들의 잠재력과 에너지를 깨우기 위해서는 기후변화협상과 공동체에서는 정의를 추구하며 기후변화에 대항한 투쟁을 함께 해야 한다. 지금 시작해야 한다. 또 다른 5년을 기다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