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번역] 에너지 소국 일본의 선택(14) - 원전 사고 피해와 거세지는 반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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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로미(국제팀, ISC)2017년 11월 27일(월) 14:30 송신 THE PAGE

미증유의 도쿄전력(東京電力)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다대한 악영향을 끼쳤다. 방사능 오염으로 후쿠시마 현 뿐만 아니라 도호쿠 산 식품이 팔리지 않는 시기가 계속되었다. 지금도 여전하다. 관광객도 급감했다. 후쿠시마 현의 원자력발전소 인근 지역에서는 거주 금지 조치가 내려져 눈물을 흘리며 정든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지역에서도 보이지 않는 방사능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안고 자진해서 현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에너지 소국 일본의 선택(1) - ‘에너지 기본계획’ 재검토로 도쿄전력은 배상 절차를 진행했지만 앞서 장기간에 걸친 수습과정에서 비용은 막대하게 증가했다. 후쿠시마의 부흥과 경영 정상화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번 호에서는 다시금 원전 사고의 영향과 원자력 반대 움직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오염된 국토 오염된 물, 오염된 쌀, 오염된 소, 해양오염에 토양오염까지…….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에는 오염이라는 말이 넘쳐났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흩날린 방사능 세슘이 볏짚에 들러붙었고, 그것을 사료로 먹은 비육우는 식품 내 방사성물질 기준치를 초과하여 출하 불가 판정을 받는 사태가 속출했다.

방사성물질이 논과 밭, 산림으로 퍼져나가고 바다로 방출되어 농림수산업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식품에 포함된 방사성 세슘 등이 기준치보다 높지 않은지 출하 전에 조사하는 ‘모니터링 검사'는 동일본대지진 이후 150만 회가 넘었다. 정부는 “기준치를 넘는 비율은 감소”했다고 강조하지만 알고 보면 지금도 높은 비율로 검출되고 있다. 표고버섯 같은 버섯류와 야생 조수류에서 쉽게 검출되어 후쿠시마 현을 중심으로 출하가 제한되고 있다. 후쿠시마 현에서 생산하는 모든 쌀은 출하 전에 방사성물질을 확인하는 ‛전량전대검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기준치를 밑돈다고 해도 유해 물질이 조금이라도 포함되어 있으면 기피하려는 심리는 당연하다. 유아용 분유 등에서도 세슘이 검출되어 “나라면 모를까 아이에게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안전한 음식을 먹이고 싶다”라고 느끼는 부모들이 많다. 서일본 지역에서 생산한 식품을 주문하여 식생활을 꾸리는 간토 지방 주민도 있다.

“방사능은 반감기가 있어서 괜찮다”, “기준치보다 낮으면 안심”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하면 그런 주장과 전혀 다른 정보가 넘쳐나니 판단이 흐려진다. 동일본대지진 직후인 2011년 4월 5일, 저널리스트 이케가미 아키라 씨는 “방사선이 인체에 얼마나 위험한지 그 정보를 보고 이해하면 텔레비전에서 아무리 건강에 바로 영향을 끼치는 수준은 아니라고 떠들어도 결코 안심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정부나 매스컴이 위험한 데이터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입니다. 불안의 악순환입니다.”(뉴스위크 일본판)라고 칼럼에 썼듯이 방사능을 ‘올바로 우려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또 이러한 연재 기사를 내보냄으로써 지진재해 지역 식품은 그만 사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른다. “오염, 오염 하고 당신들이(매스컴들이) 떠들어대는데 지나친 과잉반응이고 비정상이다" 2011년 여름에 취재했던 도쿄 도내의 식품회사 중역이라는 여성은 그렇게 쏘아붙였다. 해외 거래처에서 일본산 식품의 안전성을 의심하여 사업에 악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사실 해외 여러 나라 정부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에서 수출되는 식품 검사를 강화하라는 요구가 강해졌다. 특정지역 생산품에 대한 수입 규제 조치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수출이 가능한 경우에도 안전성을 보증하는 검사증명서를 첨부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피폭된 식품의 기사를 쓸 때 소문과 실제 피해를 어떻게 구분해 쓸지를 놓고 보도진 사이에서 다툼이 생긴 적도 있다. “방사능물질에 오염되었다는 소문 때문에 기준치를 밑돌아도 도호쿠 산 농작물은 팔리지 않는다”고 했던 경우에는 그저 소문일 뿐이라고 단정 짓기 힘든 답답함도 있었다. “설령 기준치 이하라고 해도 원래 있어서는 안 되는 방사성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면 해로운 것이니 먹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있다”는 여론이 잇따랐다. 이는 정답을 하나로 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아주 예민한 문제이다. 오염된 쌀이라는 말로 기사를 쓰긴 하지만 매번 농민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보이지 않는 불안 원전 사고로 방사성물질이 흩뿌려진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지역은 더 이상 사람이 살지 못한다.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2011년 3월 11일에 ‘원자력 재해대책 특별조치법’에 입각하여 ‘원자력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되었다. 전모를 파악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던 중, 같은 날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반경 2㎞ 구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떨어졌다.

대상지역은 점차 확대되었다. 원전에서 20㎞권 안까지 접근금지시킨 ‘경계구역’과 20㎞권 바깥이라도 방사선량이 높은 지역을 ‘계획적 피난구역’으로 지정해서 모든 주민을 대피시켰다. 2, 30㎞권 안을 ‘비상시 피난준비구역'으로 지정하여 비상시에는 주민들에게 멀리 대피하거나 집안으로 피하도록 촉구했다.

원전에 가까운 지역일수록 방사선량이 많아서 복귀하기가 힘들어졌다고 한다. 지금도 지진이 일어난 직후의 거리가 복구되지 못한 채 거의 그대로 남아 있고 인적도 없다고 한다. 야생 멧돼지 따위가 배회할 뿐 황폐해진 모양이다.

계획적 피난구역은 원전에서 북서방향에 위치한 이타테무라가 그 대상이었다. 그리고 풍향 때문에 국소적으로 방사선량이 높은 지점은 ‘핫스폿'이라 하여 ‘특정피난 권장지점'으로 지정해서 대피하도록 촉구했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성물질이 흩날리는 방향이나 방사선량을 예측하는 ‘긴급 시 신속 방사능 영향 예측 네트워크 시스템(SPEEDI, 이하 스피디)'은 사고 직후 제 기능을 거의 하지 못했다. 원전의 전체 전원이 꺼진 탓에 예측에 필요한 데이터를 측량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리고 정보공개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도 문제시되었다.

2011년 3월 15일 원전이 폭발했을 때 원자력안전위원회(현 원자력규제위원회)는 기상 데이터 계산 결과 이타테무라나 나미에 초에 방사성물질이 확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결과는 3월 23일에야 처음으로 공표되었다. 이러한 늑장 발표에 대해 해외 여러 나라와 미디어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1979년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의 교훈을 바탕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스피디는 총사업비가 100억 엔을 넘었다. 안전위의 방재 지침으로 긴급 시 대피 여부를 판단할 때 활용한다는 목적이었으나 실망만 남긴 채 종료되었다. 2015년 방재 지침을 개정하면서 원전사고 시 스피디를 중시한다는 방침도 철회되었다.

오염 제거 작업으로 옥외에서 계측되는 방사선량은 서서히 줄고 있지만 방사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불확실하다. 특히 어린이의 갑상선암 발병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반적으로 방사선에 유전자가 손상되고, 손상된 상태로 세포분열이 계속되면 이상세포, 즉 암세포가 나타난다고 추정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두 곳의 원폭 피해자를 대상으로 60년 넘게 지속적으로 실시한 건강조사에 따르면 100mSv(밀리시버트) 이상 피폭 당할 경우 암에 의한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과학적 예측도 있다. 하지만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적은 방사선량으로 장기간 피폭 당한 경우 어떤 영향이 있는지 아직 알려진 바가 적다.'(일본임상검사약협회)

건강 피해를 둘러싼 문제가 금년 8월에도 제기되었다. 미국 거주자들이 피폭되었다는 이유로 도쿄전력을 제소한 것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 미국 항공모함에 승선해서 원전사고 수습 작전인 ‘도모다치 전략'에 참가했다가 도쿄전력 측의 관리 불철저 탓에 피폭 당했다는 주장이다. 치료비 등으로 충당할 50억 달러(약 5조5천억 원)의 기금 창설을 요구했다. 원전 사고 문제는 꼬리를 물고 발생하고 있으며 배상비용은 조 엔 단위로 불어나고 있다.

격정 양상을 보인 도쿄전력 주주총회 2011년 도쿄전력 주주총회는 6시간에 달하는 격전을 방불케 했다. “(경영진은)전원 해임이다!"라며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도쿄전력 뿐만 아니라 원전을 보유한 모든 원자력 회사가 어려운 입장에 처했다. 그러한 상황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매년 재생가능 대체에너지와 원자로 폐쇄라는 탈원전 주주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두 의견 모두 부결되었지만 경영진 측은 그러한 주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전 대부분이 가동을 멈춘 가운데 전력회사들은 화력발전소를 가동하는 길 밖에 없었으므로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화력 연료비가 급증했다. 연료비가 수익을 압박해서 1000억 엔 단위의 적자를 낸 결산기도 있었다. 안정 배당으로 인기를 모았던 전력회사에서 배당이 사라진 바람에 주주들을 더욱 화나게 한 측면도 있었다.

같은 2011년에는 규슈전력 겐카이원자력발전소(사가현 소재)의 재가동에 관한 대민 설명회를 열었을 때 규슈전력이 직원들에게 재가동을 지지하는 의견이나 질문을 넣도록 요구했던 일이 드러났다. 전력업계 전체에 강한 불신과 불만이 쌓이고 있다.

‘2030년대의 원전 가동 제로’인가? ‘10년 이내에 베스트믹스’인가? 원전 반대 움직임은 날로 거세졌다. “가동 중인 원전은 중지하라! 중지한 원전은 가동하지 말라!”며 제소하여 운전금지가처분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때로는 조직적으로 확산되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원전을 둘러싼 의견은 동일본대지진 이전부터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추진이냐 철회냐를 놓고 요동쳤다. 불상사나 사고가 터질 때마다 원전 반대 움직임은 강해졌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도호쿠전력이 니가타 현 마키마치(현재 니가타 시 니시우라 구)에 건설 예정이었던 마키원자력발전소가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 일본 국내의 원전을 둘러싼 소송은 전에 없이 증가했고, 다툼도 격화되었다. 금년에는 도쿄전력의 가쓰마타 쓰네히사전 회장 등 구 경영진이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강제 기소되어 재판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전에 없는 역풍 속에서도 원전을 추진하려고 하는 움직임은 정부와 산업계를 중심으로 뿌리 깊게 남아있다.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에서는 당시 집권여당인 민주당에서 “2030년대 원전 가동 제로”를 선언한 것을 시작으로 많은 정당들이 ‘원전제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결과는 “10년 이내 베스트 믹스(최적의 에너지원 조합) 확립”을 내세운 자민당이 압승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아베정권이 기업 실적 호조를 배경으로 원전을 활용한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다음 호에서는 원전개발 정권을 선택한 일본, 기관과 민간의 원전 추진 세력의 저의를 다루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