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다
글: 앤드류 돕스번역 : 홍정희(번역팀, ISC)
* 본 기사는 그린 레프트 위클리(Green Left Weekly)의 “The US, not North Korea, is the biggest threat to peace (https://www.greenleft.org.au/content/us-not-north-korea-biggest-threat-peace)”를 번역한 글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3개월도 채 안됐지만, 미국이 곧 핵전쟁에 착수하리라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핵전쟁이 먼 얘기 같지만, 이를 촉발할 수 있는 불씨는 존재한다. 항공모함이 한반도로 향하고 있으며,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사소한 오판이나 실수가 일촉즉발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데, 실제적 위협에 직면한 북한은 핵무기에 의존해 저항하게 될 것이다.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우리와 이 시나리오 사이에 놓인 중요한 점은 바로 이성을 갖추고 트럼프와 김정은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다.
인종차별주의 발언 이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미국 언론은 비합리적이고 위험한 것은 모두 북한 측에 있다고 보도한다. 북한에 대한 무단침략 위협을 다룬 기사에서 NBC뉴스는 북한을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이 어떠한 경고도 없이 시리아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한지 일주일도 채 안 돼 호주의 방위산업부장관은 북한을 "세계의 가장 큰 위협"라고 지칭했다. 뉴욕타임스 는 올해 미국이 각종 전투에서 적어도 1,000여명의 민간인을 살상했지만, 그래도 중국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을 "통제"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방 세계는 이 작고 가난하고 고립된 나라에 대한 비이성적인 두려움을 부추기기 위해 인종차별적인 케케묵은 '황색공포'를 들춰냈다. 이는 동아시아인의 “기이함”에 대한 오랜 편견과 함께 피해망상을 증폭시켜 북한 주민들의 인간성을 말살시킨다.
트럼프 같은 호전적이고 편협한 지도자의 치하에서, 이 치밀하고 초당적인 이야기는 무시무시한 핵전쟁 위협을 불러일으킨다.
서방 세계의 북한 때리기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북한 사회 전체가 "미쳤고" 위험하고 신뢰할 수 없다고 비방한다. 두 번째로, 북한은 설득되지도 않고 외교적 합의를 존중하지도 않는다고 비난한다. 마지막으로는 북한이 어느 때고 발끈해서 이유 없이 수백만 명을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북한 때리기는 미국과 동맹국의 엄청난 군사적 압박을 요구하고, 안타깝지만 우리 또한 북한을 붕괴시키는데 동참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터무니없이 허황된 것이다. 북한이 미쳤다고 주장하는 것은 "가스라이팅(gaslighting)"의 확실한 예이다. 즉, 가해자가 피해자를 미치게 만든 후, 그런 반응을 피해자의 비합리성에 대한 증거로 사용하여 학대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주변 상황 북한은 남쪽으로는 남한과 북쪽으로는 중국과 접해있다. 남한에는 미군 28,500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그야말로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집결해 있다. 게다가 북한 동쪽에는 수십 년 동안 한국을 잔인하게 점령했던, 그리고 지금은 수만 명의 미군 병력이 주둔해 있는 일본이 있다.
북한은 자신들을 침략하거나 점령했던 기억이 생생한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 또한 1950 ~ 1953년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평화협정조차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은 엄밀히 말하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와 전쟁 중이다. 이 군대는 북한을 침략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라면 어떤 나라든지 편집증뿐만 아니라 존재의 위협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미군이 "불량국가"로 낙인 찍은 나라들을 침략한 것을 비추어보면, 북한이 방어력을 키우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한국전쟁은 여전히 살아 있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북한 인구 1/4의 목숨을 앗아갔고, 도시를 잿더미로 만들어 평양에서는 어떤 건물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미국 언론은 이러한 맥락은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군사적 선전을 공격적일 정도로 산란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북한이 군국주의에 "미쳤다"면, 미국도 완전히 미친 것이다.
미국 사회의 선전논리가 북한의 타당한 우려를 아주 쉽게 묵살할 수 있는 것은 북한 주민들이 유니콘을 믿는 이상하고 단순한 사람들이라는 근본적 인종차별적 가정 때문이다. 이 가정은 동양인을 설득될 수 없는 존재이기에 무력으로 다뤄야 하는, 거의 인간 이하의 "다른" 것으로 간주하는 오리엔탈리즘[ref] 이 기사에서 이야기하는 오리엔탈리즘은 에드워드 사이드의 문제제기를 통해 제기된 것을 의미한다. 서구적 시각 내지 유럽 중심주의에 입각하여 서구인들이 동양에 대해 갖고 있다고 주장되는 사고 · 인식 · 표현의 일정한 방식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지적한 것이다. (참고: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177XX61300844)[/ref] 논리에서 기인한다.
북한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은 현실과도 괴리되어 있다. 북한은 유의미한 전력투사능력[ref]power projection capability 비교적 먼 거리에서 외교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개되는 군사행동인 원거리투사능력[/ref]이 없다. 북한의 해군 해상 함정의 작전 범위는 해안에서 약 50 킬로미터 내외이며, 그나마도 미군 때문에 범위가 남한으로 국한되었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동맹국이며 북한을 군사적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보면, 북한의 무력은 억제되고 있다.
그렇다면 미사일과 핵무기는 어떨까? 북한은 4월15일 미사일 시험발사에 실패했지만 미사일을 일본에 발사할 수도 있고, 아니면 포격만으로 서울을 초토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중국이 이에 대응해 미사일을 요격할 텐데 왜 그렇게 하겠는가?
이러한 일방적 공격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근거 없는 "미쳤다"는 주장밖에 없다. 물론 그들이 오판 할 수도 있지만, 북한이 특히 위험하다는 주장은 거의 언제나 아무 이유 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길길이 날뛰며 폭탄을 터뜨릴 수도 있다는 가정에서 기인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유치하고 비인간적이며 인종차별적 논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북한이 미국을 직접 공격한다는 주장도 얼토당토않다. 북한은 미국의 수천 마일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무기가 없으며, 이를 개발하는데도 수년이 더 걸린다. 설사 목표에 도달한다 하더라도(아주 일정치 않은 미사일 시험발사 역사를 보면 목표 달성이 매우 어렵겠지만) 북한은 여전히 미국에 비해 무기가 수천 배 적다.
미국 안보에는 북한 핵 위협보다 케이블 뉴스가 훨씬 더 위험하다.
1) 협상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전적으로 미국의 공격을 막으려는 것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북한과 미국 간의 평화협상을 시작하면 되지 않는가? 협상이 타결되면 양 쪽 모두 벼랑 끝 위기에서 벗어나게 될 뿐만 아니라 북한 사회가 세계를 향해 문을 개방할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북한은 그 간의 모든 협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미쳤다"는 주장이 가스라이팅에 불과하다면, 앞서 말한 통념은 투사의 전형적 사례이다.
과거 협정을 배반한 것은 북한이 아니라 바로 미국이다.
여기서 주요사건은 1994년 양국이 서명한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간의 기본합의서(제네바합의)"와 관련이 있다. 제네바합의를 통해 기본적으로 합의된 내용은 북한이 경제 정상화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핵개발 동결을 약속한 것이었다.
협정 이행을 위한 선의의 표시로 북한은 제한적 무기 사찰 보고서를 제출했고 미국은 한국과의 군사훈련을 취소했다. 또한 북한은 플루토늄 생산시설을 에너지로 사용했기 때문에 미국은 핵 무기화를 할 수 없는 경수로 2기가 건설될 때까지 중유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은 거의 즉시 합의를 이행하는 데 실패했다. 협정 서명 2주 후,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고 이 협정이 국익에 도움이 안 되는 "유화정책"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의회는 중유 제공을 위한 충분한 자금을 제공하지 않았고, 따라서 미국은 제네바 합의문에 명시된 의무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다.
미국은 또한 4년 넘게 경수로 건설에 대한 첫 예비단계 조차 착수하지 않았다. 그나마도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되어 합의서 상의 일정을 충족시킬 수가 없었다.
가장 중요하게는 미 의회가 북미 관계 정상화 노력에 제동을 걸었고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도 합의 이행에서 한발 물러섰다.
북한은 최소한 4년 동안은 합의 이행을 위해 협력을 했으며, 실제로 핵 시범 프로그램 시작 전에 핵 개발을 재개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북한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1년 새 협상을 거부하고 나서야 이 시범사업을 본격적인 무기개발로 전환하였다.
북한은 미국이 협력할 때는 협력하고, 약속을 어길 때는 이에 맞섰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이후 2003년에 시작된 북한과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간의 6자회담까지 일관되게 이어졌다.. 당시 6자회담으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가 확실시 됐었다.
그러나 미국이 마카오 은행에 있는 북한 자금 2,400만 달러(269억 5,200만원)의 동결조치 해제를 거부하면서 6자회담이 결렬되었고, 6개월 후에 북한이 첫 핵무기를 실험하게 됐다. 하지만 동결된 2,400만 달러만 아니었다면 오늘날의 북한 핵위협은 없었을 것이다.
2) 위선 북한이 억압적인 정권 하에 있는 나라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것이 핵심은 아니다. 미국이 도덕적 잣대로 적을 규명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잔인한 독재정권을 지지하고 때론 제재하기도 했던 미국의 오랜 역사를 보면, 미국이 지지하거나 반대할 국가를 결정할 때 인권이나 자유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파키스탄이 지하드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고 북한의 15배에 달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개탄을 덜 하지 않는가.
북한과 달리, 파키스탄은 미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으며 미국의 군산복합체로부터 무기를 구입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자주 국가를 표방할 뿐만 아니라 자주 국방을 추구한다. 미국이 협상으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나라인 것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핵전쟁에 뛰어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우리(미국 국민)에게 달려있다.
[‘디파이언트[ref]Defiant. ‘반항적인, 도전적인’이라는 뜻이 있다.[/ref]’ 축약판. 앤드류 돕스는 텍사스 주 오스틴에 거주하는 활동가이자 조직가이며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