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노동에 맞선 투쟁

정도영(콘텐츠팀, ISC)

심태은(번역팀, ISC)

노동 착취에 반대하는 청년의 노동절 포스터(X(구 트위터)/youthasnyc)

뉴욕의 가사 노동자들이 끔찍한 24시간 노동에 종지부를 찍을 것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인구 고령화와 신식민주의로 가사 노동은 뉴욕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이 되었다. 전 세계적인 긴축 기조와 미국 주도의 군사 개입으로 남반구에서 이주한 유색인 여성은 노동착취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도 자기 방식으로 노동착취 현장을 만들려 한다. 올해 노동절에 한국 노동조합들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주 가사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허용하는 안을 제출한 정부를 규탄했다.

기존의 노동 캠페인과는 다르게 미국 가사 노동자는 가사 노동자와 광범위한 노동자계급을 조직하는 사회 운동을 구축함과 동시에 미국의 제국주의를 겨냥했다. ‘노동 착취에 반대하는 청년’(Youth Against Sweatshops)과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Ain’t I A Woman) 연합의 준과 욜란다은 팟캐스트 레드 스타 오버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10년 넘게 24시간 노동에 반대하며 투쟁하는 가사 노동자에 관해 말했다. 다음 내용은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편집한 것으로, 전체 인터뷰 내용은 여기(영어)에서 들을 수 있다.

가사 노동 산업의 노동 환경은 어떤가?

준: 지하철을 타면 고령화 때문에 가사 노동자 파견업체의 광고가 전체 광고의 절반을 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이가 많거나 아프거나 장애가 있어서 매시간 돌봄이 필요하면 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24시간 노동이 한 명의 노동자에게 배정되고 환자의 거주지에서 노동해야 하는 곳은 뉴욕이 유일하다. 이들이 근무하는 곳은 병원이 아니라 좁디좁은 뉴욕의 아파트에서 일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집에 있는 환자들은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 환자라는 점이 노동 강도를 더욱 높인다.

욜란다: 가사 노동자들은 침대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많은 이를 돕는다. 환자가 화장실에 가야 하면 화장실에 데려다준다. 그렇게 할 수 없는 환자라면 환자용 요강을 갈아준다.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한 시간마다 눕는 방향을 바꿔주어야 한다. 게다가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며, 한밤중에 일어나 가스 불을 켜기도 한다. 그러면 가사 노동자가 가스 불을 꺼야 한다. 환자가 밤에 잽싸게 집 밖으로 나가버려서 동네를 돌며 환자를 찾는 가사 노동자의 사례도 상당히 많았다.

가사 노동자는 얼마나 자주 24시간 근무를 하는가?

욜란다: 가사 노동자는 보통 일주일에 4~5일 정도 24시간 근무를 하는데, 평균적으로 10년 정도 그렇게 일한다. 가사 노동자 파견업체는 거짓말을 한다. 업체 측에서는 “밤에는 잘 수 있으니 야간근무수당은 줄 수 없다”고 한다. 노동자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외에도 매일 11시간의 근무 수당을 도둑맞는 것이다. 이러한 건강 문제는 회복되지 않는다. 가사 노동자들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사람은 없었다.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은퇴해도 잠을 못 잔다. 몸의 수면 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가족 관계도 많이 파탄 난다. 자녀가 등교하고 나면 출근하지만, 아이가 실제로 학교에 출석했는지, 아니면 버스를 타고 되돌아와 갱단 폭력에 휘말렸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런 가족 구성원 간의 신뢰는 돈으로도 보상이 되지 않는다. 한 라틴계 가사 노동자는 최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아들이 자기가 엄마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그래도 아들이 기사를 읽고 엄마가 싸우고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사 노동자는 어디 출신이며 왜 미국에 오게 되었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길 바란다
욜란다:
나는 중국어를 할 수 있어서 중국인 가사 노동자를 많이 접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광둥어, 타이산어, 푸젠어 등을 쓰는 가사 노동자와도 함께 활동한다. 또한 라틴계나 중국 북부 지방에서 새로 이주한 노동자도 있다. 이들은 미 제국주의가 다른 나라의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미국에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이주했지만, 실제로 노동과 거주 환경이 고국보다 훨씬 열악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깨달음이 이들을 단결하게 만든다.

중국 가사 노동자들이 중국을 떠날 때, 중국 경제 상황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24시간 쉬지도 않고 일해야 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많은 가사 노동자가 이런 배신감에 거리로 나섰다. 그들은 “미국의 심장인 뉴욕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한 기회를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는데, 현대판 노예가 되고 말았다"고 말한다.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 캠페인이 기존 노동조합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 기존 노동조합에서 우리가 하는 일을 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노동총연맹(AFL-CIO) 산하 조합에서 하는 것처럼 5% 임금 인상이나 약간의 근무 시간 단축 등 작은 경제적 승리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노동 조건을 개선하고, 금전적인 것이 아니라 근무일과 시간을 중심으로 더 급진적이며 그동안 잊혔던 담론으로 초점을 맞추려는 운동을 만들고 있다.

2년 전에 최대 노조인 SEIU 119(전략 조직 센터라는 노동단체 연합 회원)에서 “역사적"인 0.5% 합의안에 가사 노동자를 팔아넘겼다. 10년간 일주일에 며칠씩 24시간 일했는데 고작 600달러의 합의금만 받고 향후 소송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모두 포기해 버렸다. 게다가 앞으로 24시간 교대를 끝내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더 광범위한 연합을 구축하려 한다. 즉, 단순히 노동조합과 활동가만의 연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문제가 단지 차이나타운의 이주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단결된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뉴욕 택시노동자연맹이 단식농성에서 발언하고 지지를 표명했다. PSC(뉴욕 시티대학 교직원 노조)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6일간의 농성 기간에 제빵사와 식당 노동자들은 치킨 수프를 만들었다.

가사 노동자 집회(X(구 트위터)/youthasnyc)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 캠페인에서는 일터에서의 조직만큼 지역사회에서의 조직을 강조했다. 그렇게 이례적인 조직 방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며, 일터 내 조직에만 집중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 냈는가?

: 일터에서 조직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들다. 긱(gig) 경제는 직장을 분열시킨다. 가사 노동 산업은 수백 개가 넘는 파견업체로 쪼개져 있고, 노동자들은 서로를 거의 보지 못한다. 같은 일터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조직할까? 우리는 어느 정도 지역사회에서 조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가사 노동자의 경우, 이들 대부분이 차이나타운에 거주했다. 이는 매우 유용한 출발점이 될 수는 있지만, 가끔은 이 전략으로 가사 노동자 문제가 차이나타운 문제로 되어버려서 진전이 가로막히기도 한다. 이 선을 잘 조절해야 한다.
욜란다: 또한 이는 정치 교육으로 되돌아간다. 우리는 함께 계속해서 학습하고 있다. 차이나타운에 오는 가사 노동자들은 대부분 이제 비싸서 차이나타운에는 살 수 없음을 깨닫는다. 지역사회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매일 하는 일이지만 먼 거리를 오가는 데 좌절한다. 그래도 다음 세대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모여 싸우는 데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가장 큰 가사 노동자 파견업체가 차이나타운에서 초호화 고층 빌딩을 짓고 있으며 가사 노동자를 내쫓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게다가 가사 노동자, 식당 노동자, 배달 노동자 간의 경계도 많이 허물어졌다. 많은 배달 노동자의 배우자가 가사 노동 산업에서 일한다. “우리 모두 노동자이기에 우리는 서로를 지지한다"는 말이 그저 빈말이 아니다. 전 산업에 걸쳐 중국어를 하는 이주 노동자와 우리가 직면한 모든 투쟁 속 모든 세대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90년대보다 지금 사람들이 더 분산되어 있고 조직하기 어렵다는 점이 서로 더 많이 싸우고 대화하게 만든다. 이들은 이 문제가 단순히 일터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라는 점을 더 심층적으로 이해한다. 옛말에도 있듯이, 누군가가 노예로 되는 것을 허용한다면, 곧 우리 자신도 노예가 되지 않겠는가? 그러니 우리가 그다음이다. 말도 안 되는 24시간 노동에 맞선 투쟁에 가사 노동자 다음으로 참여하게 될 이들은 기술 또는 교육 노동자이다.

‘노동 착취에 반대하는 청년’ 제공 슬라이드(인스타그램/youthagainstsweatshops)

가사 노동자는 반제국주의와 국제 연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동 착취에 반대하는 청년’은 24시간 노동을 미국의 군사 모험과 남반구 이주민 문제와도 연결했다. 국제주의가 중요한 이유와 실제 국제주의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설명해 달라

욜란다: 지역사회에서 이야기해 보면, 미국 지배계급이 노동자의 피땀 어린 돈을 착취하여 무기를 지원하거나 해외에서 미국이 전쟁을 벌인다고 여긴다. 10월 7일 이후, 매월 6~7회 정도 시청 앞에서 집회를 여는데, 매번 수백 명의 가사 노동자와 지지자가 모인다. 이런 연결을 만들기 위한 특별한 집회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들과 지지자들은 전쟁의 근원지에서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미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미국의 전쟁 책동을 위한 폭탄 제조를 막을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함께 투쟁하면 우리가 맞서는 체계에 관한 이해를 더 깊게 만든다고 본다.

감사의 말

뉴욕에서 노동 착취를 막기 위해 투쟁하는 가사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려준 준과 욜란다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 가사 노동자들은 가사 노동자 권리에 대한 공격이 다른 산업으로도 번질 것이라 경고한다, 그러나 이는 국경을 넘어 퍼지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이주 가사 노동자의 권리를 공격하고 있다. 가사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의식에서 벗어나 노동자가 거주하고 일하는 곳에서 조직하고, 미 제국주의와 세계 자본주의에 관한 분석에 기반하는 것으로 진정한 대중 운동을 만들어야 함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