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으로 만드는 미래: 지구 살리기 계획 1

본 기사는 Tricontinental의 We Will Build the Future: A Plan to Save the Planet를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심태은(번역팀장, ISC)

이재오(번역팀, ISC)

[목차]

  • 들어가며

  • 자본주의의 위기

  • 중국 때리기

  • 세계의 계급 투쟁

지금 가장 어이가 없는 사실은 바로 먹을 것이 없어 고통받고 있는 전 세계 인구가 23억 7,000만 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 인구 중 대부분이 개발도상국(개도국)에 거주하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도 꽤 많은 수가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 개도국 정부는 기아 및 기타 현대 사회의 문제(문맹, 질병, 노숙인 문제 등)를 근절할 재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이들 국가의 중앙 은행은 위태로운 자본주의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16조 달러를 마련했다. 기업을 구할 자원은 있으면서 배고픈 사람들을 구할 자원은 없는 현실, 이것이 현 시기의 도덕적 잣대이다.


이러한 시기에 자본주의 국가 내 여러 연구소는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여 ‘자본주의를 구할’ 처방이 담긴 수 많은 보고서를 펴냈다. 이 중에는 포용적 자본주의 위원회(Council for Inclusive Capitalism, 영국 중앙 은행과 바티칸이 파트너로 참여)와 B 기업 운동(B Corporation Movement, 전통적으로 성공한 기업의 이미지를 새로운 형태로 재정의하는 것)이 있다. 세계경제포럼(WEF)과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자본주의를 ‘더욱 포용적으로’ 만들려면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경험한 변화를 바탕으로 경제와 사회 기반을 새롭게 바꾸자는 것)’을 주장했다. WEF 창립자이자 회장 클라우스 슈밥은 “팬데믹으로 우리 세계를 성찰하고 다시 상상하며 재설정할 수 있는, 드물지만 실낱같은 기회가 생겼다.”라고 말한다. 인류를 멸종과 소멸의 위기로 몰아넣은 장본인이 이 세계를 고칠 방법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예상대로 그들이 말하는 ‘포용적 자본주의’에는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빈 수레만 요란할 뿐이다.

한편, 2021년 중반에 전 세계 26개 연구 기관이 모여 현재의 위기를 타파할 프로그램의 초안을 마련하기 위해 토론 자리를 가졌다. 아메리카민중의 볼리바르동맹-민중무역협정(ALBA-TCP)을 필두로 하여 진행된 회의를 거쳐 일명 지구 살리기 계획(A Plan to Save the Planet)을 수립했다. 더 많은 토론을 위해 이 계획의 초안을 이번 도씨에에 실었다.

지구 살리기 계획이 다른 ‘포용적 자본주의’ 문건과 차별화되는 주요한 지점은 (어떤 이름을 앞에 붙이든 간에) 자본주의를 인류에 유익한 시스템으로 보지 않고, 현재 직면하는 딜레마를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현재 자본주의 전반이 위기에 빠졌으며, 이 위기는 현재의 시스템을 노동자와 농민의 요구와 지속 가능한 자연에 필요한 사항을 중심으로 설계된 시스템으로 바꿔야만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글에서는 이 계획의 지향, 원칙, 지평을 설명하고자 한다. 도입부에서는 ‘포용적 자본주의’ 논리를 분석하고, 이 논리가 대중의 관심을 자본주의의 실패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과 함께 모든 자본주의의 문제를 중국의 탓으로 돌리는 데 얼마나 애를 쓰는지 살펴본다.

자본주의의 위기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자본주의 세력은 현재 세계 경제가 쇠퇴하는 원인이 사회 질서 그 자체가 아니라 팬데믹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논리는 두 가지로 귀결된다. 하나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은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 계급의 노동 환경이 악화되는 것을 이윤 극대화만 좇는 시스템이 아니라 팬데믹의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팬데믹이 닥치자 자본주의 국가의 앙상하게 가지만 남았던 국가적, 사회적 제도는 공중분해 되었다. 팬데믹은 곪은 부위를 드러냈을 뿐, 이를 초래한 것은 아니다. 국가 제도와 사회적 삶이 장기간에 걸쳐 침식된 것은 다음 세 가지 구조적 위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자본주의의 위기: 경쟁과 이윤 추구가 격렬해지면서 시스템 자체에 타격을 준다. 이러한 세속적인 위기는 주기적인 호황과 불황, 회복으로 이어지는데, 필연적으로 더 약한 자본가는 시장에서 제거되고, 새로운 착취 형태가 개발되며, 새로운 시장이 창출된다.

  1. 신자유주의로 인한 위기: 자본가 계급은 신자유주의로 국가에 영향력을 미쳐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고 노동자를 위해 순 사회적 임금을 생산할 능력을 저하시켰다. 보건의료와 사회보장 예산의 대폭 삭감이 이에 해당한다.

  2. 2007-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계속된 불황 같은 위기: 금융 위기의 여파는 금융화와 글로벌 가치사슬 시스템에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 금융에서 거두는 이윤이 제조업보다 훨씬 높아지자 비상품 부문 투자가 늘어났다. 글로벌 가치사슬 시스템으로 생산직 일자리는 제국주의의 압력을 받아 임금이 비인간적으로 낮은 국가로 이전되었다.

이러한 세 가지 측면은 저마다의 속도로 자본주의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 선진국에서 생산력과 고용 성장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 위기에서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정도이다. 기회주의적인 일부 자본가 계급은 기후 변화 담론을 끌고 와 공적 자금을 민간에 쥐어주고, 자본주의를 현대화하려고 한다.

문제는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2007년 총부채는 전 세계 GDP의 269%였다. 이 수치는 2020년 말이 되자 331%로 늘었다. 금융 시장은 별천지에 가깝다. 금융 버블이 계속 부풀어 오르고, 유휴 자본은 더욱 고위험 부문으로 흘러든다. 반면 노동 환경은 우버화(플랫폼 노동자화)되어 노동자가 불안정한 노동 조건(계약서나 다른 보호 장치 없이)에서 일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따라서 모든 위험 부담은 노동자가 지고 자본가는 이윤만 거둘 수 있게 되었다.

자본주의 기업은 위기를 통해 전 세계 노동 시장을 ‘개혁’하면서 노동자 보호 장치를 제거했고, 모든 노동을 우버화할 수 있었다. 플랫폼 자본주의의 심화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2010년 대비 2020년 플랫폼 기업의 수는 5배 증가). 꽉 막힌 공급망을 뚫어 시장으로 상품의 이동을 촉진한다는 미명 하에 새로운 법이 제정되고 규제는 완화되었다. 위기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라면, 이러한 ‘비상’ 조치는 팬데믹이 끝남과 동시에 종료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세력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비상시였더라도 자본의 이익은 그대로 유지하려 할 것이다. 자본은 노동자가 대규모로 투쟁을 하기 전에는 그 어떤 것도 노동자에게 되돌려주지 않는다. 노동권을 침해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에는 사용자가 해고 절차, 임금, 노동 시간, 노동 조건을 하는 것, 단체 협상을 할 수 없으면서 사회 보장은 받을 수 있는 노동자를 우선 채용하는 것이 있다. 이 외에도 기술의 발전을 이용하여 생산 과정의 분절에 따라 노동자를 나누어 기업이 더 쉽게 노동자 조직을 가로막을 수 있도록 만드는 행위가 있다. 이러한 행위는 현 시기에 나타나는 두 가지 증상을 보여준다. 이 증상이란 자본이 시스템 전체의 위기를 팬데믹으로 눈가림하고, 팬데믹을 이용하여 노동에서 이윤을 착취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본주의를 향한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 안간힘을 쓰지만, 자유주의적인 비평가조차도 지금의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다. 주류 담론에서 널리 인정되는 두 가지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불평등 심화는 사회 안정을 위협한다. 38개 선진국으로 구성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의 임금 불평등이 “지난 반세기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OECD 내에서 가장 부유한 인구 (상위 10%)의 평균 임금은  가장 가난한 인구(하위 10%)의 평균 임금의 9배이다. 25년 전보다 7배 늘었다.”라고 인정했다. 이 수치는 OECD 내에서만 측정한 값이다. 전 세계 불평등을 들여다보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의 부자가 나머지 69억 인구의 부를 합친 것보다 두 배는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 조금 더 선명하게 대비가 되는 예는 22명의 세계 최고 부자 남성이 가진 재산의 총합이 아프리카의 모든 여성이 소유한 재산의 합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극심한 불평등은 막대한 사회 문제를 유발한다.

  2. 경제 활동이 점점 민주주의 제도와 동떨어지고 있다. 부유층이 세계의 부 대부분을 독식하고, 선진 자본주의 국가 정치에 돈을 대면서 이들이 공공 정책을 좌우하게 되었다. 덕분에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규제를 뛰어 넘어서 경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사회적 삶의 광범위한 영역이 민주적 감시 영역에서 벗어나고 기술 관료와 기업에 넘겨지고 있다. 이 덕분에 기업은 신체 혹사를 제한하지 않는 식의 노동 관행 등 매우 권위적인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다. 이는 또한 부르주아지 국가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음을 나타낸다. 인구 대부분이 투표와 같은 기본적인 민주주의 활동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를 이끄는 세력은 이 위기를 알고 있으며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시스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진정한 답변에 이목이 쏠리지 않게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그 대신에 중국에 손가락질하는 버릇이 생겼다.

중국 때리기

에델만(글로벌 금융 컨설팅사)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56%가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세계에 해로움을 더 많이 끼친다’는 문장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여론은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기보다는 시스템에 매우 주목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세력은 신냉전으로 관심을 돌리려 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논리가 자주 쓰인다.

  1. 이번 위기는 팬데믹이 원인이며, 그 원흉은 중국이다.

  2. 세계 무역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국이/탄소 오염을 통해 에너지 비용을 표면화하여 저가에 상품을 생산하는 중국과 인도가/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중국 기술의 발달이 이번 위기를 야기한 것이다.

각각의 논리는 사실이 아니다. 팬데믹이 위기의 원인이라는 첫 번째 논리는 앞에서 장기적인 자본주의의 위기가 가진 세 가지 측면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하면서 정당성을 잃었다. 중국이 무역 규칙을 위반했다거나 기술 소유권을 침해했다는 주장 역시 정확한 분석이 아니다(포린 폴리시조차 이러한 관점은 반대하나, 무역 게임 자체가 ‘조작’되었다고 본다).

서구가 개발하고 심화한 신냉전이 미친 즉각적인 영향은 네 가지이다.

  1.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가 노동 계급에 가하는 트라우마로부터 관심을 돌리는 역할을 한다.

  2. 선진 자본주의 국가가 중국이 인권을 침해하고 세계 안보를 위협한다는 내용의 선전을 대대적으로 펼칠 수 있다.

    1. 서구는 이를 통해 중국의 극심한 빈곤 퇴치나 팬데믹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된 뉴스를 덮을 수 있다. 반중 뉴스는 단순히 중국만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서구가 전파하는 ‘포용적 자본주의’ 담론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사상을 가로막는 데 그 목적이 있다.

    2. 중국이 제3세계에 유익한 정책을 펼치면 서구가 이를 폄훼할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들어 준다. 일례로 시진핑 주석이 아프리카에 자국 코로나19 백신 10억 회분을 기부하고 4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자 서구는 중국의 영향력이 서서히 퍼져나간다면서 의도적으로 불필요한 두려움을 자극했다.

  3. 지금도 막대한 군수 산업을 더욱 확장하여 선진 자본국과 그 동맹국 정부가 더 많은 무기를 사도록 만든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무기 판매량이 증가했으며 미국이 무기 거래 시장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고 한다. 2020년 미국 제조업체가 거둬들인 매출이 세계 100대 군수기업 매출의 54%를 차지했고, 미국의 군비 지출은 전 세계에서도 최대로, 전 세계 군비 지출의 39%(약 1조 달러)를 차지한다.  그에 반해 중국은 타국을 위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국 방어를 위해 군비를 지출하고 있다. 그렇지만 서구 미디어는 중국의 자국 방어를 서구 주도의 질서를 위협하는 것으로 다룬다.

  4. 군사적 위협을 심각한 수준까지 끌어 올려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군국주의에는 아시아에서 쿼드(Quad, 미국, 인도, 일본, 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 회의체)의 강화, 남중국해에서 일명 ‘항행의 자유’ 구호 등장 빈도의 증가, 오커스(AUKUS, 미국, 영국, 미국의 삼각동맹) 핵잠수함 합의,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부와 역내 다른 국가 간의 새로운 상호운용성 계획 등이 포함된다. 또한 카리브해에서 진행되는 미국의 기동 훈련도 이에 해당한다. 미국은 최근 가이아나에서 트레이드윈즈 2021을, 파나마에서 파나멕스 2021을 진행하여 주권을 수호하고 중국과 건설적인 관계를 맺으려 하는 라틴아메리카 국가에 힘을 과시했다.

제3세계의 관점에서 보면,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부상은 국제통화기금(IMF) 주도의 개발 어젠다의 대안으로 여겨진다. 지난 50년간 IMF는 다양한 이름이 있지만 원래 이름이 본질을 가장 잘 표현한 ‘구조조정 정책’이라는 정책 프레임워크를 발달시켰다. IMF는 개도국 정부에 국내 정책을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신용 평가를 좋게 줄 수 없다고 말한다. 구조조정은 공공 서비스의 민영화, 물가안정 체제 건설, 무역 정책 자유화(보조금 및 관세 삭감 포함), 인간의 능력 개발 관련 지출 삭감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정책으로 주권이 침해되고, 인구 대다수의 고통이 가중되며, 돌봄 노동이 여성에게 집중되어 젠더 위계질서가 더욱 공고해지고, 중요한 사회 인프라가 파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선진국의 부유한 채권자는 계속해서 채무 상환을 요구했다. 옥스팜은 팬데믹 기간에 ‘세계 최빈국 64개국이 부유한 국가와 금융 기관에 상환한 돈은 보건의료에 지출한 것보다 훨씬 많다’고 밝혔다. 1960년 이후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빼간 금액은 1,520조 달러에 달한다. 이는 IMF식 개발의 영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때문에 페루의 3,300만 인구 중 30%가 빈곤에 허덕이는 것이다.

IMF의 긴축-민영화 모델이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개발 모델에 도전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지난 50년의 세월 동안 IMF는 경제 개발의 유일한 선택지로 군림했고, 신자유주의를 유일한 정책 프레임워크로 홍보했다. 그러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인프라 투자와 인간 능력의 개발에 중점을 두어 남반구 국가에 선택지를 제공한다. 일대일로 이니셔티브가 IMF의 대안으로 떠오르자 미국은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의 개도국을 놓고 중국과 투자 경쟁에 나섰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페루 등의 국가는 일대일로에서 제시하는 선택지를 환영한다. 이제 남반구 국가가 파리 클럽 같은 정부 채권자와 런던 클럽 같은 민간 채권자에 채무 면제를 부탁하며 굽실거리지 않아도 되고, 단 며칠 만에 한 국가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판단을 내리는 IMF 실사단의 변덕에 장단을 맞추지 않아도 될 날이 곧 올 것이다. 한 국가의 개발 사업은 이를 구상할 공간이 필요한데,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남반구 국가가 자국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었다. 이는 중국의 부상과 서구와의 상업적 경쟁으로 생기는 유익한 효과이다.

세계의 계급 투쟁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세계적으로 계급 투쟁 역시 격화되고 있다. 현 시기의 세 가지 주요 투쟁 사례를 살펴보자.

  1. 인도 농민 투쟁: 인도 농민들은 농업 생산을 우버화하려던 세 개의 농지법을 막아냈다. 1년의 투쟁으로 인도 정부가 법안을 철회하도록 한데서 그치지 않고, 최소 수매가, 전기 보조금, 그 외 정부가 더 많이 개입하여 농업 시스템에서 사회적인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요구안 등을 내걸고 투쟁을 심화했다. 농민에게 이 투쟁은 자신의 존재를 내건 것이기에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2. 메이크 아마존 페이(Make Amazon Pay): 이 국제적인 캠페인은 방글라데시와 캄보디아 의류 노동자에서 시작하여 이탈리아의 배달 노동자와 미국에까지 퍼져나갔다. 아마존이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고, 세금을 납부하며,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마존은 1조 달러를 벌어들이면서도 2019년 미국에 납부한 세금은 매출의 1.2%에 불과했으며  아시아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훌루 가멘트는 노동자로부터 360만 달러의 퇴직금을 사취했다. 전체적으로 캄보디아 의류 노동자가 팬데믹 기간 발생했지만 지급받지 못한 임금과 퇴직금은 3,930만 달러에 이른다. 글로벌 가치사슬을 따라 노동자의 전투성이 높아지고 있다.

  3. 돌봄 노동자 투쟁: 미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리스, 케냐, 기니비사우, 폴란드, 터키의 보건의료 노동자는 열악한 임금과 노동 환경을 고발하며 파업을 단행했다. 그리스에서는 병원의 영리화와 보건의료 노동자의 우버화에 맞서 노동조합이 투쟁을 벌였다. 한편, 28개국의 간호사는 UN에서 ‘코로나19 범죄자’를 고소하면서 ‘이들 국가는 간호사의 권리와 환자의 권리를 침해했고, 간호사, 돌봄 노동자, 그리고 돌봄을 받던 사람 등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작년에 브라질 보건의료 노조는 반인륜 범죄를 저질렀다며 보우소나루 정부를 국제형사재판소에 고발했다.


이러한 가정에 기반하고 있기는 하나, 계급 투쟁이 심화되는 객관적인 조건은 존재하지만 주체의 조건은 쉽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자본주의가 노동 계급에서 개량주의 의식이 만들어지도록 하거나 대외 강경론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경향성과 연관이 있다. 개량주의자는 신분 상승을 꿈꾸도록 기업가 정신을 약속하는 사민주의 영역과 신자유주의 영역 모두를 선호한다. 강경론은 극우 쪽이기는 하지만 이 두 가지 경향성 모두 다양한 부르주아 정치 주체가 채택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우리가 하는 운동은 이러한 개량주의와 대외 강경론이 갖는 한계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이번호 도씨에의 바탕이 된 지구 살리기 계획은 전 세계적인 계급 투쟁에서 주요한 요소인 이념 전쟁을 돕기 위해 작성되었다. 이 계획은 노동자와 농민 단체의 목소리를 증폭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진보 세력 내에서 토론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념이 도출되고 실현되는 우리 시대의 위대한 투쟁을 통해 우리의 자신감이 커지고, 인간이 인간다우며 풍요로운 자연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건설할 힘이 길러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