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더 정확히는 신자유주의와 이로 만들어진 성과사회는 끊임없이 직함, 상, 지위를 찾아 헤매는 나르시시스트를 만들어낸다. 나르시시스트는 긍정력을 극한으로 확대하여 모든 사람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하는 일종의 프로젝트라고 본다. 우리는 사회의 인정을 끊임없이 갈망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된다.
최고를 향한 이 갈망은 서구의 극단적 개인주의와 합쳐져 더욱 거세지며 사회를 무한경쟁으로 몰아넣는다. 직함, 상, 지위를 숭상하는 우리 성과사회에서 개인은 자기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에 강박적으로 몰두한다. 한병철에 의하면 긍정력은 자신의 가치를 증진하겠다는 강박을 통해 우리를 우울증과 번아웃으로 스스로 착취하게 몰아간다. 그는 특히 “구속의 반대말이어야 할 자유 그 자체가 강제력을 만들어낸다”고 강조한다. 긍정력의 자기 감시와 자본주의의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합쳐지면 사람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를 착취한다. 한 마디로, 두 눈을 부릅뜨고 생산성을 찾아 정신 속을 헤집는다면 번아웃, 수치심, 우울증이 올 수밖에 없다. 필연적인 “부족함”이나 “실패”는 사람의 “가치”와 불가능을 가능케 하겠다는 믿음을 좀먹어간다.
성과와 성공을 향한 이 끝없는 돌진이 과도해지면 번아웃과 우울증으로 번지게 되는 것이다. 18세에서 29세 인구의 거의 절반(48%)과 30세 이상 인구의 40%가 무기력함을 호소하고, 여성(46%)은 남성(37%)보다 번아웃 수준이 더 높다. 이 성과사회에서 실패하거나 성공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실패에 대해 스스로 자책하고, 사회나 체제에 의문을 품기보다는 수치심을 느낀다.” 우리는 끊임없이 개발되어야 할 개별적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긍정력으로 인한 자기 착취는 우리의 공격성을 가기 자신으로 돌리게 된다. 그 결과 많은 이가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사회적 프로젝트를 요구하는 대신 우울증에 빠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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