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엇이 문제인가?
황정은(ISC, 사무국장)
국제전략센터는 트럼프 미대통령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가 한창이었던 지난 8월 26일 한미 FTA 전문가인 이해영 한신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님의 <한미 FTA 발효 5년의 평가>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이후 10월 13일 <한미 FTA 영문 협정문 발췌 강독 모임>에서 협정문에 극명히 드러나는 한미 FTA의 독소조항과 불평등 조항을 직접 살펴보았다.
10월 4일 한미 무역협상 대표단은 제2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사실상 개정 협상에 착수할 것에 합의했고, 이에 따라 내년 초 개정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 초기부터 불평등 협정이라고 불렸고, 많은 독소조항이 포함된 채 협상을 마무리했던 한국 협상단이 이번 재협상을 어떻게 진행할지 기대가 된다기 보다는 두렵다. 한미 FTA가 지금 당장 우리의 삶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사실은 먹고 사는 문제가 달린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결국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한미 FTA는 규제 완화나 불평등한 제도 개혁이 사회의 전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먹거리, 환경, 건강과 보건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 글에서 한미 FTA 발효 5년의 평가와 개정협상에서 폐기 혹은 개정되어야 할 독소조항을 살펴보려한다.
한미 FTA 발효 5년의 평가
한미 FTA는 2011년 11월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국회비준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절차도 무시한 한미 FTA가 발효되기 전부터 정부는 협정의 경제효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GDP 5.66% 증가, 후생 수준 321.9억 달러 증가, 일자리 35만개 창출, 10년간 연평균 27.7억 달러 흑자 증대 등이다.
한미 FTA 발효 5년이 지난 지금,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한미 FTA의 효과를 정부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한미 FTA 5주년 평가와 시사점[1]> 보고서에 따르면 “발효 이후 지난 5년간 한미 FTA를 기반으로 양국이 상호 호혜적인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결론짓고 있다.
상호 호혜적인 성과 달성은 과연 사실일까? 정부가 선전했던 한미 FTA 효과 5가지가 각각 현실에서는 어떻게 실현되었는지 살펴보자.
경제효과- 한미경상수지는 2014년 472억 달러에서 2015년 452억 달러로 흑자를 기록한 반면, 서비스 수지는 -141억 달러로 적자의 기록 증가세를 보였다. 지재권 사용료 수지가 한미 FTA 발효 이후 대폭 상승하고 한미 FTA 협정에 따라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로 지식재산권 사용료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지불하는 지식재산권 사용료가 2011년 29.9억달러에서 2015년 58.9억달러로 두 배 증가[2]했다.- FTA 수혜품목이 전체 대미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발효전인 2011년 32%에서 2012년 35%, 2013년 34%, 2014년 32%, 2015년 33%로 발효 전후가 큰 차이 없다.
시장선점 - 한국의 대미시장 점유율은 발효전에 비해 3.19%로 0.6% 증가했지만 미국의 대한시장 점유율은10.64%로 2.14% 증가했다. 참고로 동기간 FTA 를 체결하지 않은 한국의 중국 시장 점유율 증가폭은 3.05%였다. FTA의 체결이 없이도 해외 시장점유율을 늘어나 FTA의 효과로 보기 힘들다.
개방을 통한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 - 서비스 수출은 2014년 -1.7%, 2015년 -16.8%로 급감한 반면, 서비스 수입은 동기간 -1.4%에서 0.3%로 증가했다. 지적재산권과 전문직 서비스 등 미국에게 유리하게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등 법령이 개정 및 폐지되면서 오히려 미국의 서비스 무역 흑자를 보장해주고 한국의 서비스 무역 수지는 악화되었다. 특히 한국은 산업 구조에서 서비스 산업에 의존도가 높고 고용이 차지하는 부분도 높기 때문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제도 선진화- 한국 측은 법률 23건, 시행령 16건, 시행규칙 18건의 대대적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대부분 서비스 무역에 관련된 것으로 미국이 경쟁력 우위로 흑자를 보고 있는 분야이다. 예를 들어 2015년부터는 뉴스와 홈쇼핑을 뺀 나머지 방송 채널 사업이 미국에 100% 개방되어 미국이 각종 컨텐츠 사업을 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특히 한미FTA의 의약품 허가-특혜 연계제도로 특허가 끝난 제약품도 사실상 특허가 연장되는 효과를 내면서 그동안 약값 폭등의 원인이 되었다.
통상마찰 감소 - 미국의 대한 수입규제건수는 한미 FTA 발효 전(98년 이전~2011년)까지 총 9회인 반면 발효 5년간 23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한미간 통상마찰을 줄이고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는 한미 FTA 체결 당시의 논리가 맞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대대적 홍보가 이루어졌던 각각의 부분에서 경제적인 효과는 미미하거나 없었으며, 미국이 우위인 서비스 부문 교역이 활성화 되도록 일방적으로 국내법을 개정했고, 통상마찰은 오히려 증가하는 등 부정적인 변화가 많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조항은 무엇이며 그 조항은 실제 우리의 삶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알아보자.
한미 FTA 협정문을 통해 보는 불평등 조약
한미 FTA는 일명 독소조항으로 불리는 조항들이 많다. 양자 협정임에도 한 국가에게만 부당하고 불리하게 맺어졌으며, 나아가 경제적 이득을 위해 한 국가의 주권까지 침해하는 조항도 있다. 투자자-국가 제소제, 역진방지 조항, 허가-특허 연계조항, 보건의료 서비스와 관련된 유보 리스트 등 명칭만 본다면 시작부터 어렵다. 조항을 하나씩 살펴보자. (한글과 영문이 모두 협상 공식언어였지만 협상 초기에는 영문본만 있었다고 한다. 실제 협상이 영어로만 진행되었고 협상문의 원문은 영문본이기 때문에 원문을 보려 했다.)
서문
Agreeing that foreign investors are not hereby accorded greater substantive rights with respect to investment protections than domestic investors under domestic law where,
as in the United States,
protections of investor rights under domestic law equal or exceed those set forth in this Agreement;
국내법에 따른 투자자 권리의 보호가
미합중국에 있어서와 같이
이 협정에 규정된 것과 같거나 이를 상회하는 경우, 외국 투자자는 국내법에 따른 국내 투자자보다 이로써 투자보호에 대한 더 큰 실질적인 권리를 부여받지 아니한다는 것에 동의하면서,
양자 협상임에도 투자자 권리의 보호에 대해서는 “미합중국에 있어서와 같이”로 미국의 경우만 일방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즉, 한국 투자자가 미국 내에서 미국 투자자보다 ‘더 큰 실질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미국 투자자는 한국에서 한국 투자자보다 더 큰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된다. 특히 한국은 이미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에게 국내 투자자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3장 상품
ARTICLE 2.12: ENGINE DISPLACEMENT TAXES
Korea may not adopt new taxes based on vehicle engine displacement or modify an existing tax to increase the disparity in tax rates between categories of vehicles. 제 2.12 조 배기량 기준 조세
3. 대한민국은 차종간 세율의 차이를 확대하기 위하여 차량 배기량에 기초한 새로운 조세를 채택하거나 기존의 조세를 수정할 수 없다.
미국 수입차의 경우 배기량이 크기 때문에 환경 보호를 위한 세금을 높게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배기량이 큰 차량에 높은 세금을 부과할 경우 미국 수입차의 판매가 저조할 것을 우려한 미국측은 차량 배기량에 기초한 새로운 조세 정책을 채택할 수 없다는 내용을 삽입했다. 최근 심각한 환경 이슈인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배기량에 따른 신규 조세 법안을 발의하려 해도 한미 FTA 협정 위반이 되어 할 수 없다. 자국의 환경과 자국민의 건강을 위한 규제를 만들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는 분명한 조세주권 침해이다.
11장 투자
ARTICLE 11.17: CONSENT OF EACH PARTY TO ARBITRATION
1. Each Party consents to the submission of a claim to arbitration under this Section in accordance with this Agreement. 제 11.17 조 중재에 대한 각 당사국의 동의
1. 각 당사국은 이 협정에 따라 이 절에 따른 중재 청구 제기하는 것에 동의 한다.
중재는 재판과 달리 분쟁 당사자가 선택한 제 3자의 개입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이다. 공개해야 할 필요도 없으며 재판과정보다 절차 진행이 빠르고 비용도 적게 든다. 개인 간의 분쟁은 이러한 중재를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나, 한 당사자가 국가인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공익을 지켜야 하는 국가와 사익을 추구하는 투자자간의 분쟁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이 발생한 경우 협상과 협의로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자만이 중재 청구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 양자가 동의한 제3자가 중재를 하는데, 양자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 세계은행의 총재가 중재인을 임명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세계 은행의 총재는 누가 임명하는가? 바로 미국이다.
또한 제11.17조의 내용을 보면 당사국은 중재 청구 제기에 동의하도록 되어있다. 이는 투자자가 중재를 청구할 경우 국가는 선택권이 없이 동의해야 한다는 말이다. 투자자만 소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가의 경우 투자자가 제소할 경우 소송을 받아들 수밖에 없다. 이는 강제 동의이다.
이러한 조항을 삭제하거나 “국내법에 따른 모든 절차를 거친 후’ 등의 단서조항을 추가한다면 투자자의 이익만을 위한 조항이라는 측면을 희석시킬 수 있다.
지적재산권
ARTICLE 18.9: MEASURES RELATED TO CERTAIN REGULATED PRODUCTS
5. Where a Party permits, as a condition of approving the marketing of a pharmaceutical product, persons, other than the person originally submitting safety or efficacy information, to rely on that information or on evidence of safety or efficacy information of a product that was previously approved, such as evidence of prior marketing approval in the territory of the Party or in another territory, that Party shall:
(a) provide that the patent owner shall be notified of the identity of any such other person that requests marketing approval to enter the market during the term of a patent notified to the approving authority as covering that product or its approved method of use; and
(b) implement measures in its marketing approval process to prevent such other persons from marketing a product without the consent or acquiescence of the patent owner during the term of a patent notified to the approving authority as covering that product or its approved method of use.제 18.9 조 특정 규제제품과 관련된 조치
5. 당사국이 의약품의 시판을 허가하는 조건으로, 안전성 또는 유효성 정보를 원래 제출한 인 이외의 인이 그러한 정보 또는 그 당사국의 영역 또는 다른 영역에서의 이전 시판허가의 증거와 같이 이전에 허가된 제품의 안전성 또는 유효성 정보의 증거에 의존하도록 허용하는 경우, 그 당사국은
가. 그 제품 또는 그 제품의 허가된 사용방법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허가당국에 통보된 특허의 존속기간 동안 시장에 진입하기 위하여 시판허가를 요청하는 모든 그러한 다른 인의 신원을 특허권자가 통보 받도록 규정한다. 그리고
나. 그 제품 또는 그 제품의 허가된 사용방법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허가당국에 통보된 특허의 존속기간 동안 특허권자의 동의 또는 묵인 없이 그러한 다른 인이 제품을 시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자국의 시판허가 절차에서의 조치를 이행한다.
지적재산권 조항은 자유무역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지적재산권은 극단적인 보호주의를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악명높은 조항 중하나가 허가-특허 연계조항이다.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서 복제약 시판 허가를 받아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허가-특허 연계조항에 따르면 식약청에서 시판 승인을 요청할 때, 특허권자에게 시판 허가 신청이 들어왔음을 통보를 해야 한다. 이 조항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통보를 받은 특허권자가 소송을 제기해 사실상 특허권 기간을 연장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복제품을 시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그 기간(소송 기간은 보통 6개월~2년 정도 소요) 동안 비싼 약값이 유지되고, 특허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미국 제약회사는 막대한 이윤을 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비싼 약값 지출 증가분은 국민이 낸 건강보험재정과 환자가 지불하게 된다. 더 나아가 약품비 증가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악화는 건강보험 보장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민간의료보험 확대로 이어져 의료민영화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게 된다[3].
부속서 I 현재유보: 역진방지조항
ANNEX I: SCHEDULE OF KOREA
Description: Cross-Border Trade in Services and Investment
Cinema operators must project Korean motion pictures for at least 73 days per year at each screen in Korea.부속서 Ⅰ: 대한민국의 유보목록
유보내용: 국경간 서비스무역 및 투자
대한민국 내 영화상영관 경영자는 각 상영관에서 연간 73일 이상 한국영화를 상영하여야 한다.
부속서 I에는 현재유보 목록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포함된 목록에 대한 의무 사항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더 높일 수는 없다. 하지만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한국영화 보호를 위해 스크린쿼터제에 따라 한국 영화를 ‘73일 이상’ 상영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73일’을 늘리면 한미FTA 협정 위반이 된다. 하지만 73일 이하로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역진 방지”라 부른다. 즉 한번 개방하면 다시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부속서 II 미래유보
Social Services - Human Health Services
Cross-Border Trade in Services and Investment
Korea reserves the right to adopt or maintain any measure with respect to human health services. This entry shall not apply tothe preferential measures provided in the Act on Designation and Management of Free Economic Zones (Law No. 8372, April. 11, 2007), and the Special Act on Establishment of Jeju Special Self- Governing Province and Creation of Free International City (Law No, 8372, April. 11, 2007) relating to establishment of medical facilities, pharmacies, and similar facilities, and the supply of remote medical services to those geographical areas specified in those Acts.
사회서비스 - 보건의료서비스국경간 서비스무역 및 투자
대한민국은 보건의료서비스와 관련하여 어떠한 조치도 채택 하거나 유지할 권리를 유보한다. 이 유보항목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법 률 제8372호, 2007.4.11) 및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 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법률 제8372호, 2007.4.11)에 규정된 의료기관, 약국 및 이와 유사한 시설의 설치와 그 법 률에서 특정하고 있는 지리적 지역에 대한 원격의료서비스 공급과 관련한 우대조치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한국 정부는 보건의료 서비스 관련 규제 조치를 적용할 수 있지만 제주도 특별자치도나 송도와 같은 경제 자유구역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미국 투자자가 영리 병원을 열어도 되돌릴 수 없다. 의료 민영화가 현실이 될 우려가 높다. (한국에는 총 1개의 특별자치도와 8개의 경제자유구역이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한미 FTA는 양국간의 자유무역을 통해서 상호호혜적인 성과를 내는 협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때문에 내년 초로 예정된 개정 협상에서 우리는 앞서 언급한 독소 조항을 삭제 및 수정하도록 요구해야 하며 협상 과정에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 또한 요구해야 한다. 이는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 한가지 방안이며 국제적으로 불평등 조약이 개정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는 역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