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째 이어지는 베네수엘라 대선 논쟁
황정은 사무처장
- 이득을 보는 자는 누구인가?
* 필자는 7월 23일부터 29일까지 베네수엘라에 대통령 선거 국제 옵저버단으로 베네수엘라를 다녀왔다. 선거 과정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듣고 카라카스 시내의 투표소 5곳을 직접 방문해 투표 진행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다. 투표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선거가 종료된 후 결과 발표에 참여했으며, 카라카스 시내 대통령궁 앞에 모인 베네수엘라 민중들이 선거 결과를 반기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었다. 또한, 선거 다음날 벌어진 폭력시위를 카라카스 현지에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하였다.
7월 28일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CNE)는 총투표율은 59%,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51.95%,(640만표), 9명의 야당 후보 중 에드문도 곤살레스 후보가 43.18%(530만표)를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은 2025년 1월부터 3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내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한달째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과 미국을 필두로한 선거 불복
선거가 끝나고 CNE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선출되었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에드문도 곤살레스 야당 후보 측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곧바로 선거 결과에 불복했다. 야당의 선거 운동을 실제 진두지휘했던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을 미국과 국제사회에 요구했다. 안토니 블링컨 미국부장관도 곧바로 "우리는 발표된 결과가 베네수엘라 국민의 뜻이나 표심을 반영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베네수엘라 선거 결과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우파 정부가 집권하고 있거나 친미 외교 기조의 정부가 있는 아르헨티나, 코스타리카, 페루,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우루과이에서도 선거 결과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반대로 좌파 정부가 집권하고 있는 국가들은 다소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애당초 마두로 정부를 반대한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의 경우 선거 결과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발표한 반면, 멕시코, 브라질, 그리고 콜롬비아는 선거 직후 정국 불안정 해소를 위해 자신들이 평화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 이중 멕시코는 미주기구(OAS)와 그 수장 루이스 알마그로가 베네수엘라 현 정부에 부당한 처우를 하고 있다며 불참하는 등 더 중립적인 노선을 취하고 있는 반면, 브라질과 콜롬비아는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지속되는 불안정한 정치 상황을 타개하는 한 가지 방안으로 대선을 다시 치르거나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통적 우방인 쿠바, 니카라과, 볼리비아, 온두라스, 그리고 카리콤(CARICOM; 캐리비안 공동체; 총 15개국) 중 6개 국가는 즉각 마두로의 승리를 인정하고 축전을 보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복잡한 반응과 양상은 시민사회에서 역시 마찬가지로 발견할 수 있었다. 8월 17일 현 마두로 정부와 마차도-곤살레스 주류의 야권 모두 자신의 승리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어달라고 주문하였고, 베네수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를 지지하는 집회와 야당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주류 서방 언론사들은 야권의 국내외 집회만을 편향적으로 보도하면서 전체 여론의 추세를 호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국내에서는 지난 8월 17일 마차도의 집회가 대선 직전 마차도의 집회에 비교해서도 그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음을 보고하는 각종 영상이나 자료들이 존재하고, 마차도를 지지한 것으로 유명한 젊은 SNS 인플루언서가 지지철회를 하며 평화와 번영을 위해선 마두로를 선택하겠다며 영상을 공개한 바도 있다. 또한, 베네수엘라 국내에서는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 정부를 지지하는 집회가 대규모로 열렸다. 그럼에도 이러한 사실들은 베네수엘라 외부로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다만 주로 야권 성향인 서방 및 여타 중남미 국가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 인들의 대규모 반정부 집회의 사진과 영상이 퍼질 뿐이다.
밝혀지는 부정선거 증거의 실체
야당 측에서는 선거 당일 곤살레스 후보가 인용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에드문도 곤살레스가 65%를, 니콜라스 마두로 후보가 30%를 받는 것으로 나왔다고 주장하며 출구조사와는 너무 다르다는 이유로 부정선거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하지만 이 출구 조사는 에디슨 리서치(Edison Research)에서 발표한 것이다. 베네수엘라 내에서는 출구조사가 불법이라는 점과 더불어, 출구조사의 출처인 에디슨 리서치에 주목해 봐야 한다. 에디슨 리서치는 미국 뉴저지에 있는 기업으로 주요 고객 중에는 CIA와 연계된 미국 정부 선전 매체 미국의 소리, 라디오 자유 유럽/라디오 리버티, 중동 방송 네트워크 등이 있고, 이들 모두 미국의 적국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데 사용되는 워싱턴 소재 기관인 미국 글로벌 미디어 기관이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사 결과의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야당측은 선거 이틀 후에는 개표 결과를 80% 이상 포함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하여 곤살레스가 압승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디아리오 레드지의 조사 결과, 위조된 서명과 위조된 해시 코드 등 초기 업로드된 기록에서 광범위한 부정이 발견되어 야당 측 기록의 신빙성의 문제가 또 제기되었다. 예를 들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투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오거나, 이미 사망한 사람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거나, 같은 사람이 여러 참관인 및 투표소 관리인 서명란에 유사하게 서명하거나, 그들의 성명 및 전화번호 등이 이상한 방식으로 기재 혹은 공란으로 남겨져 있거나 하는 것 등이다. 무엇보다도 소통, 문화, 관광부 차관인 프레디 냐녜즈(Freddy Ñáñez)는 정보전문가들의 분석 결과 마차도 측의 선거결과 증빙자료의 약 83%가 소프트웨어로 조작된 증거가 나왔다고 공표하기도 했고, 국회의원인 프란시스코 아멜리아크(Francisco Ameliach)는 해당 자료들의 메타데이터(Metadata)를 조사한 결과 80% 가까이 되는 증빙자료에서 사진자료가 변경 및 조작된 증거가 나왔다고 비판한 바 있다.
투표 기록을 기반으로 조사 중인 베네수엘라 대법원
베네수엘라 정부와 CNE는 부정선거라고 주장할 권리가 야당에게 있으며 부정선거임을 증명할 수 있는하는 증거를 제출해 시시비비를 가리면 되는 문제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에드문도 곤살레스 측은 CNE에 아무런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 또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공식 선거 결과와 해킹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대법원(TSJ)에도 증거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8월 초 CNE 당국은 실제 투표 기록을 포함한 증거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으며 대선에 참여한 9명의 대선 후보(니콜라스 마두로와 8명의 야당후보)와 30개 이상의 정치 단체도 투표소 증인들을 통해 투표 기록을 제출했다.
에드문도 곤살레스 후보 측만 증거, 또는 기록을 제출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SNS를 통해서만 부정선거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현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촉구하고 있다. 선거 직후에는 에드문도 곤살레스 후보는 소셜 네트워크 X에 발표한 성명에서 군과 경찰에게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의 명령을 무시할 것을 요구했고, 지지자들에게는 대선 결과를 무시하고 전국적인 시위를 벌일것을 촉구했다. 야당 지지자들은 폭력 시위를 벌였고 시민과 군과 경찰을 공격하고 공공 기물을 파손했다. 이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폭력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공식적으로 체포하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검찰총장 타렉 윌리암 사브(Tarek William Saab)는 폭력시위와 사보타주로 인해 적어도 25명이 사망하고 192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그 중 97명은 군경 인원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망자 중에는 단순히 현 정부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야권측 폭력배(comanditos)가 집을 습격하여 잔혹하게 살해한 볼리바르 주의 사례도 있다(5번째 사진자료의 가장 큰 인물사진).
현재 법원은 특별 임명된 전문가들과 함께 제출된 증거에 대한 기술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 판결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카를리아 로드리게스 대법원장은 이번 판결이 최종적이며 항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쿠이 보노(Cui bono)?
세계 선거의 해라고 불릴만큼 많은 선거가 치러지는 올 해, 유난히 베네수엘라의 선거 결과에 전세계가 나서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으려면 부정선거 의혹으로 현 베네수엘라 정부에 타격을 가하고 정권이 교체되었을 때 누구에게 이득인지 봐야 한다.
1998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25년간 약 30번의 선거가 치러졌지만, 베네수엘라에서 선거가 있을 때마다 부정선거 논란은 끊임없이 있었다. 야당이 독재 정권의 민주적인 선거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하거나 선거 부정을 주장하고 나서면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지지하고 나서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야당과 미국이 진정 지키려고 하는 것이 과연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일까? 역사를 보면 그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베네수엘라에서는 1998년 차베스가 집권한 이후 석유와 천연가스 부문을 국유화해, 풍부한 천연자원으로부터 벌어들인 수입으로 국민을 위한 무상의료, 무상교육, 저가 주택 공급 정책을 펼쳐왔다. 1823년부터 먼로독트린을 통해서 라틴아메리카를 자국의 뒷마당이라고 여겼던 미국에게 좌파정권이 집권해 주권을 강화해가는 베네수엘라는 눈엣가시였다. 그래서 미국이 선택한 해결책은 경제제재였다. 그리고 이런 경제 제재의 명분이 되는 것이 바로 선거 부정이나 민주주의 후퇴인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19년 1월 재선에 성공한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압박하기 위해 2019년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자산 70억 달러를 동결하고 석유 대금 송금을 금지하기로 했다. PDVSA는 미국에 시트고 페트롤리움이라는 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또한, 미국은 자국의 석유 기업 셰브론에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할 것을 명령하고 베네수엘라에 대한 통상금지를 명령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는 등 다방면으로 베네수엘라를 압박해왔다. 이 뿐만 아니라, 미국은 동맹국들에게도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에 동참할 것을 압박한다. 그 결과 팬데믹 시기 베네수엘라 정부가 영국 은행에 보관하고 있던 금을 인출해 의료 기기와 의약품, 식량을 구입하려 했지만 영국 정부는 이를 거부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미국은 베네수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 다른 국가나 국제기구들보다 3배 많은 제재를 가하고 있다. 모든 국가 중 3분의 1을 대상으로 사람, 재산 또는 조직에 일종의 금전적 불이익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의 패권에 도전하거나, 자국이 정한 질서에 따르지 않는 국가나 조직에 경제 제재를 포함해 다양한 방식으로 주권을 침해하고, 내정을 간섭하는 방식을 채택해왔다는 것이다. 미국에 맞선 볼리바리안 혁명을 지키는 것, 민주적으로 선출된 베네수엘라 정부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