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줄 세상
래리 로젠버그(해외통신원, 미국)번역 : 황정은(사무처장, ISC)
나는 68세고 걱정이 많다. 그리고 현재 어떤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면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내 동년배는 앞으로 20-30년 정도 더 살 수 있을 것기 때문에 기후 변화로 예상되는 가장 끔찍한 미래를 직접 보지는 못한다. 하지만 내 아이들과 손자 손녀에게 물려줄 세상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기후 변화를 걱정했던 나는 지난 4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민중기후행진에 참가했다. 행진을 둘러싼 기대로 20만명이 집회에 나와 기후변화에 맞서 싸울 것을 약속했다. 정말 잘 된 일이다. 하지만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반대 집회와 지난 1월에 열린 여성행진에 비하면 그 규모가 아주 작다. 참가자 수와는 관계없이, 여론, 언론인, 주 의원, 미 의회, 다른 국가 정부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결연한 노력과 더불어 각 현장에서의 정치적인 조직 사업이 시급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후가 가져올 끔찍한 미래를 피하기 위해서다.
지금 우리는 정말로 두려운 트럼프 시대에 살고 있다. 예상한대로 거의 세계 모두가 증대되는 위기와 여러 전선에서 공격에 마주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는 기후 변화를 헛소리라고 하는 대통령이 내각 고위직에 기후변화 부인론자를 임명했다[1].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가 직면한 위협을 대처하는데 엇갈리는 기록을 남겼지만 적어도 기후변화를 문제로 인정했다.
몇 십 년 전만해도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것은 반이상향적 환상과 같았다. 우리는 거의 매년 기록적인 지구 온도를 목도하고 있다. 인류는 한번도 우리가 현재 오르고 있는 기온만큼 더운 지구를 경험해 본적이 없다. 그래서 상상할 수도 없이 파괴적인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 여러 결과 중에서 히말라야와 안데스 빙하로부터 나오는 담수에 의존해 사는 수백 명이 미래에 극심한 위기에 직면할 것은 예측할 수 있다. 미국, 중동의 여러 국가, 아시아, 아프리카에서는 빈번하게 가뭄과 홍수가 발생한다. 해수면 상승 때문에 해안 지역은 바닷물에 잠기고 있다. 해수면 상승 속도 예상치는 다양하지만 보스톤, 뉴욕, 마이애미, 과야낄, 런던, 이스탄불, 아비장, 뭄바이, 자카르타, 오사카, 상해와 같은 해안 도시는 매우 파괴적인 홍수 피해를 볼 것이다. 내륙 지역의 피해까지 더하면 수십억명이 삶터를 떠나야 할 것이다.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식량 재배도 어려워질 것이다. 더 많은 가뭄이 일어나고 더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안타깝게도 충분한 먹거리와 마실 것을 위한 투쟁이 이미 극심한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고통을 받을 것이다. 동시에 기온이 올라간 지구에서는 말라리아와 뎅기열 같은 많은 질병을 유발하는 병원균이 퍼질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질병이 거의 생기지 않았던 지역에서도 발병할 가능성이 크다. 더 많은 스트레스와 대규모 이주, 그리고 더 많은 전쟁....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화석 연료(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태우고 있으며 매년 이산화탄소 400억톤을 대기 중으로 방출한다. 그리하여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증했다. 40만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크게 오르락 내리락 했지만 항상 180-300 ppm 사이였다. 1950년대를 시작으로 이 수치가 급증해 현재는 400 ppm 이상이다. 인간 활동이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2].
원자 과학자 회보의 경고 문구를 보자.
“조만간 대규모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이 안되면 2100년까지 국가들은 지구의 기후를 완전히 바꾸기에 충분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기후변화 결과로 수백만 명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고 인류가 의존하고 있는 핵심적인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다.”
우리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는가? 초국적 기업과 오랫동안 지속된 경제적, 문화적 관행으로 화석연료 연소에 중독된 세계가 문명을 위협하는 가운데 어떻게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엄청나고 시급한 도전이 우리 앞에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일련의 절망적인 예측에도 완전히 희망이 없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자세히 살펴보자.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빠르게 산성화되는 바다를 생각해보자. 이런 사실을 그냥 무시할 것인가? 아니다. 미해양대기청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2100년까지 해수면은 거의 150%정도 산성화가 심해질 것이다. 이런 해양 산성도는 2천만년 동안 경험해본 적이 없는 수치이다.”
바다가 산성화되면 해양 생물 대다수가 적응하지 못하고 죽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다[3]. 먹이 사슬 맨 밑에 있는 종에 의존하는 전체적인 생태계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또한 해수 온도가 올라간다. 수천 가지 어류가 서식하는 산호초는 약 5억명 먹이사슬의 핵심적인 부분이고 산호는 더워진 해수 (또는 산성화된 해수)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어간다. 산호뿐만 아니라 여러 해양 생물종은 해수 온도 상승이나 산성화로 생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이라고 말할 것인가? 산호와 해양 생물들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고 말할 것인가? 주요 식량자원이 사라졌을 때, 당신은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할 것인가?
이제 북쪽을, 가장 북쪽으로 가보자. 우리는 북극 영구 동토층이 녹고 함께 얼어 있었던 엄청난 양의 메탄(이산화탄소보다 더 강력한 온실가스)이 방출되는 위험에 처해있다[4]. 메탄 방출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더 넓은 영구 동토층이 녹고….
현재를 살고 있는 내 세대는 20년 후 우리 아이들에게 이 문제를 풀려고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지금 여러 국가에서 석탄 사용을 줄이기 시작했으며 풍력이나 태양열에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것을 끝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 우리가 계속 적응하려 노력하고 혁신을 이뤄내고 여기저기 필요한 방파제를 세울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과 손자 손녀들이 기후변화의 악몽과 씨름하지 않아도 될까?
유감이지만 아니다. 우리는 너무 천천히 변화를 만들고 있다. 다음을 생각해 보자.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대처할 수 없는 대기와 해양 변화와 만연한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전세계 평균 기온 상승을 이전에 예측했던 2℃[5]가 아닌 1.5℃로 제한해야 한다. 이미 1.1℃가 올랐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파리기후협약에서 약속한 것만큼 빠르게 행동한다 해도 지구의 온도는 2.6℃~3.1℃ 오를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이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
내가 잠을 못 자는 이유는 또 있다. 점차적으로 그린랜드 빙상이 녹고 있고 바다로 흘러 들어올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이 있다. 남극에 대해 미항공우주국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남극 대륙 서쪽 아문센 바다의 빙하가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 결과 전세계적으로 해수면이 1미터 상승한다. 더구나 빙하가 녹으면서 남극대륙 서부의 빙상도 무너지게 된다. 그러면 해수면은 3~4미터 상승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삶터를 잃게 된다.”
해수면 상승은 어느 정도까지 괜찮은 것일까? 방글라데시만 두고 보다면 2050년까지 대략 1800만명이 강제 이주해야 한다. 그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미 국립학술원 국가연구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는 매우 위험한 분기점에 있다[6]. 기후 변화의 여러 가지 영향을 모두 피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조금만 더 늦으면 임박한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며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공포는 수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 정책이 끔찍하지만 다가오는 대재앙의 길로 우리를 내 몬 것은 그가 아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중요하고 효과적인 행동을 취했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에서 석유와 가스 생산을 기록적으로 증가시키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이었을 당시 세계 전역을 돌아다니며 프래킹을 추진했다. 미국과 다른 대다수 국가는 결과를 생각지도 않고 수십 년 동안 화석 연료를 사용했다. 그 결과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석유 대기업 엑손은 1977년 그들의 행동이 초래할 심각한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막대한 이윤을 위해서 지구를 계속 파괴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과 손자 손녀를 사랑하지 않는가? 그래서 다시 묻고자 한다. 우리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는가?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모든 것을 뛰어넘는 진실이 있다. 우리는 이 재앙이 더 진행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너무 늦기 전에, 그리고 우리 자손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우리는 지체할 여유가 없다. 우리 지역 공동체와 국가에서 한마음으로 정치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개인의 습관을 바꾸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절망적이라고 해서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 의도가 분명하게 설명되었기를 바라지만, 상황은 절망적이고 문제는 심각하다. 앞에서 설명한 격변하는 결과를 막을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길 방안이 있고 그 방안들을 밀고 나가야 한다. 우리에게 희망의 단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빠르게 행동해야만 한다.
전 세계 사람들은 그들의 정부가 화석 연료 사용을 중단하는 효과적인 단계를 밟아 갈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전력 생산을 풍력과 태양열과 같은 재생가능에너지원이 주요 전력원으로 이 되도록 빠르고 대규모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화석연료 산업과 시설을 대상으로 정치적 행동이 필요하다. 필요한 전환을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기술적, 경제적으로 가능한 일이며 가장 중요하게는 다른 방법이 없다.
매우 중요하지만 자주 논의되지 않는 것이 한가지 있다. 교통, 난방, 산업 부문에서도 화석 연료 사용을 급격하게 줄이고 이미 대기 중에 있는 과도한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예를 들어 향상된 토지 관리 기법)을 모색해야 한다.
의견 개진과 선동은 우리의 수단이다. 의견 개진에는 공공 교육, 기후변화 부인론 반박, 국가 통치기구와 지역 의원을 향한 로비, 기후변화에 맞선 행동을 할 정부 선출 등의 방법이 있다. 선동에는 직접적으로 화석연료 기업, 기관, 지지자들을 대응하는 것이 포함된다.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하려는 사람들이 재앙을 피하기 위해 긴급하게 필요한 단계를 밟아 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모두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기후변화 활동가로서 평등, 정의, 평화를 위해 투쟁하는 다른 운동진영과 연대한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다양한 그룹으로부터 에너지와 열정을 모아 진정한 대중운동을 만들어낸다면 기후 문제에 집중하는 사람들에게는 동기를 부여하고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다.
원자과학자 회보를 다시 보자.
“기후 변화라는 무대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긍정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재 노력은 재앙 수준으로 더워지는 지구를 막기에는 전적으로 부족하다.”
현재 추세를 되돌리지 못한다면 기후변화 피해는 인류를 괴롭힌 다른 문제들이 별 것 아니게 보이도록 만들 것이다. 이 세계를 고치기 위해 열망과 수단이 있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기후변화보다 더 긴급한 사안이 또 있는가?
-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청정전력계획을 대부분 무효화했다. 미 환경보호국 국장이 수년간 공개적으로 청정전력계획에 맞서 싸웠다. 미 에너지부 장관에는 수년 전 에너지부 해체를 제안한 기후변화 부인론자가 임명 되었다. 또한 국무장관은 엑손 모빌 전 CEO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변화 부인론을 제지하는 세력이 되었다).
- 이산화탄소 농도의 갑작스런 급증은 인간이 유발한 것이 아니란 증거는 찾기 힘들다. 또한 이산화탄소가 대기를 온난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한 세기 넘게 인정받아왔다. 기후변화에 인간활동이 기여한 부분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 인간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수 있는가?”와 “지구를 둘러싼 담요”, “기후변화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Kerry Emanuel, MIT Press, 2012)”에서 볼 수 있다.
- 엘리자베스 콜버트 “여섯번째 대멸종: 아주 불편한 역사” 헨리 홀트 & 컴퍼니, 2014
- 20년 동안 메탄은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상승시키는 온도보다 80배 더 많은 기온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 최근까지 많은 과학자는 2℃ 온도 상승은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로운 연구에서 전세계적으로 2℃ 상승은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여주었다. 이러한 변화를 인정하고 파리기후협약에서 “ 1.5℃도로 상승폭을 한하기 위해 지구 평균온도의 산업화 이전 대비 상승폭을 2℃보다 '훨씬 작게' 제한한다”고 언급했다.
- 미 국립학술원 국가연구위원회, “기후변화의 갑작스런 영향: 기습을 점치다”, National Academies Press, 2015. “지구 기후의 역사 연구는 기후 체계에서 갑작스러운 변화를 초래하는 ‘분기점’ - 넘었을 경우 빠르고 주요한 변화가 생기는 기준점-의 불가피성을 보여준다. 나무의 나이테, 바다 침전물, 얼음 핵과 같은 자료로 볼 수 있는 지구 기후의 역사는 몇 십 년에서 몇 년에 걸쳐 빠르게 생긴 큰 변화들이 중간 중간 있다. 이 보고서에서 설명했듯이 자연에는 여러 가지 잠재적인 분기점이 있고 인간이 자연 체계에 초래한 변화들은 더 많다. 현재 탄소 방출 속도는 빨라지는 속도로 기후 체계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분기점을 넘을 가능성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