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_일본] 데이터로 분석한 ‘재일한국인’에 대한 편견과 인터넷의 관계 - 신구(新舊) 두 가지 레이시즘이 공존

국제뉴스_일본.jpg

➊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 시행

얼마 전 "일본 국외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대책 추진에 관한 법률",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혐오시위 대책법, 특정 민족·국민·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이나 혐오 발언 등)' 대책법이 중의원 본회의에서 가결, 성립되어 시행되었다(2016년 5월 24일 성립, 6월 3일 시행). '헤이트 스피치'라는 말은 근래 언론에서도 빈번하게 보도하고 있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말이다. 직역하면 '증오표현', 더 적절한 말로는 '차별선동표현'이다.

언론, 표현이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과의 정합성을 둘러싼 오랜 논의를 거쳐 이 법률이 제정되기에 이른 것은 일본 사회에서 소수자의 권리를 위협하는 헤이트 스피치가 성행한다는 현실에 따른 결과이다.

특히 최근 10년 사이에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 등 배외주의단체는 도쿄의 신오쿠보(新大久保)와 오사카의 쓰루하시(鶴橋) 등 한인 집단거주지를 중심으로 재일한국인을 심하게 모욕하고 때로는 살해를 부추기는 듯한 심각한 혐오발언을 하며 가두 선동과 집회를 되풀이해왔다.

이 법률이 어떻게 운용될지, 그에 따라 사회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는 시간이 흘러봐야 알 일이다. 그러나 날마다 악의에 노출되어 온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이제야 한숨 놓을 수 있는 국면을 맞았다.

이 법률의 법조문상의 문제점과 한계 등은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이고, 그것은 본고의 주제가 아니다. 필자의 전문 분야는 헤이트 스피치의 '차별(어떤 집단에 속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동, 문화, 제도)'의 배경에 있는 '편견(어떤 집단에 속했다는 이유로 한 부정적 평가)'의 사회심리학적 연구이다.

필자는 이제까지 재일한국인에 대한 레이시즘(racism, 인종차별주의, 민족우월의식. -옮긴이 주)에 대하여 실증적인 연구를 해왔다. 그 성과는 작년 9월 게이소쇼보(勁草書房) 출판사에서 『레이시즘을 해부한다: 재일한국인에 대한 편견과 인터넷(レイシズムを解剖する: 在日コリアンへの偏見とインターネット)』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본고에서는 졸저와 그 후 수집한 데이터를 근거로 인터넷과 재일한국인에 대한 편견 관계에 대하여 간략하게 논하고자 한다.

➋인터넷에서 일어난 일

재특회가 조직된 때는 2007년 초이다. 이를 전후로 다수의 배외주의단체가 활동을 개시한다. 그 모태가 된 것은 인터넷 상에서 벌어진 배외주의적 언설의 유행이다.

배외주의단체의 실상을 추척한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 일본의 저널리스트, 《노동정보(勞動情報)》 편집위원. -옮긴이 주)가 쓴 『인터넷과 애국: 재특회의 '어둠'을 좇아서(ネットと愛国:在特会の『闇』を追いかけて)』(講談社)에는 2002년이 자신의 전기가 되었다고 하는 배외주의단체의 구성원이 등장한다.

이 해는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로 양국 서포터즈 사이에 반목이 발생하여 한일 간의 대립양상이 대중의 이목을 끌었고, 고이즈미 준이치(小泉純一郎)로 전 총리가 방한함에 따라 북한 김일성 정권이 납치사건에 조직적으로 관여한 점이 드러난 해였다.

또한 ‘야후!비비(일본의 인터넷 통신 회사 Yahoo! Broadband의 약칭. -옮긴이 주)’가 저가의 에이디에스엘(ADSL)의 제공을 개시하여 일본의 '브로드밴드 원년'이라고 불린 2001년 이듬해에 해당하고, 상시 접속 인터넷 환경에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던 시기이기도 하다.

2003년 ‘겨울소나타’ 방영을 시작으로 한류 붐이 일고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와 대중음악이(KPOP)이 크게 유행하여 한국에 친근감을 갖는 일본인이 증가하던 때가 00년대 중반이었다. 한편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와 달리 인터넷 상에서는 한국인과 재일한국인에 대한 차별적 언설이 증가하고 있었다는 점도 같은 00년대 중반의 일이다.

재일한국인을 공격하는 언설 가운데는 '재특회'라는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재일한국인은 특권을 갖고 있다”라는 주장이 자주 보였다. 대부분 황당무계한 유언비어나 특권이라고 부르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을 특권이라고 간주하는 주장이었다.

예컨대 '재일한국인의 70%는 생활 보호를 받는다.'는 유언비어가 00년대 중반에 널리 퍼져 있었다. 근거는 일본에 정주하는 한국 국적민의 70%가 직장이 없다는 통계였다. 그러나 그 70% 속에는 생활보호 수급자만이 아니라 정년퇴직한 노인과 전업주부(남편), 미취업 자녀 등도 포함된다. 참고로 ‘부부 가운데 한 쪽이 일을 하고 자녀가 한 명’인 핵가족 중에는 정규직이 아닌 자가 약 70%를 차지했다.

❸'낡은 레이시즘'과 '새로운 레이시즘'

사실 이러한 ‘특권 언설’은 재일한국인을 향해서만 나타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레이시즘의 사회심리학적 연구를 계속해왔다. 연구 과정에서 레이시즘에는 '낡은 레이시즘'과 '새로운 레이시즘'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낡은 레이시즘'이란 '흑인은 나태하고 능력이 떨어진다'는 신념(belief)에 따른 노골적인 편견이다. 이는 독자들도 쉽게 납득할 만한 사례일 것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도덕시간에 “차별하지 마라. 자기와 다른 사람들에게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라고 배울 때 염두에 두었을 문제는 이런 종류의 레이시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골적인 레이시즘의 표명은 독일 나치가 전 세계에 인종주의의 해악을 최악의 형태로 일깨우고, 미국에서 공민권운동으로 인종 간 평등이라는 이념이 확산된 20세기 중반 이후부터는 사회적으로 용인 받을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흑인에 대한 반감을 타인에게 표명하거나 자신은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그 반감을 정당화하기에는 좀 더 교묘한 수법이 필요해졌다. 그리하여 퍼져나간 것이 ‘새로운 레이시즘’이다.

‘새로운 레이시즘’은 다음과 같은 신념에 근거한다. ‘첫째, 흑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따라서 흑인과 백인 사이에 분명히 존재하는 차별은 인종차별 때문이 아니라 흑인의 노력 부족 때문이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인은 차별에 대한 저항이라는 명목으로 과잉요구를 한다. 넷째, 부당한 특권을 얻고 있다.’는 네 가지 신념이다.

게다가 이 ‘새로운 레이시즘’에 상당하는 편견은 여성과 동성애자에 대해서도 도출된다는 점이 밝혀졌다. “일본은 남존여비는커녕 여존남비다.”라는 말은 일본에서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즉 ‘특권발언’은 차별 당하는 소수자의 지위가 개선될 때 비교적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재일특권’이라는 비난도 이러한 관점, 즉 레이시즘의 부수적 현상이라기보다 레이시즘의 구성요소 자체로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상의 연구에서 재일한국인에 대해서나 미국의 흑인에 대해서나 ‘낡은 레이시즘’과 ‘새로운 레이시즘’ 이 두 가지 혐오주의가 유사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❹트위터 분석으로 알게 된 것

필자는 2012년 11월부터 20113년 2월까지 트위터 상에서 한국인(재일한국인 외에도 포함)에 관련된 일본어 게시글을 수집하여 분석했다. 자원의 제약 상 약 11만 건의 게시글을 분석대상으로 삼았다(이 게시글들은 동시기에 올라온 글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

분석대상으로 삼은 게시글 가운데 12.2%가 ‘새로운 레이시즘’에, 10.8%가 ‘낡은 레이시즘’에 가까웠다.

게다가 이 두 가지 형태에 속하는 게시글의 약 90%가 그저 레이시즘에 관련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레이시즘을 표명하는 것이었다. 일본에서는 트위터라는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레이시즘’과 ‘낡은 레이시즘’이 거의 같은 정도로 확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지금도 ‘낡은 레이시즘’이 광범위하게 보이는 까닭이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 일본에서는 ‘낡은 레이시즘’을 억제하는 규범이 처음부터 성립되어 있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혹은 그러한 규범이 확실히 성립되어 있지만 인터넷 사회에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새로운 레이시즘’이 인터넷 상에 만연해있다는 점이 한국인에 대한 반감 표명을 정당화시키고, ‘낡은 레이시즘’을 되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다만 서두에서 언급한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의 성립은 거리에서 ‘낡은 레이시즘’을 표출하는 행위와 그 근원이 되는 인터넷 언설을 어느 정도(현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억제할 것이다.

한편 우려되는 점은 ‘새로운 레이시즘’이 언뜻 레이시즘이 아니라 단순한 정치적 주장임을 가장하고 있어서 ‘헤이트 시피치 대책법’ 아래에서도 방치된다는 사실이다(현재 필자의 연구와 해외 여러 연구에서 ‘새로운 레이시즘’은 단순한 정치적 태도에 머물지 않는 점도 밝혀졌다.). 그 일련의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밖에도 한국인에 관한 게시글에는 한국인에게 불리하고, 은폐되었다고 하는 진실을 폭로하는 경우가 많다는 특징도 있다.

언론은 진실을 은폐하는 주체로 언급되고, 익명게시판 사이트인 ‘2채널’과 2채널의 게시글을 취사선택해서 블로그 형식으로 게재하는 ‘2채널요약블로그’ 등은 진실을 증명하는 정보 출처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❺질문지 조사 결과

필자는 이와 같은 트위터 게시글 분석에 더해 질문지 조사(앙케이트 조사)를 활용해서 인터넷 상의 이용 형태와 레이시즘 정도의 상관성을 검토해 보았다.

졸저에서는 2013년 초 여름에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상술하였는데, 그밖에도 2015년 초봄과 2016년 초봄 두 차례에 걸쳐 온라인 조사를 실시한 뒤 얻은 미공간(未公刊) 연구 결과가 있다.

인터넷 이용 형태로는 ‘메일읽기’, ‘메일쓰기’, ‘SNS’, ‘뉴스 사이트’ 등 서비스 별 이용량을 물었다. 서두에서 언급한 트위터 게시글 분석에서 ‘2채널’과 ‘2채널요약블로그’ 등이 레이시즘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점이 시사되어 이들에 대한 항목도 적용했다.

자세한 결과는 조사 방법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난다. 이는 시기별, 응답자별(설문 대상이 대학생이었는지, 모든 성인이었는지 등), 질문 방법(이용 시간이 일일 몇 시간인지, 일주일에 며칠인지 등) 차이에 따른 결과일 것이며 조사 때마다 생기는 편차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세 번의 조사를 통해 ‘2채널’ 열람·글쓰기 및 ‘2채널요약블로그’ 이용과 레이시즘의 연관성은 일관되어 보인다는 결론을 얻었다.

‘2채널’ 이용은 ‘낡은 레이시즘’과 항상 관련이 있었다(레이시즘의 다른 측면과 ‘2채널’ 이용의 상관성은 조사에 따라 각기 다르다.). 한편 ‘2채널요약블로그’ 이용은 ‘낡은 레이시즘’과는 무관하였고, ‘새로운 레이시즘’과는 항상 관련이 있었다.

온라인 조사에서만 수집한 항목의 분석 결과, ‘2채널’과 ‘2채널요약블로그’ 이용이 언론에 대한 의심을 키우고, 이러한 의심이 레이시즘을 강화한다는 간접적 결과도 존재한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이러한 분석은 트위터 게시글을 분석한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이들 연구 결과는 ‘웹사이트 이용이 레이시즘을 강화한다’는 해석뿐만 아니라 ‘레이시즘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들 웹사이트에 강하게 이끌린다’는 등 다른 해석도 가능한 문제이다. 혹여 전자의 경우가 사실이라 해도 그 악영향을 제거하기 위해 무슨 대책이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은 이들 사이트를 직접 규제하는 법률이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법은 ‘일본 국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해 교육활동과 계발활동에 나설 것을 국가와 지방공공단체에 요구한다. 이러한 교육활동과 계발활동이 레이시즘의 해독제로서 적절히 기능하기를 바란다.

《현대비지니스(現代ビジネス)》 6월 15일(수) 15시 1분 게재 글쓴이: 다카 후미아키(高史明, 사회심리학자[1]) 옮긴이: 이로미(일본어 전문번역가)

 

원문출처

http://gendai.ismedia.jp/articles/-/48886

http://gendai.ismedia.jp/articles/-/48886?page=2

http://gendai.ismedia.jp/articles/-/48886?page=3

http://gendai.ismedia.jp/articles/-/48886?page=4

http://gendai.ismedia.jp/articles/-/48886?page=5

  1. 심리학 박사. 도쿄대학 대학원과 가나가와대학 강사. 편견 및 고정관념(특히 재일한국인 문제, 인터넷 사용과 이데올로기와의 상관성)을 주로 연구한다. 저서에 『레이시즘을 해부한다: 재일한국인에 대한 편견과 인터넷(レイシズムを解剖する: 在日コリアンへの偏見とインターネット)』(勁草書房)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