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회 안의 분열은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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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정성미(국제팀, ISC)

* 본 기사는 르몽드(Le Monde)의 “ La division de l’Assemblée nationale est plutôt un signe de vitalité démocratique”를 번역한 글입니다[1].

정치학자 올리비에 로젠베르(Olivier Rozenberg)는 국회에 다양한 의견 그룹이 많을수록 정부를 더 잘 견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파리의 시앙스포(Sciences Po Paris) 교수로 의회 활동 관련 전문가인 올리비에 로젠베르가 새로운 국회 안에 존재하는 분열된 야당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지 분석해 본다.

◆ 15대 국회에는 7개의 그룹[2]이 있다. 이전에도 이렇게 많은 수의 그룹이 있었나? 5공화국에서는 처음이지만, 전혀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룹이 가장 많을 때는 6개였다. 5공화국이 시작된 1958년 이후 그런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지난 국회가 그랬다. 이번 국회가 이전 국회와 다른 점은 거대 야당 그룹이 없고, 그나마 크지 않은 야당 그룹들이 분열되었다는 것이다.

◆ 국회 활동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가? 국회 운영에 엄청난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야당은 국회 회기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권리와 절차상 필요한 야당 동의, 수정안 제출과 선택 등으로 정부의 권력 행사를 지연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룹의 수가 아니라 여당과의 싸움에서 야당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이다. 장-뤽 멜랑숑(Jean-Luc Melenchon)이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 국회 안의 분열은 강점이 될 것인가, 약점이 될 것인가? 그 점에 관해서는 말하기 쉽지 않다. 국회 내 분열이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표시라고 생각한다. 야당은 정부를 비판하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진실’과는 다른 것을 말할 수 있는 발언권이 있다. 다양한 관점과 힘, 그리고 개성이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야당 그룹이 많을수록, 수정안을 내놓거나 정부의 권력 행사 절차에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전략과 에너지가 더 많아질 것이다. 2008년 헌법 개정[3]으로 야당이 조사 위원회를 만들거나 조사단 파견을 요청하는 것이 쉬워졌다. 야당 그룹들은 이러한 일을 더 많이 할 것이고, 정부를 견제하는 활동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프랑스 앵수미즈가 엘 코므리 법[4]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하여 조사 위원회 구성을 요구한다고 상상해 보자. 우리는 카위작 사건[5]을 조사한 위원회 활약을 보면서 그러한 문제들이 미디어를 통해 널리 알려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은 활동이 정부를 견제하게 될 것이다. 선출 의원들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면, 정부의 활동을 통제하고 자신들이 논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의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야당은 분열되면서 힘을 잃을 수도 있다. 한 달에 하루, 여당이 아닌 그룹 중 하나가 그 하루의 의사일정을 정한다. 여섯 개의 소수로 구성된 야당 그룹들이 있기 때문에 각각의 정당은 자신들이 의사일정을 정하는 날을 자주 가질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국회와 상원[6] 사이에 분쟁이 생기는 경우 결단을 내리는 합동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 야당 위원의 수는 더 줄어들고, 어떤 그룹은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질 때 발언권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 국회의 현재 상태가 대정부 질문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현재와 같은 조합으로 이루어진 국회 내의 물리적 영향력에 관한 보고서가 있다.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처럼 의석 수가 지나치게 많은 다수파가 있을 때에는 소리를 지르거나 책상을 두드려 소리를 내면서, 혹은 단체로 의회에서 퇴장하면서 항의를 표현하는 야당이 있게 마련이다. 이는 분산된 작은 그룹들이 영향력을 갖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정부 질문에서 여당이 15개, 야당도 15개의 질문을 하기 때문에, 야당은 절반의 발언 시간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이 수적 열세를 보상해줄 것이다. 막강한 여당이 있는 현 조건의 국회에서 동등한 질문 기회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

 
  1. 6월 20일 프랑스에서 치러진 총선 결선투표 결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a République en marche)가 308석, 그 연대세력인 민주노동당(MoDem)이 42석을 얻었다. 제1 야당이 된 공화당은 113석, 집권당이었던 사회당은 29석, 지난 대선에서 4위에 그쳤지만 무시할 수 없는 지지를 받은 극좌로 분류되는 장-뤽 멜랑숑의 프랑스 앵수미즈(La France Insoumise)는 17석을 얻었고, 마린 르펜의 국민전선은 8석을 얻었다. 이 기사에서는 강한 여당과 적은 의석 수를 가진 다양한 야당으로 구성된 새로운 프랑스 국회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예상해 보고 있다.
  2. groupe. 프랑스 국회에서 그룹은 한국 국회의 교섭단체에 해당하며 그룹을 만들기 위해서는 15석 이상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난 대선에서 결선투표까지 진출했던 마린 르펜의 국민전선은 그룹을 만들지 못했다. 새로운 국회의 그룹은 모두 7개인데, 레퓌블리크 앙마르슈, 민주노동당, 마크롱 정부에 대한 태도 차이로 분열된 공화당의 2개 그룹, 사회당, 프랑스 앵수미즈, 공산당(프랑스 공산당 소속으로 선출된 11명과 프랑스 본토 밖 프랑스령에서 선출된 4명으로 구성)이 여기에 해당된다.
  3. 2008년 헌법 개정은 대통령 권한이 강력한 제 5공화국 헌법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의회 권한을 더 강화하고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4. 2016년 올랑드 정부 때 통과된 노동법 개정안. 제안자였던 당시 노동부장관의 이름을 따서 엘 코므리 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법안은 주당 35시간이었던 노동 시간을 늘리고, 해고를 쉽게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5. 2013년 올랑드 정부에서 예산장관을 하던 제롬 카위작이 거액의 비자금을 넣어둔 스위스 계좌가 발각되어 자신이 소속되어 있던 사회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자신은 장관에서 물러난 사건이다.
  6. Sénat. 프랑스 상원.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프랑스에는 국민 직선으로 뽑는 의원들로 구성된 하원(국회) 외에 지역의 평의원, 시의원, 시장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뽑는 의원들로 구성된 상원이 있다. 국민의 직접 선거로 구성되는 하원이 간접 선거로 구성되는 상원보다 더 중요시되지만, 상원과 하원 모두 법안을 제출하고 의결하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원과 하원의 협상과 교섭은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