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loring Korea] 우리 역사 되찾기
(출처: 5.18기념재단)
5.18 민주항쟁 묘역의 봉분 사이사이를 걸으며, 나는 궁금해졌다. 발밑 땅 속에 묻힌 영령들이 내 방문을 아실까? 미국인인 내가 자신들의 땅을 거닐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까? 그들의 땅을 밟을 때 내 어깨를 짓누르는 부끄러움을 그들은 느낄 수 있을까? 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다른 선임자들과 다를까? 아님 내가 또다시 그들을 침범한 것일까? 난 조용히 머리 숙여 참회한다. 사죄를 받아야하는 이들께 용서를 바라는 마음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많은 폭압의 피해자에게 평화를, 자신의 형제자매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군인에게 연민을,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는 이들에게 용서를 베풀기를 바란다.
나는 전두환 군사독재에 맞서 싸웠던 시민들의 저항정신을 배우기 위해 광주에 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미국 카터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알게 되었다. 미국이 도가 지나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한국 내 미국 점령의 범위로 짐작컨대 미국이 한국 공수부대가 항쟁을 진압하도록 하는 결정을 했다는 것은 명확했다. 항쟁 중에 미 해군 선박이 부산에 도착하고 있다는 소식은 광주 시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들은 미국이 민주주의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것으로 착각했다. 그러나 이 희망은 미국이 독재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온 것임을 알고는 산산조각 났다. 나는 미국 사람임이 부끄러워졌다. 전 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떠들면서 역사 속에서는 이에 반하는 작태를 일삼는 미국의 위선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애국심과 세뇌가 동의어로 쓰이곤 한다. 그러나 내 나라 미국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언젠가 매파적인 외교 정책이 바뀌리라 희망한다.
무엇보다도, 광주순례를 통해 민주항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많은 영령들의 숭고한 넋을 되새기게 되었다. 구묘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있어 조금 위축되었다. 당신이 한국 묘지에 가본 적이 없는 서양인이라면 한국인이 미국인보다 고인을 더 많이 추모한다고 느낄 것이다. 얼굴들, 미소 짓거나 심각한 얼굴을 한 사진들은 그들이 삶 속에서 성취하고자 했던 마지막 유언을 응시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남겨진 일들을 떠오르게 한다. 영령들의 사진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삶을 살라고 특히, 어린 영령들은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준다.
무덤 앞에 불 붙힌 담배, 건어물, 소주 병, 빈 컵, 달콤한 빵을 놓고 고인을 애도한다. 그들이 사라져 갔기에 서로가 대화 한 번, 우리의 할 일과 의무에 대해 논의 한번 못해봤다. 고인의 영정 사진을 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을지 상상해본다. 5.18 희생 앞에 서니 우리가 짊어진, 아직 완성하지 못한 일들의 무게가 더 크게 와 닿았다. 한국 민주주의와 미국 민주주의 실현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열정을 가지고 더 개선해 나가야 한다. 하나의 불꽃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전역을 촉발시킬 수 있다.
광주학살 책임자인 전두환과 노태우는 수감 일 년 만에 출소했다. 전두환은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연희동 호화저택에서 호위를 받으며 평화롭게 살고 있으며 여전히 광주학살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다행히, 광주 사람들은 1980년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역사로 잘 보존하고 있다. 방문객들이 한국 민주화 운동의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과거 역사를 보존하기 위한 작업들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나는 한국 젊은이들이 80년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길 바란다. 또한 정부가 행방을 찾을 수 없었던 많은 학살 희생자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기 바란다. 사망자 수가 200 - 2000명으로 그 범위 격차가 매우 심하다. 시체를 유기했던 군인들을 심문하여 아직 찾지 못한 시체를 찾아내고 독재자의 거짓을 바로잡기 위해 정확한 희생자 수 파악이 꼭 필요하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담론으로 남아있다.
광주순례에서 얻은 또 다른 교훈은 군 체계와 전쟁 수단의 만행이다. 계엄군은 공산주의 위협에 맞선다는 명목으로 시민에게 총을 겨눴다. 군인은 북한이 광주에 침입해 봉기를 일으켰다고 들었다. 계엄군이 진압에 사용한 전술이 어느 국적을 가진 이가 행했는지에 따라 변명이 될 수는 없다. 고도로 훈련된 공수 부대가 임산부, 어린이, 뒤돌아 도망치는 시민을 무참히 사살했다. 한국 사람들을 억압하는 전술로 종종 이용되는 북한 공산주의 위협은 광주 거리를 온통 빨갛게 물들였다. 한국 사람들이 이를 인식하고 정부가 계속 자행하는 조작 사건을 끝장내길 바란다. 사람들의 두려움을 이용한 선전이 어떤 것이지 알고 보호자와 압제자를 구별할 수 있기 위해서는 모든 나라 민중의 역사는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5.18민주묘역를 짓기 전에 희생자들은 구묘역에 묻혀있었다. 구묘역은 계엄군이 시체를 가져와 버린 지역 묘지이다. 현재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열사와 새 묘지에 안장되기를 거부한 유가족의 고인들이 그대로 구묘역에서 광주민주항쟁의 진상을 알리고 있다.
안드레아 슈니처(열린강좌 운영진, ISC) 번역: 홍정희(번역팀, I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